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일손 부족에 '울상'…"잔업은 옛말"

철강업계, 일손 부족에 '울상'…"잔업은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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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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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백종훈 기자 jhbae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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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떠나는 사람 늘고 오는 사람 줄어…생산인력 부족에 커지는 우려
"미봉책 아닌 근본적 해결책 필요, 정부 도움 절실"

철강업계가 일손 부족과 구인난에 울상 짓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현장 사고 발생 시 기업에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 처벌 법 시행 등으로 잔업이 점차 사라지는 등 생산성 하락과 노동력 관리에 대한 위험도까지 날로 커지면서 업계의 시름도 한층 깊어지는 모양새다. 

2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업계 종사자 특히 생산직 근로자들의 이탈이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생산 일손을 채우는 것도 녹록하지 않은 상태다. 무엇보다 이를 타개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통계청이 내놓은 '노동력 수요 동향' 최근 자료를 살펴보면 철강업계가 속한 광공업 인력 부족 현상은 계속 악화 중이다.

광공업 부족 인력 규모는 작년 상반기 기준 11만4천명 수준에 달했다. 작년 하반기에는 같은 해 상반기보다 3만명 늘어난 약 14만4천명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보다 약 3만2천명 증가한 17만6천명 가량을 찍었다. 그야말로 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자료=통계청)
(자료=통계청)

이와 동시에 설치·정비·생산직 군 내 필요한 인력의 규모는 부족 인력의 규모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생겨나는 빈자리보다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인데 해당 직군의 일손을 구하는 게 그만큼 쉽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설치·정비·생산직 군 내 구인 인원, 미충원 인원, 채용 계획 인원의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각각 16만9천명, 3만6백명, 10만8천명 수준이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그 크기가 각각 18만9천명, 3만8천명, 13만8천명 수준까지 커졌다. 올 상반기에는 이보다 더 늘어난 19만9천명, 5만2천명, 15만9천명 수준을 기록했다.

(자료=통계청)
(자료=통계청)

업계는 이 같은 일손 부족과 구인난 문제를 해결할 만한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더군다나 산업의 특성상 연간 목표치가 정해져 있다 보니 일할 사람이 부족할수록 잔존 인력의 업무 강도가 올라가는 구조여서 과부하까지 걸린 상태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업무 환경 개선에 힘쓰고 급여 수준을 한계치까지 상향하더라도 소위 '워라밸' 추구와 같은 사회적 현상의 보편화로 생산직 신규 유입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며 "어쩔 수 없이 기존 인력을 돌려 막기 하거나 심할 경우 적자를 보더라도 생산 목표치를 내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철강업계는 앞서 언급한 어려움에 더해 주 52시간 근무제, 중대재해 처벌 법 시행 등의 여파로 잔업 등을 줄여가며 울며 겨자 먹기로 생산성 하락과 노동력 관리에 대한 리스크까지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이 역설적으로 '워라밸' 파괴 등을 야기해 업계 내 근로자 이탈이나 신규 유입 차단의 원인으로 다시금 작용하면서 악순환을 만든다고 지적한다.

업계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의 경우 기업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부작용을 안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9년 당시 2020년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3% 포인트 추가 하향한 바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기업 생산성 저하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생산성 하락은 근로자 임금 수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확대 시행한지 1년이 지난 지금, 근로자 대다수가 삶의 질이 오히려 떨어졌다고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조선 업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영향력 조사에 의하면 해당 근로자들의 임금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평균 60만원 가량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근로자들은 줄어든 월급과 사라진 잔업 수당 등을 메우기 위해 '투잡'까지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 처벌 법 시행의 경우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예방 위주가 아닌 처벌 중심의 법안으로 평가받고 있어 자칫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기업들은 업무상 사고 발생 위험률 감소의 일환으로 공장 가동률을 제한하고 있다. 게다가 법안 시행에 따른 학습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에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올 상반기에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는 총 303건이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334건보다 31건(9.3%) 감소한 수치다. 사망자는 320명으로 전년 동기 340명 대비 20명(5.9%) 줄었다. 중대재해 처벌 법이 지난 1월 시행된 점을 감안하면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어느 철강사 대표는 "시행 중인 제도나 법안의 궁극적 취지에 대해서 적극 동의한다"면서도 "기업과 근로자 모두의 입장과 업계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과 인력 이탈과 같은 부작용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때마다 내놓는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철강업은 국가를 지탱하는 큰 산업 중 하나이기에 어려움 해소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철강업계 수익성이 이번 3분기부터 가파르게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 홀딩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6,48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7.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각각 33.4% 줄어든 5,502억원, 48.4% 감소한 1,5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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