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없던 1분기, 철근 '마감고시제' 무용
4월 기준價 상승에도 영향력은 '글쎄'
H형강, 3연속 인상 불구 새해보다 주춤
역대급 건설경기 침체로 국내 봉형강 시장은 1분기 반전을 만들지 못하며 내리 약세를 이어갔다. 별다른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2분기 역시 본격적인 성수기 진입에도 바닥을 가늠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3월 넷째 주 국내 철근 유통가격(SD400, 10mm)은 톤당 76~77만원에 형성됐다. 앞서 톤당 78만원 안팎에서 장기 횡보하던 유통시세는 3월 초순까지 약보합세를 유지했으나, 월말 진입과 함께 4월 성수기를 앞두고 다시 하락했다.
3월 건설향 기준가격이 톤당 91만9,000원임을 감안하면 격차는 최대 16만원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가격 이원화 제도에 따른 유통향 기준가격(99만9,000원)과 비교하면 시장 가격 체계는 사실상 붕괴된 지 오래다.
새해 동국제강의 마감고시 카드에도 떨어지는 칼날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동국제강은 지난 2월부터 월별로 유통향 철근 마감가격 고시제를 운용, 최초 마감가격을 톤당 83만원으로 설정했다. 다만, 본격적인 성수기 진입에도 지속된 철근 가격 약세에 동국제강은 3월 마감 가격도 톤당 83만원으로 유지하며 전월 대비 동결했다.
생산원가까지 위협하는 현 비정상적인 유통시장을 바로잡겠다며 3월 톤당 90만원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당초 포부에도 시황은 정반대로 내리 우하향세를 이어갔다.
4월에도 유통 추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인 가운데 철스크랩 단가와 연계된 철근 기준가격은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4월 건설향 철근 기준가격을 톤당 93만원~93만5,000원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3월(91만9,000톤) 대비 최대 1만5,000원 수준 오르는 셈이다. 다만, 현 유통시세와 격차를 고려하면 기준가 상승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이란 평가다.
2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되면서 철스크랩 가격을 제외한 기타 원부자재 비용 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나 유통 추가 하락세 부담을 고려하면 최소 인상폭이 적용될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린다.
2분기 역시 성수기 진입에도 건설경기 침체로 추가 약세가 전망된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1분기 국내 철근 수요를 전년 동기 대비 14% 급감한 210만톤으로 내다봤다.
올해 주택분양 가구수는 전년 수준으로 예상되나 철근 수요와 시차를 고려하면 국내 철근 총수요는 905만톤으로 전년 대비 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11년(860만톤)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인 셈이다.
건설경기 체감지수도 여전히 기준선 아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5.0 포인트(p) 상승한 72.0을 기록했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1월 CBSI는 전월 대비 8.5p 하락한 67.0으로 석 달 만에 60선으로 내려앉은 바 있다.
2월 CBSI가 한 달 만에 다시 70선을 회복했으나 여전히 기준선 100선을 한참 밑도는 상황이다. 지수 값이 100 미만일 뿐 아니라, 전체 지수 평균치 75.1(2000~2023년 평균)과 비교해도 낮아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는 형국이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연초 하락 이후 2월에 다시 발주가 증가하는 계절적 영향으로 지수가 소폭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지수 수준이 70선에 불과해 건설경기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H형강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강사들의 3연속 인상 시도에도 H형강 유통시세는 오히려 새해보다 소폭 뒷걸음치며 1분기를 마무리했다. 연초 톤당 111만원 안팎에서 시작한 중소형 H형강 유통시세는 3월 초순까지 큰 변동 없었으나, 중순부터 흔들리기 시작해 하순 톤당 109~11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현대제철은 지난 4일, 동국제강은 5일부터 중소형 H형강에 대해 톤당 5만원 인상을 알렸다. 새해 들어 무려 3연속 5만원 인상인 셈이다. 앞서 양사는 1월 중순과 2월 초에도 각각 톤당 5만원씩 H형강 가격 인상에 나선 바 있다.
원칙마감 강조에도 오히려 새해보다 하락하며 1분기를 마무리한 셈이다. 양사 모두 동일하게 3월 인상 뒤 H형강 판매 가격을 톤당 118만원으로 고시했다. 이 기간 고마감 압박 속 일부 고점은 소폭 오르기도 했으나 월말 효과와 함께 전반 약세는 면치 못한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