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선진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중국의 대응 속 ‘이원화 전략’ 필요

산업계, 선진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중국의 대응 속 ‘이원화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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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3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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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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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과 중국의 대응’ 보고서 발간
선진국, 공급망 내재화·첨단 기술 대중 유출 방지 및 노동·환경 이슈로 중국 견제
中, 독자 공급망 구축·외자 유치·탄소중립·핵심 광물 수출 통제 등으로 대응
韓, ‘중국-非중국 이원화 전략’·초격차 기술 확보 및 제3국 협력·공조도 강화해야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 구자열)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과 중국의 대응’ 보고서를 발간했다.

미국·EU 등 주요국의 공급망 정책은 크게 ▲전략 산업 공급망 내재화 ▲자국 첨단 기술의 중국 유출 제한 ▲노동·환경 이슈화로 압축된다.

중국은 이에 독자적 공급망 구축, 수출 통제법·반 간첩법 등 경제 안보 법제화, 외자 유치 확대, 탄소중립 전환 가속화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며 대응에 나섰다.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과 중국의 대응전략. (출처=무역협회)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과 중국의 대응전략. (출처=무역협회)

주요 선진국 ‘전략산업 공급망 내재화’에 中 독자 공급망 구축으로 대응

미국, EU, 일본 등은 공급망 탄력성을 위해 반도체, 전기차, 핵심 광물 등 전략 산업 제조 시설을 자국 내 유치하여 대중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자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을 ‘우려대상국(Foreign Country of Concern)’으로 지정하고, 반도체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시행을 통해 지원 수혜 기업이 중국과 협력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독자적 공급망 구축 ▲규제 회피 우회 진출 ▲외자 유치 확대로 맞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대외 변수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쌍순환 정책을 통해 자국 내 독자적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전기차와 재생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장악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중국 기업의 전기차 공급망 관련 해외 투자액은 2016년 6억500만 달러에서 2022년 240억 달러로 40배 넘게 증가했으며, 이는 전 세계 전기차 공급망 해외 투자액 중 58%를 차지했다.

또한 중국 기업은 미국 등의 중국산 원자재·소재·부품 등에 대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기술 협력, 해외 자회사 및 합작사 설립 등의 방식으로 규제망을 우회하여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IRA 상 핵심 광물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미국의 FTA 협정국에서 합작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외자기업에 대해 중국 증시상장 및 회사채 발행 지원, 정부 조달 시장 참여, 토지 사용 혜택 등 투자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 결과 2023년 2분기 중국의 실제 사용 외자액은 407억 달러로 신규 투자가 유입되고 있는 반면, 2023년 2분기 중국의 직접 투자 채무액 증가분은 4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하여 이미 진출한 외국 기업의 경우에는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이익의 재투자는 줄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선진국은 자국 첨단 기술의 중국 유출 제한, 중국은 광물 수출 통제로 맞대응

미국은 국가 안보를 근거로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반도체 공급망 주요 참여국인 네덜란드와 일본의 동참도 이끌어냈다.

지난해 10월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수출 관리 규정(EAR) 개정안 발표를 통해 수출 통제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였으며, ‘해외 직접 생산 규칙(Foreign Produced Direct Product Rule, FDPR)’을 통해 외국기업에 대한 역외 통제를 강화했다.

‘해외 직접 생산 규칙(FDPR)’이란 외국산 제품이라도 미국의 기술, 소프트웨어, 장비 및 소재를 사용한 경우 미국 당국의 수출 허가 없이는 미국의 수출통제 대상에게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규칙이다.

또한 미국은 2018년부터 의 인권탄압이나 중국군 연계 의혹이 있는 기업을 거래제한명단(Entity List)에 등재하고, 해당기업들에 대한 수출을 제재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수출관리규정(EAR) 개정안을 통해 수출통제 조치를 광범위하게 확대, 강화함으로써 중국의 첨단반도체 생산능력 자체를 무력화하고 우회수출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미국 거래 제한 명단(Entity List)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좌) 및 거래 제한 명단 등재 중국기업 수(우). (출처=BIS, Atlantic Council)
미국 거래 제한 명단(Entity List)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좌) 및 거래 제한 명단 등재 중국기업 수(우). (출처=BIS, Atlantic Council)

이에 중국은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제품 구매 금지 조치 시행에 이어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인 갈륨,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실시했다.

