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철강회사 회장의 일탈(逸脫)

모 철강회사 회장의 일탈(逸脫)

  • 철강
  • 승인 2023.09.0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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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손유진 기자 yjson@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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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대기업 회장이 자택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주주의 현수막을 칼로 훼손해 검찰에 송치됐다. 당사자는 말하면 알 수 있는 모 철강회사 회장이다. 살인 예고글로 사회적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요즘인 만큼 칼을 들고나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됐다.

사회면에 나갈 기삿거리가 철강금속 분야와 무슨 연관성이 있겠냐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의 성정(性情)이 자사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어서이다. 그 회장의 성정에 대한 안팎의 비판이 적지 않다. 그가 한 언론사 경영권을 잡자 100명의 직원이 자진퇴사했다. 자사에서는 팀장급 직원들에게 지난해 많은 영업이익을 달성했음에도 사표를 받았고 더 개선하지 못하면 자르겠다는 식의 지시를 내렸다는 후문도 있다. 철강 호황이었던 2021년보다 더 좋은 실적을 냈는데도 말이다. 

어떤 이는 회장님이 잘 될 때는 시황이 좋아서 그런거지 당신들이 한 게 뭐 있냐, 안 될 때는 시황 탓 말라며 실적 압박을 가했다하고 또 다른 이는 중간관리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주장한다. 누구 입에서 나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누구의 의중이든 그 공간에서 왜 그런식의 실적 압박이 있었는지가 의문이다. 

실적 압박 탓인가. 회장님이 이끄는 그 자사에서는 직원들의 내부 불만과 퇴사일만 앞당겨지고 있다. 철강업계는 별일이 없으면 정년까지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찐(眞) 철밥통’이다. 근데 이 회사 근속연수는 14년 남짓. 경쟁업체로 이탈한 직원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점도 내부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주주의 현수막은 훼손해도 직원들의 마음은 훼손하지 말아달라고 첨언하고 싶다. 철강 시황을 나무라거든 중국과 러시아를 원망하지 직원들은 질책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업계 내부에서 이 회사 직원들은 유난히 날이 서 있고 전투적이라는 말이 많다. 시황 악화에도 전사(戰士)로 임하는 그들의 노력을 한 번 되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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