황병성 칼럼 - 소문은 소문으로 그쳐야 하는데 …
황병성 칼럼 - 소문은 소문으로 그쳐야 하는데 …
  • 황병성
  • 승인 2021.07.2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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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레, 에밀레….”

서라벌 봉덕사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서글펐다. 마치 어미를 찾는 아이의 울음소리처럼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 팠다.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종 이름을 에밀레종이라고 했다. 이 에밀레종은 신라 36대 혜공왕(惠恭王) 6년 12월에 완성된 봉덕사종(奉德寺鐘) 또는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新鐘)의 다른 이름이다. 국보 제29호로 보물 중 보물이다. 성덕왕 24년(725)에 제작된 상원사 동종(銅鐘)과 함께 통일신라시대를 대표하는 범종이다.

에밀레종의 소재는 청동이고 무려 12만 근이 들어갔다고 한다. 이것은 ‘삼국유사’에 기록으로 남아있다. 원래 이 종은 경덕왕이 그의 아버지 성덕왕을 위해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생전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 이에 경술년(770) 12월 그의 아들 혜공왕이 완성해 봉덕사에 안치했다. 그런데 왜 이 종을 에밀레종이라고 불렀을까? 전해오는 이야기는 그럴 듯하지만, 후대에 자세히 분석해 보니 설화(說話)는 설화일 뿐이었다. 

종을 만드는 공장(工匠 :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수공업을 전문으로 하는 장인) 일전(一典)이라는 사람이 계속 주종에 실패하자 주위의 비난이 거셌다. 그 비난을 들은 그의 누이는 종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자기 부덕(不德) 때문이라고 여긴다. 그때 세속으로 시주 나온 중이 그녀에게 어린애를 인주(人柱)해야 종이 완성된다고 일러준다. 그 말을 듣고 누이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고민 끝에 오빠를 위해 자기 딸을 주종으로 바친 후 드디어 종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설화는 이야기 지어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 것으로 추측된다. 서라벌을 휘몰아치는 종소리가 어머니를 부르는 것처럼 애달프게 들리니 이야기꾼들에게는 중요한 소재거리가 된 것이다. 그 이야기가 구전되어 에밀레종 설화가 탄생했다. 실제로 현대에 와 그 설화가 사실인지 조사했다. 하지만 우리 몸의 필수 구성요소인 칼슘이나 인과 같은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더구나 주조 과정에서 종의 균열을 막기 위해 신속한 공정이 필요한데 아이를 넣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옛날에는 이 설화가 사실로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에밀레종이 울릴 때마다 그 슬픈 사연에 가슴 아파했을 것이다. 사실이 아닌데도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들은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존재한다. 많은 모사꾼의 혀에서 그럴듯한 말이 지어져서 시중에 흘러 다닌다. 그 거짓말로 말미암아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말이 사실이라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있다.  

최근 시중에는 몇몇 업체가 정부 지원금으로 국산 설비 대신 중국산 설비를 도입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국산과 중국산 설비 가격 차이는 3분의 1정도 난다. 물론 국산이 비싸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큰 문제다. 우리 속담에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일상 용품부터 시작해 많은 곳에 중국산 제품이 깊숙이 침투해 있다. 하지만 중국산 제품을 사용하고 만족했는지 묻고 싶다. 필자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설비 도입 이유가 주 52시간을 대비해서라고 하는 데 그렇다면 취지에 더 벗어난다. 남은 자금을 다른 곳으로 유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에밀레종 설화가 만들어진 것도 종의 울림이 ‘에밀레’였기에 유추했다. 시중 소문 근원지를 추적해보면 다 맞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모두 거짓이 아니라는 데 놀란다.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명제가 성립되지 않는 것도 걱정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업체들은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생산성 향상이 시급한 과제이다. 중국산 설비로 이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거듭 되풀이되는 생각이다. 제발 이 소문이 사실이 아니고 누군가가 지어낸 설화 같은 허구이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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