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테르도 울고 갈 언론중재법 개정안
볼테르도 울고 갈 언론중재법 개정안
  • 박진철 기자
  • 승인 2021.08.23 06: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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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말할 권리를 위해서라면 죽을힘으로 싸우겠다.”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의 격언으로 잘 알려진 말이다. 실제 볼테르가 이 말을 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1778년 사망한 볼테르의 저작이 아니라 후세 역사학자 이블린 홀이 1906년에 쓴 책 <볼테르의 친구들>에 나오는 말이기 때문이다. 

당시 이러한 표현이 나왔던 배경에는 무신론 논쟁 등의 급진적인 내용을 담은 엘베시우스의 책이 파리 고등법원과 소르본 대학에서 금서 처분을 받고 공개 소각된 사태가 있다. 볼테르는 엘베시우스의 책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이러한 박해가 부당하다 여겼다. 이에 대해 이블린 홀이 기술한 내용 중에서 위의 말이 나온다. 

실제 볼테르가 이 말을 썼든 쓰지 않았든, 우리가 이 말을 자주 인용하는 것은 이 말이 ‘톨레랑스(tolerance, 관용)’ 정신을 강하게 주장했던 볼테르적 태도를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회 갈등을 바라보면 볼테르의 이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과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언론 자유화에 따른 미디어산업 구조의 숨 가쁜 변화 속에 우리 사회에는 ‘가짜 뉴스’ 그리고 ‘기레기(기자+쓰레기)’ 등의 단어들이 넘쳐나고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배경이 된 이들이 일으키는 폐해가 심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진행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절차적 정당성과 국회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국내 언론 7개 단체도 8월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한 것과 관련 성명서를 내고 “언론에 재갈 물린 위헌적 입법 폭거를 규탄한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반대 의견이 있는 법안을 처리할 때 여야 동수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 숙의 과정에 여당과 다름없는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야당 몫으로 참여했다. 언론단체들은 성명서에서 “6명의 안건조정위원 중 사실상 여당 몫이 4명이었으니,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고 법 개정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세계신문협회(WAN)나 국제언론인협회(IPI)도 이른바 ‘가짜 뉴스’ 법을 제정해 언론 보도를 통제하려는 시도에 대해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힘들다며,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과정 어디에서도 이에 대한 숙고를 찾아볼 수 없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그리고 야권 중 좌클릭으로 볼 수 있는 정의당마저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과 애매모호한 위법 사항 규정, 모호한 언론 보도 피해 산정 기준 등 독소 조항들도 문제다. 지금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여당이 내세우는 가짜 뉴스 근절 효과보다는 언론 자유 위축이라는 부정 효과가 더욱 클 것이다. 

자신과 견해가 다른 사람의 말할 권리를 위해 죽을힘을 다해 싸우겠다던 볼테르. 그가 언론의 감시와 견제, 비판 기능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 지금 우리 사회를 본다면 무덤에서라도 울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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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2021-08-23 08:22:48
철강신문 기사가 이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