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상생의 의미

올바른 상생의 의미

  • 철강
  • 승인 2023.12.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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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김정환 기자 jhki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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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국내 철스크랩 가격이 지난달 급락하면서 납품업체들의 근심도 날로 깊어졌다.

매집이 부족해지는 동절기와 함께 12월 '저점'은 확실해진 듯하나 주요 전방산업인 건설경기가 역대급 침체를 이어가면서 '반등'은 아직까지 섣부르단 평가다.

튀르키예 등 글로벌 지표는 나날이 뛰는데 국내 시세는 세계 최고가에서 최저 수준으로 단숨에 곤두박질쳤다는 열패감(?)도 은연중 묻어 나온다.

문제는 이번에도 제강사와 철스크랩 업계 간 '상생' 기류는 물 건너간 분위기다.

탄소중립과 함께 저탄소 원료 확보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해지면서 우리 철강업계도 공급망 강화를 위해 지난 9월 철강협회와 자원협회 등 각 협회를 주축으로 '철자원 상생포럼'을 발족한 바 있다.

제강사들의 철스크랩 구매 담합과 같이 발등 찍혔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마침내 양 업계가 상징적으로나마 화합 도모를 위해 수년 만에 다시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다만, 최근 예고 없던 제강사들의 별안간 입고통제에 '역시는 역시'란 자조 섞인 반응이 대다수다.

국내 철스크랩 시장은 유통 물량 대부분을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사가 구매하고 있어 주요 제강사들의 가격 패턴이 그대로 하부 공급사로 전달되는 구조다.

특히 생산품이 아닌 발생재인 철스크랩 특성상 단가 인하보다 무서운 게 바로 입고통제다.

제강사별 입고통제로 할당량에 맞춰 입고가 진행되니 제각각 고(高) 단가 재고를 비우기 위해 매출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시중 물동량이 급증하는 등 악순환은 반복된다.

철스크랩 업계 관계자는 "제강사에서 매년 사업계획 수립 전후로 내년에도 (원활한 납품을) 잘 부탁드린다며 읍소할 땐 언제고, 연이어 무차별 단가 인하와 입고통제로 밀어낸다"며 볼멘소리다.

이어 "매년 같은 패턴이지만 철스크랩 업계는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극한의 산업 구조"라고 푸념한다.

철스크랩 업계뿐 아니라 거대 제강사들도 적자생존을 위해 숱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부터 누적된 실적 악화로 당장 이익을 내기 위해선 공존보단 눈앞의 원가절감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곳간에서 인심 나듯 호시절에는 어떻게든 상생의 조건이 맞춰진다. 그러나 진정한 상생의 의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혈구지도의 자세가 아닐까. 철스크랩 업계는 오늘도 덧없는 튀르키예 시장만 하염없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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