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동동 구루무와 ‘SMK 2023’

황병성 칼럼 - 동동 구루무와 ‘SMK 2023’

  • 철강
  • 승인 2023.09.2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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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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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구루무 한 통만 사면 온 동네가 곱던 어머니. 지금은 잊혀진 추억의 이름 어머님의 동동 구루무 … 동동 구루무 아끼시다가 다 못쓰고 가신 어머니.가난한 세월이 너무 서럽던 추억의 동동 구루무….’ 

아득히 추억이 된 흘러간 옛 노래 가사이다. 여기서 ‘동동’은 북소리이고, ‘구루무’는 영어 크림(cream)의 일본식 발음이다. 시골 난장에서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등 뒤로 둘러맨 큰북을 치며 “동동 구루무 사세요.”라고 외치며 화장품을 팔던 시대가 있었다.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을 겪으며 질곡의 세월을 건너온 그 시절 풍물시장 풍경이다. 60∼70세대들의 코흘리개 시절 추억 속 사회상이기도 하다. 장날 물건을 전시해 놓고 호객(豪客)행위를 하던 그 시절은 이제 흑백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추억이 되었고 애환으로만 남았다. 

장날 얼큰히 취한 목소리로 구성진 노랫가락이 즐겁던 아버지의 손에 들려있던 동동 구루무는 어머니를 향한 애틋한 사랑이었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없이 윗목에 던져놓으면 어머니는 그 동동 구루무를 아끼고 또 아껴서 썼다. 사실 이 제품은 진짜보다 가짜가 더 많았다고 한다. 제품 원료는 우리나라 박가분과 일본이나 중국에서 몰래 들여온 서가분과 장가분 등이었다. 중국산은 지금도 신뢰할 수 없는 데 그때야 오죽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분 속의 납 성분이 몸에 좋지 않다는 소문이 퍼지자 결국 동동 구루무는 종적을 감췄다. 

이 동동 구루무의 원료가 됐던 박가분은 두산그룹과도 인연이 깊다. 그룹 창업자 박승직의 아내 정정숙 여사의 아이디어에 의해 화장품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한 노파가 백분을 직접 만들어 포장해 파는 모습을 보고 남편 박승직과 상의해 화장품을 만들어 1920년 상표 등록까지 했다. 이것이 인기가 폭발하며 가내수공업에서 어엿한 기업체로 성장한 두산그룹 태동의 시발점이 됐다. 쌀가게가 모태가 된 현대그룹과 정미소의 삼성그룹 탄생과  무척 닮았다.

북 치고 장구 치던 난전의 장사꾼은 구경거리를 제공하던 서커스단과 달랐다. 물건을 팔기 위한 수단이 풍물놀이였다. 그들이 전시해 놓고 파는 것은 일상에 필요한 잡화부터 상비약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만물상이었다. 비록 떠돌이 장사꾼이었지만 당시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둘도 없는 도우미 역할을 했다. 논리 비약일지 모르지만 과거 그들의 모습에서 오늘날 전시회를 떠올린다. 전시장을 가면 두 부류가 있다. 부스에서 조용히 앉아서 관람객을 기다리는 업체와 난전 장사꾼처럼 시끌벅적한 행사로 관람객의 발길을 잡는 적극성을 뛰는 업체가 있다.  

장돌뱅이 호객행위를 닮은 후자의 부스에는 진성 관람객이 넘쳐난다. 반면 전자의 부스에는 뜨내기 관람객이 대부분이다. 이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일 수도 있다. 대기업 부스는 비교적 규모가 크다. 자금사정이 넉넉하기에 예쁜 도우미를 동원해 다채로운 행사를 펼치니 관람객이 북적거리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 부스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간혹 중소기업 부스에도 특별한 호객행위가 펼쳐지기도 한다. 자금과 상관없는 발상의 전환에서 나오는 깜짝 행사에 많은 관람객의 발길이 머무는 것을 보면 실로 놀랍다. 

추석을 쇠고 나면 우리 업계 대표 전시회 ‘SMK 2023’이 성큼 다가온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장날을 맞은 장사꾼처럼 즐겁게 손님 맞을 일만 남았다. 이번 전시회에는 철강 및 비철금속을 대표하는 업체들이 많이 참석하지만 아쉬움도 크다. 당연히 참석할 것으로 믿었던 업체들이 참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겠지만 잔칫날 초대에 응하지 않은 손님처럼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전시회 관람만은 적극 권한다. 준비한 것이 많은 풍성한 잔칫상을 함께 즐겼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준비위의 초대 말을 꼭 현장에 와서 확인하기 바란다. 

동동 구루무 노래에서 ‘동동 구루무 아끼시다가 다 못쓰고 가신 어머니’라는 가사를 들을 때면 먹먹한 가슴을 주체할 수 없다. 세월은 그렇게 무심히 흘렀고, 가난에 찌들어 가엽던 우리의 많은 어머니는 고생만 하다 세상을 떠났다. 그 흔한 싸구려 동동 구루무 하나 바르지 못하고 떠난 어머니도 많다. 그 애환을 더듬어 간 곳에 동동 구루무를 팔던 장돌뱅이를 발견하고 전시회를 잠시 떠올렸다. ‘SMK 2023’도 그들의 흥이 고스란히 이입되어 성공한 전시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공의 열쇠는 우리 업계 종사자들의 많은 관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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