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이 파괴된 시장

문법이 파괴된 시장

  • 철강
  • 승인 2022.08.0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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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김정환 기자 jhki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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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의 말은 문법이라는 정교한 기제로 작동한다. 정교하게 인간 뇌 속에 자리 잡고 있어 사람은 자신이 문법에 맞게 말을 한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한다.

생물학적으로 보수적인 인간이 좀 더 정교하게 표현하고 싶을 때 문법을 의식 밖으로 내보낸다. 특히 시인은 일부러 문법을 파괴한다. 엄밀히 말하면 파괴가 아닌 창조에 가깝다. 그러나 정신적 고양과 문법을 파괴하는 번민 없이 남용하는 경우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철강업계에도 수많은 시인들이 존재한다. 특히 가격과 수급 전망 관련 수많은 말들을 쏟아낸다. 수급 전망은 별도의 국가 통제나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급작스러운 환경을 제외하곤 대체로 큰 변동이 없다. '보수적인' 철강 시장에서 여태껏 그래왔고 실리로 묶인 관계 속에서 뾰족한 대체도 없기 때문이다.

반면 가격은 급변하고 예민하다. 최근 철강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더니 다시 바닥 없이 추락하고 있다. 가격 시황과 관련 현재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모르겠다'이다. 철강 밥만 20년 이상 먹은 이들이 나라 경제는 물론이고 철강 시장도 도무지 감 잡을 수 없다는 말들이 왕왕이다.

일부는 기댈 곳 없어 시인들이 내뱉은 말에 반신반의하며 동조하기도 한다. 수많은 전망 속에 너도나도 다른 결론이 도출되면서 듣는 사람 머리만 어지럽히는 꼴이다.

문법이 파괴된 시장에서 결국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그래프와 지표로 짜인 세상에 매몰되면서 정작 실체는 눈 밖이기 때문이다. 일부는 본인의 가치판단에 따라 설정되기도 한다. 진위 여부는 확인할 길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거짓은 화려하지만 진리는 단순하다. '파블로브의 개'로 유명한 고전적 조건형성이론 논문은 단 몇 장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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