이는 중국이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의 94%, 게르마늄의 83%를 생산하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해당 광물에 대한 수요가 많은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품목의 수출을 위해서는 별도 심사를 거쳐 상부부의 허가가 필요하나, 실제 수출 허가 과정에서는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전면적 수출 통제보다는 수출 통제법 제10조와 제13조에 근거하여 미국과 대중 제재에 참여하는 그 동맹국을 대상으로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해당 조치는 실질적인 타격보다는 향후 대중 제재가 강화될 경우 광물 공급망을 지렛대 삼아 보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조치인 것으로 판단된다.

美·EU, 노동 분야 中 신장위구르산 제품 수입 금지 및 환경 분야 탄소규제 강화

노동 분야에서 미국은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yghur Forced Labor Prevention Act, 이하 UFLPA)에 따라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채굴·생산·제조된 모든 상품·부품을 강제 노동 생산품으로 추정하여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EU도 중국의 강제 노동에 대응하기 위한 유사 법안 도입할 계획이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 통계에 따르면 2022년 6월 UFLPA 시행 이후 올해 7월 1일까지 약 16.4억 달러(총 4,651건) 상당의 수입 통관이 보류됐다.

UFLPA 집행 통계(좌) 및 품목별 UFLPA 집행 현황(우). (출처=US CBP)
UFLPA 집행 통계(좌) 및 품목별 UFLPA 집행 현황(우). (출처=US CBP)

이에 중국은 신장 위구르 강제 노동 제재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며 관련 기업의 실사 행위를 반간첩법에 의거한 ‘간첩 행위’로 간주해 처벌에 나섰다.

7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반간첩법은 간첩행위의 정의를 확대하고 간첩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하며, ‘국가안보와 이익에 관한 정보’ 등 모호한 규정이 있어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

환경 분야에서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국·EU가 공동 추진 중인 ‘지속가능 글로벌 철강 협정(Global Sustainable Steel Arrangement, GSSA)’에서는 환경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되는 탄소 집약 상품의 국내 유입을 제한하고 중국 철강의 과잉 설비, 과잉 생산 문제에 대응하고자 하고 있다.

중국도 탄소중립화 노력이 불가피함을 인식하고 ‘쌍탄소’ 정책을 강화해 탄소 배출권 거래제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으로 인해 단기 내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다.

산업계,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 및 중국 반격 대응 위한 초격차기술 확보제3국 공조 모색해야
中 관련 사업 및 공급망은 분리 대응 필요

보고서는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과 중국의 반격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기업의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CBAM, UFLPA 등 탄소 및 노동 관련 통상 규범이 우리 기업에게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한편, 중국의 경제 강압 조치 가능성에 대비하여 취약 분야를 점검하고 다른 국가와의 공조를 모색해야 한다.

또한 중국은 단일 최대 시장이자 제조 기지로서의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기업은 중국 시장 자체를 포기하기보다는 중국 관련 사업과 공급망을 세계 시장으로부터 분리하는 전략적 판단을 검토해야 한다.

각국의 공급망 주도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초격차 기술 확보가 필요하므로 원천 기술 투자와 R&D 세액공제, 보조금 등 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제3국과의 기술·공급망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한아름 연구원은 “미국, EU 등의 공급망 재편 정책으로 우리 기업이 선의의 피해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IRA의 해외 우려 기관(Foreign Entity of Concern, FEOC) 가이드라인 등 미해결 쟁점에 대해 민관이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일각에서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론이 제기되고 있으나 중국은 여전히 단일 시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이자 단기간에 대체가 어려운 제조 인프라와 산업 클러스터를 갖추고 있다”면서 “기업은 탈(脫) 중국보다는 중국 내 생산기지를 내수 전용으로 활용하면서도 미국 등 대중 규제가 엄격한 국가를 위한 생산기지를 미국 현지 또는 인도, 멕시코 등 제3국에 구축하는 이원화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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