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자원 상생포럼, 이번에는 믿어도 될까?

철자원 상생포럼, 이번에는 믿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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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9.0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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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김정환 기자 jhki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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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탄소중립 이행을 앞두고 저탄소 원료 확보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해지면서 우리 업계도 철자원 공급망 강화를 위해 뜻을 모았다.

한국철강협회와 한국철강자원협회는 제강사와 철스크랩업계 간 공동 발전을 위해 지난달 17일 ‘철자원 상생포럼’을 발족하고 관련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양 업계는 이날 협약을 통해 ▲철스크랩 산업화 기반 구축 ▲철스크랩 품질·활용도 향상 ▲철스크랩 공급사 역량 제고 등 관련 제도 개선에 상호 협력하면서 도출된 각종 과제들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혔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마침내 양 업계가 상징적으로나마 화합 도모를 위해 수년 만에 다시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그러나 시간을 잠시 되돌려보면 씁쓸한 뒷맛은 여간 넘기기 힘든 게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재작년 초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제강사들이 지난 2010년부터 무려 8년여 간 철스크랩 구매 담합을 벌였다면서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3,000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담합이 불가한 철스크랩 시장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당시 제강사들은 공정위 조사가 지나쳤다고 입 모아 항변했지만 공급사들은 그동안의 의심이 확신으로 뒤바뀐 순간이다.

쉬쉬하던 철스크랩 담합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기점으로 그간 제강사와 공급사 간 소통 명맥을 이어오던 철강협회 산하 철스크랩위원회도 이름만 유지한 채 사실상 완전히 와해됐다.

국내 철스크랩 시장은 전체 물량 80% 이상을 대형 철강사가 구매하고 있어 주요 제강사들의 가격 패턴이 그대로 공급사 등 하부 업체로 전달되는 구조다.

특히 생산품이 아닌 발생재인 철스크랩 특성상 가격 등락과 함께 제강사들의 적극적인 입고 통제로 대부분 공급사들은 매년 1%대 안팎에 그친 수익성에 머물러야 했다.

탄소중립으로 발등에 불 떨어진 제강사들이 이제 와서 손을 내민다는 비아냥과 함께 언제든 가차 없이 입고 통제로 숨통을 조일 것이란 불신 일색이다.

산업 구조상 갑을 관계가 명확한 가운데 기존 철스크랩위원회와 달리 이번 상생포럼에서는 양 업계가 상호 평등한 위치에서 운영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오는 만큼 공급사들의 보다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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