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너무 앞서가는 탄소중립 정책

황병성 칼럼 - 너무 앞서가는 탄소중립 정책

  • 철강
  • 승인 2021.11.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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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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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걸음마를 시작했다. 그러자 부모는 아이가  걸음걸이에 익숙해지지 않았는데도 신발을 신겨준다. 아이는 어색함에 신발을 벗어버리려 하지만 부모는 막무가내로 신기를 강요한다. 급기야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강하게 거부한다. 인생은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 부모의 욕심으로 준비되지 않은 아이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하면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정부가 탄소중립과 관련해 던진 화두(話頭)의 반향이 심상찮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 26.3%에서 40%까지 상향했기 때문이다. 준비가 덜 된 기업을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일리가 있다. 대기업도 마찬가지지만 중소기업의 탄소중립 준비는 걸음마를 떼지 못한 아기와 같다. 탄소를 40%까지 줄인다는 기한도 8년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뒷짐만 지고 있다. 과연 이 목표가 가능할 지 의문을 갖게  하는 이유다. 

미래 세대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취지에서 탄소 감축은 대부분 사람들이 공감한다. 특히  EU는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대해서 관세를 부과하거나 시장에서 퇴출하는 정책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탄소 감축 정책에 대한 모순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은 과연 원전을 포기하고도 40% 감축을 할 수 있느냐이다.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해야 하는데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것이다.

결국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앞장서야 하는 것은 기업의 책임이 됐다. 하지만 정부가 목표 수치만 발표했지 구제적인 지원책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탄소중립을 위해 미국은 2천 달러(2,400조) 지원을 약속했고, 유럽연합은 1,534억 원, 일본은 4,000억 원 지원책을 내놓았다. 우리도 문 대통령이 열심히 지원하겠다고만 밝혔지 관련 법에는 구체적 지원 내용이 담겨지지 않았다. 정부의 발표가 과대 포장된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특히 우리 업계는 타 업계에 비해 탄소배출을 많이 한다. 이런 이유로 정부 정책에 아무 말 못 하고 수긍하며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 리스크가 어마어마하지만 ‘벙어리 냉가슴 앓듯’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모범적인 기업에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정부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전기로 제강사에는 전기료를 감면해 준다든지 탄소 저감 시설에는 자금 지원 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효율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주 52시간,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중소기업에는 탄소 감축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의 지원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들은 탄소중립 기술에 대한 세제 지원과 온실가스 감축 설비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 요구를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책이 거창하게 포장됐다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도 후속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시중에는 정부가 신재생 에너지업자를 밀어주기 위해 탄소중립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인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물론 이것은 남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헛소문이라고 생각한다. 맑은 공기로 삶의 질을 높이고 환경을 살리는 것은 지구촌의 공통된 과제가 됐다. 이에 정부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책에는 이견이 따를 수 없다. 다만, 이 정책으로 말미암아 누구에게는 이득이 되고 누구에게는 손해를 보는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 마련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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