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시행 1년, 국내 배터리 공급망 영향은?

IRA 시행 1년, 국내 배터리 공급망 영향은?

  • 비철금속
  • 승인 2023.09.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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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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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미국 IRA 시행 지침이 우리나라 배터리 공급망에 미칠 영향’ 보고서 발간
배터리업계, 양극재·전구체의 생산 내재화 및 리튬 등 주요 광물의 조달처 다변화 필요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 구자열)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미국 IRA 시행 지침이 우리나라 배터리 공급망에 미칠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이하 ‘IRA’)은 반도체과학법(CHIPS Act)과 함께 미국 제조업의 부활과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통해 전기차,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담고 있다.

IRA는 청정 제조 시설, 첨단 제조 생산, 친환경 전기차 관련 세액 공제 프로그램 등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후 변화 대응 지출 계획을 담고 있어 우리의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친환경차 세액공제’(Clean Vehicle Tax Credit)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자는 구입하려는 해당 자동차가 특정 요건을 충족한다면 총 7,50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재무부가 올 3월 발표한 시행 지침에서는 양극재를 배터리 부품 제조에 직접 사용되는 물질인 ‘구성 재료’로 분류하여 양극재 생산을 핵심 광물 가공 과정으로 인정하였으며, 이에 양극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창출한 부가가치를 핵심 광물 비율 비중 계산에 산입할 수 있게 되어 우리 배터리 업계에 유리하게 작용될 전망이다.

다만, 해외우려기관(FEOC)에 대한 명확한 세부 지침이 제시되지 않아 제3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 제3국 기업과 중국 기업이 설립한 합작회사(JVC)가 해외우려기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도 상존한다.

2023년 상반기 對美 이차전지 양극재 수출 전년 比 191.4% 증가

2023년 상반기 우리나라의 대미 양극재 수출은 12.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1.4% 증가했는데 이는 IRA 시행 이후 국내 배터리 기업의 미국 내 공장 증설과 이에 따라 원료가 되는 국내 가공 양극재의 수출이 탄력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전체 양극재 수출 중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에는 4.0%에 불과했으나, 2022년 11.7%, 2023년 1~6월에는 16.6%로 지속 상승 하는 추세이다.

양극재 수출이 늘어날수록 원료가 되는 전구체와 리튬 수입도 증가하는 무역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전구체와 리튬 수입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무역수지도 악화되고 있다.

핵심 광물 對中 수입 증가, 對中 무역수지 악화 요인으로 작용

2023년 상반기 기준 양극재의 대세계 수출액은 74.9억 달러, 무역수지 58.1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으나, 같은 기간 전구체와 리튬에서는 각각 21.7억 달러, 50.9억 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특히 2023년 상반기 전구체와 리튬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각각 21.1억 달러와 30.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차전지 생산에 필수 원료인 수산화리튬의 수입 급증이 최근 대중 무역수지 악화의 주원인으로 작용했다.

양극재, 리튬, 전구체의 대세계 무역수지(좌) 및 양극재, 리튬, 전구체의 대중국 무역수지(우). (출처=무역협회)
양극재, 리튬, 전구체의 대세계 무역수지(좌) 및 양극재, 리튬, 전구체의 대중국 무역수지(우). (출처=무역협회)

최근 국내 배터리 업계는 증가하는 양극재 수요에 대응하고 IRA 상의 핵심광물 세액 공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전구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전구체 공정의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5년 간 전구체 수입액은 연평균 250.3%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해 왔으나, 2023년 상반기 중 증가율은 전년 대비 10.2% 증가해 다소 둔화됐다.

전구체 내재화 진행에 따라, 전구체 생산에 투입되는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등 원료 화합물의 국내 생산과 수입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 화합물을 생산하기 위한 원료의 수입 또한 증가하는 추세이다.

올해 상반기 황산니켈과 황산코발트의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0.2%, 55.4% 증가했으며, 이들의 원료가 되는 니켈 브리켓과 코발트 중간 제품의 수입량도 각각 38.8%, 98.6% 증가했다.

또한 올 10월부터 전남 광양에서 호주산 경암형 리튬(스포듀민)을 수산화리튬으로 정제할수 있는 설비가 가동됨에 따라, 수산화리튬에 대한 대중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호주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로서, 호주에서 채굴된 리튬은 IRA 상 적격 핵심 광물로 판정받기에 유리하다.

양극재, 전구체 및 전구체에 투입되는 원료 화합물의 생산능력 확보는 IRA 상의 세액공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배터리 소재의 수직 계열화를 통한 원가 절감 및 향후 수요가 급증할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전구체를 수입에 의존하게 되면 세액공제를 받기 위한 적격 핵심광물 비율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수입할 경우 해외 우려기관(FEOC) 조건에 따라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제련 기술 확보 및 배터리 소재의 수직 계열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전구체 및 원료 화합물에 대한 연구개발 및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보고서는 IRA 시행에 따른 배터리 공급망 재편은 단기적으로 한국 배터리 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나,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글로벌 진출 전략 강화와 미국의 전기차‧배터리 산업 육성 정책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수출 우회 목적 및 韓 기업 원료 조달 위한 중국의 對韓투자 증가
美 해외우려기관(FEOC)규정 불명확, 한중 합작 기업의 美수출 불확실성 우려

해외우려기관(FEOC) 제외 조건에 따라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제한되어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선점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중국 기업이 미국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우회적으로 IRA 세액공제를 받게 될 경우, 한‧중 기업 간 경쟁은 불가피하다.

한편 미국 수출 우회로를 찾으려는 중국 기업과,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가 필요한 한국 기업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배터리 소재 관련 중국 기업의 대한 투자 및 합작 법인 설립이 증가하고 있다.

다만 제3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 제3국 기업과 중국 기업이 합작하여 설립한 기업에 대한 해외우려기관(FEOC) 해당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한‧중 합작 기업의 미국 수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한국무역협회 고성은 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경쟁하려면 미국 등의 정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과감하고 선제적 투자전략을 펼쳐야 한다”면서 “중국의존도가 높은 양극재와 전구체의 생산 내재화와 리튬 등 주요 광물의 조달처 다변화를 추진하고, 미국 내 생산이 불가피한 배터리 부품에 대해서는 신속한 대미 투자 결정과 집행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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