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보쌈이라도 해야 할 심각한 인력난

황병성 칼럼 - 보쌈이라도 해야 할 심각한 인력난

  • 철강
  • 승인 2022.07.2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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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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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소업체 인사과장에게 특명이 떨어졌다. 보쌈을 해서라도 사람을 구해오라고 사장이 명령한 것이다. 취업 대란에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상황인가. 우리 속담에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속담이 무색할 정도로 청년들의 일자리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 대기업과 비교적 안정적인 정년이 보장되는 공기업 선호도가 두드러진다. 중소업체 인사과장을 바쁘게 하는 이유다.   

특히 뿌리 업계는 일손 부족으로 빨간 불이 들어온 지 오래됐다. 한 도금업체 대표는 “불법체류자도 구하기 힘든 상태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중소 제조업체보다 5만∼10만 원가량 일당이 높은 농촌(20만∼25만 원)으로 대거 옮겨가면서 인력난이 더욱 심해졌다”라고 호소한다. 이 때문에 공장 가동률이 뚝 떨어졌다. 물량을 수주해도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납기 지연 손해배상까지 물어야 할 판이다.

우리나라 57만 개 중소 제조업체 전반이 이러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중소기업의 미충원 인력은 16만4,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6만8,000명(71.3%)이나 늘었다. 일감이 늘어나도 콧노래를 부를 수 없는 기막힌 현실에 경영자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 여기에 청년들의 중소업체 기피현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문제는 미궁(迷宮) 속으로 빠졌다. 

특히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는 젊은 피 수혈이 필수다. 하지만 대기업과 공기업 등으로 인력을 빼앗기면서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상당수 뿌리 업체의 생산직 평균 연령은 50∼60대이다. 이들마저 퇴직하고 나면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되지않을까 두렵다. 여기에 해마다 국내 생산가능 인구가 줄면서 문제는 비탈길을 굴러가는 눈덩어리가 됐다.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 같아 입맛이 쓰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인구 가운데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23%에서 2020년 42%로 늘었지만, 청년층 비중은 23%에서 15%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처럼 생산직 고령화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데다 인력난까지 겹치니 그야말로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일감이 없어서 기업이 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못 구해 망하게 생겼다. 

그렇다고 중소업체를 기피하는 2030 세대를 비판할 수도 없다. 중소업체는 임금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경직된 기업문화가 더 큰 문제다. 중소업체 중에서도 좋은 기업이 많다. 똑같은 상황이지만 인력난을 겪지 않는 그들의 비결이 무엇인지 보고 배워야 한다. 시대는 변하고 있는데 기업 문화는 옛날 그대로라면 누가 그런 기업에 취직하고 싶겠는가. 글로벌화되면서 젊은이들의 눈은 높을 데로 높아졌다. 그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 없이는 인력난은 해결할 수 없다.

한 인터넷 채용정보 업체가 구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31%가 “노동환경만 개선되면 3D 업종이라도 취업하겠다”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 설문 결과가 해결책을 알려 준다. 이와 함께 최근 민주당 신영대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에 우수 인력이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유용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장기 재직 생태계를 마련해 주자는 것이다. 이 같은 입법적인 보완책이 뒤따라야 만이 젊은이들을 유인할 수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결책은 없는 것이 아니다. 특히 기업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각종 유인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우선 기업이 변해야 한다.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근무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워라밸은 필수이고 복지도 신경 써야 한다. 여기에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 채용지원금 확대 등이 한 예이다. 한쪽에서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한쪽에서는 취업난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이 웃픈 상황은 끝내야 한다. 기업의 피나는 노력과 국가의 제도적·금전적 지원이 뒤따라야 급한 불을 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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