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US스틸의 흥망성쇠(興亡盛衰)

황병성 칼럼 - US스틸의 흥망성쇠(興亡盛衰)

  • 철강
  • 승인 2023.09.0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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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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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은 흥망성쇠(興亡盛衰)의 대명사였다. 천년의 찬란한 역사를 자랑했던 제국이 망한 것은 여러 원인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이혼의 급증으로 말미암은 가정의 해체, 높은 과세로 정부에 대한 무너진 신뢰, 개인의 사치와 향락이 도를 넘어서며 국가가 극도로 혼란에 빠지면서부터다. 이 혼란으로 결국 동로마와 서로마로 양분되었고, 476년 서로마 제국은 마지막 황제 로물루스 아우구스투스가 게르만족 장군 오도아케르에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종말을 맞는다. 

비잔티움 제국이라고도 불리었던 동로마 역시 몇 세기 동안 존재했지만, 1453년 오스만 튀르크 제국에 의해 정복당한다. 쇠(衰)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무분별한 확장과 정치권력이었다. 이것이 관리되지 않으며 제국은 몇 세기 동안 번영은 계속됐지만, 정치적 불안정, 경제적 쇠퇴, 외국 열강의 군사적 위협 등 수많은 도전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와 함께 찬란했던 그리스도교와 그리스 문화를 융화시켰던 비잔티움 문화도 막을 내렸다. 이처럼 흥(興)과 쇠(衰)를 뚜렷하게 보여준 로마제국의 역사는 후세에 큰 교훈을 남겼다.    

세상에는 영원한 것은 없다. 그 어떤 어려운 일도, 즐거운 일도 영원할 수 없다. 찬란했던 로마제국의 흥망성쇠를 보면 더욱 그렇다는 생을 한다. 세상은 변하기 때문에 살맛이 난다는 어느 시인의 시어에 공감한다. 좋은 일이 영원히 반복되면 인간은 오만하게 되고 결국 파멸에 이른다. 수많은 역사적 사실이 이것을 입증한다. 마립간의 노랫소리가 휘영청 달 밝은 안압지(월지)에 흥겹던 신라가 망한 것이 좋은 예이다. 태평성대가 오래도록 지속되는 동안 포석정에서 타락의 술잔을 띄우며 방탕했고, 월지에서 달구경하며 가무(歌舞)만 즐겼으니 이 왕조가 영원할리 만무하다. 

세월이 흘렀다 하여 이 같은 사례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제조업 상징인 US스틸이 매각을 추진 중이다. 12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철강사가 매물로 나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우리는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와 ‘금융왕’ 존 피어폰트 모건의 존재를 기억한다. 1901년 모건이 카네기의 철강회사 ‘카네기스틸’을 포함한 9개 철강회사를 인수 합병하며 탄생한 것이 US스틸이다. 당시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이던 미국 철강 산업의 3분의 2를 지배하던 어마어마한 회사였다. 이처럼 미국의 자존심과 같았던 회사가 매물의 흥정거리로 등장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한때는 세계를 호령하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잘 나가던 미국의 철강 산업은 50년 전 일본에 주도권을 빼앗기며 쇠퇴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으로 패권이 넘어갔다. US스틸은 폭풍처럼 몰아친 구조조정 물결에서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외국산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에 지난해 기준 철강업계 세계 27위(생산량 1,449만t)로 속락했다. 세계 1위인 중국의 바오우 그룹(1억3,184만t)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초라하다. 포스코(7위)와 현대제철(18위)과 비교해도 한참 뒤진다. 철강 왕조는 그렇게 섬광처럼 빨리 나락으로 떨어졌다.  

1, 2차 세계대전 특수를 누렸고, 미국 자동차 산업의 황금기를 지배했던 US스틸에 드리운 암운이 심상찮다. 이 회사가 어떻게 역사적 결말을 맺을지 궁금하다. 인수 의지를 불태우는 곳은 미국 철강기업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이다. 1차로 인수 제의를 거절당했지만 ‘철강계 일론 머스크’로 불리는 곤칼베스 CEO가 “세계 10위 미국의 철강기업을 만들겠다”는 야망을 꺾지 않고 있다. 미국의 철강노조 지지까지 이끌어낸 상황이다. 이 밖에도 여러 업체들이 탐욕의 군침을 흘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어느 과학자는 거대한 공룡이 지구상에 사라진 이유를 질병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천적도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에 의해 몰살당했다는 것이다. 한 이론에 불과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것은 팬데믹 상황을 겪으며 우리는 실감했다. 거대한 댐이 무너진 것도 작은 구멍에서 시작된다. 철옹성과 같은 US스틸이 흥망성쇠의 산 증인이 된 것도 이 같은 논리와 다르지 않다.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하는 것은 누구도 이 같은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로마제국의 멸망과 US스틸 쇠락을 보며 세상은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음을 인지한다. 가슴 깊이 새기고 또 새겨도 부족하지 않은  이 교훈은 영속 불멸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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