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K방산과 방탄강의 위대함

황병성 칼럼 - K방산과 방탄강의 위대함

  • 철강
  • 승인 2023.12.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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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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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가면 낙성대(落星垈)라는 곳이 있다.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려와 거란 전쟁의 마지막을 승리로 장식한 고려시대 충신 강감찬 장군의 출생지다. 그가 출생 시 별이 떨어졌다고 하여 낙성대라고 불린다. 요즘 한 TV 방송국 사극에는 ‘고려-거란 전쟁’이 흥미진진한 인물 설정으로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 전쟁을 더욱 재미하게 만드는 것은 개성 있는 인물들이 다양하게 포진해 연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특히 그중 귀주대첩 주인공인 강감찬 장군 역 최수종의 연기는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극에 몰입하게 한다. 

우리나라 3대 대첩 중 하나인 귀주대첩은 세 번째로 침공한 거란을 물리친 전쟁으로 유명하다. 2개월에 걸친 거란과 전쟁에서 고려군은 기습과 매복, 수공작전으로 그들의 허를 찔렀다. 이것을 이겨내지 못하고 퇴각하는 거란 군이 귀주를 지날 때 고려군 총사령관 강감찬 장군이 마지막으로 치명적인 패퇴를 안겼다. 이것이 바로 귀주대첩이다. 이 대첩이 지닌 큰 의미는 거란의 성종이 고려를 굴복시키려는 야망을 버리게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끈질기게 요구했던 국왕의 친조(親朝)와 강동 6주 반환을 더는 요구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고려가 이 전쟁을 이긴 요인이 있었다. 강력한 거란 군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강감찬 장군의 뛰어난 지략과 검차(劍車)와 같은 훌륭한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란군의 막강한 기병을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었던 것은 검차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 몽골이 세계를 정복한 것은 강력한 기마병을 보유했기에 가능했다. 같은 부류인 당시 거란군도 말 타고 싸우는 데 능했다. 초창기 싸움에서 고려군이 고전한 것도 이 기마병 때문이었다. 그러나 검차 등의 무기로 대응하면서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다. 끈질긴 정신력도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현대전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무기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을 통해 실감한다. 다행히 우리는 자주국방의 기틀을 다지며 검차와 같은 뛰어난 무기를 생산하는 방산 대국으로 부상했다.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매스컴 등을 통해 수시로 실적을 확인한다. K9 자주포, K1전차, 경공격기 FA-50 등의 수출 증가는 K방산의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호주로 장갑차 레드백 수출 잭팟까지 터트렸다. 향후에도 수출 계약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K방산이 믿고 쓰는 세계적 무기가 된 것이다.

K방산이 잘 나가는 데는 K철강 역할이 컸다. K철강 없이는 K방산이 있을 수 없다. 특히 고부가 철강재 방탄강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 방탄강은 높은 경도와 충격 인성을 동시에 만족하기 위해 니켈(Ni), 크로뮴(Cr), 몰리브데넘(Mo) 등 다량의 원소를 첨가한 합금강(Alloyed steel)이다. 브리넬 경도 360HB, 기가스틸(Giga Steel)과 유사한 인장강도를 갖는 최고급 강이다. 무려 16개의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야 마침내 방탄강이 탄생된다. 탄알에 뚫리지 않는 강인함으로 자주포나 전차와 같은 방산 장비의 원소재로 사용된다. 

방탄강의 국산화는 피나는 노력의 산물이다. 국산 제품 첫 개발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과 마주한 우리는 무엇보다 자주국방이 절실했기에 방산장비의 국산화 추진 과정에서 원재료인 강재 역시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했다. 국책과제가 된 이 프로젝트에 포스코의 참여는 필연적이었다. 5년간 국방부와 공동 연구 끝에 1994년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자주국방 실현도 앞당겼다. 이렇듯 철강은 산업 소재뿐만 아니라 나라를 지키는 무기를 만드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중요한 사실에 우리 업계 종사자들은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다.

한반도 국가가 다른 국가와 전면전에서 자력으로 이겼던 전쟁이 세 번 있었다. 고구려와 수나라 전쟁, 신라와 당나라 전쟁, 그리고 거란과 고려의 전쟁이다. 고려는 이 전쟁에 승리하면서 자주적 독립성을 확보했고, 당시 동아시아 지역 역사 흐름을 바꾸는 역할까지 했다. 이때 소국이 대국을 이기는 것을 목격한 주변 국가들은 고려를 ‘꼬레’ 또는 ‘꼬레아’로 부르며 그 위상을 높이 샀다. 역사가 흐른 지금 K방산도 K철강을 등에 업고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이름을 세계 속에 드날리고 있다. 방탄강 소재가 숨은 효자가 되고 있음은 우리 업계의 자부심이자 자랑이며 가슴 벅찬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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