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탈(脫) 원전과 전기료 폭탄 고지서
황병성 칼럼 - 탈(脫) 원전과 전기료 폭탄 고지서
  • 황병성
  • 승인 2022.01.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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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한 금형업체 대표의 한숨이 강물처럼 깊었다. 그 한숨은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나왔다. 술잔을 기울이며 원인이 무엇인지 물었다. 긴 침묵이 흐른 후에야 고뇌에 찬 표정으로 그가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코로나19와 주 52시간에 인력난까지 겹치며 회사 운영이 더욱 어려워졌다. 특히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 그래서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몽땅 설비 자동화에 투자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국전력이 전기료를 올린다고 한다. 전기로 설비를 돌려야 하는데 앞날이 캄캄하다.”
한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기다리는 것이 지금 우리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이다. 어려운 중소업체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그들을 곤경에 빠트리고 있으니 문제다. 각종 반기업 정책으로 사업 환경이 많이 나빠졌다. 이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건 공약은 규제 완화였다.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언에 기대가 컸었다. 그러나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는 것은 찰나(刹那)였다. 

‘규제 공화국’이라는 오명(汚名)의 민낯이 금방 들어났다. 이 정부 출범 이후 국회에 발의된 규제 건수가 전 정부의 3배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기업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규제가 많아 ‘기업 패싱’ 논란까지 야기했다. 이 같은 규제 일변도의 반기업 정책으로 산업계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러한 규제가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 저하를 불러온다는 것은 정부가 모를 리 없는 데도 말이다.

우리 기업이 지금 발등에 떨어진 불은 포스트 코로나 대비와 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지원과 규제혁신이 절실하다. 하지만 ‘소귀에 경 읽기(牛耳讀經)’는 이 정부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아무리 외쳐도 메아리조차 없다. 이 어려운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것은 전기료 폭탄이다. 애초 원전을 포기하고 신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때 반대 목소리가 컸었다. 전기료 인상이 최고 이슈였다. 하지만 정부는 인상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철석(鐵石)같이 약속했다.

그 약속은 허망하게 깨졌다. 한전이 올해 4월과 10월 두 차례 전기료 인상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두 자릿수 인상이다. 탈(脫) 원전으로 인한 부담이 정부가 아닌 국민에게로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것이 억울하다. 특히 전기로 설비를 가동하는 업체가 많은 우리 업계에는 걱정이 태산이다. 전기료가 원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체는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결국 업체는 이익 보전을 위해 가격을 올릴 것이고, 그것은 소비자에게 온전한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금형업체 대표는 탈 원전 대가가 너무 혹독하다고 했다. 앞으로 받을 급등한 전기료 청구서는 기업을 더욱 옥죌 것이라고 했다. 사업은 이익을 남겨야 운영할 가치가 있다. 그런데 이익이 없는 사업이라면 차라리 문을 닫는 것이 낫다. 그 원인이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면 책임은 당연히 정부가 져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료 인상 원인을 탈 원전이 아닌 연료비 급등 탓으로 돌린다. 산업계의 절박한 상황을 잘 파악했다면 이런 어설픈 변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탄소 중립이 세계적인 화두(話頭)가 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 재생에너지 확대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탄소 중립을 위해 더 좋은 길이 있다면 그 길로 가는 것이 맞다. 굳이 좋은 길을 마다하고 험로(險路)를 고집하는 정부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선진국들도 원전 확대로 탄소 중립에 대비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무슨 배짱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신 재생에너지만 밀어붙이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우리의 60년 우수한 원전 사업이 단 5년 만에 무참히 무너졌다. 환경을 파괴한 채 산과 들판에 깔린 태양광 패널은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이 태양광이 더는 대안이 될 수 없음은 누구보다 정부가 잘 알 것이다. 막대한 비용이 수반됐지만 결국 전기료 폭등의 결과를 불러왔다. 이것은 산업계를 송두리째 흔드는 악재가 될 것이 분명하다. 에너지 정책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편안해지고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정부에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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