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산업용 전기요금 문제에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됐다. 그동안 신중론을 유지해 온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보다 유연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현장의 기대감이 확연히 높아졌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의 ‘하향 안정화’를 공식화했다. 동시에 지역별 차등 요금제 도입도 예고했다.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철강·비철금속 제조업에는 전기요금이 곧바로 생산원가로 직결되기에 이번 발언 파급력은 결코 작지 않다.
이번 발표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불과 6개월 전과 비교해 상당한 변화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기후부는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 요구에 대해 원론적으론 공감하면서도 형평성 문제와 정책 설계의 어려움을 들어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결이 다르다. ‘하향 안정화 추진’이라는 표현은 단순 검토를 넘어 정책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이는 행정부가 산업현장의 절박한 현실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 수준은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결코 유리하지 않다. kWh당 약 181원 수준인 국내 요금은 중국과 미국의 120원대와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과거에는 오히려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작용했던 전기요금 구조가 어느 순간 부담 요인이 된 셈이다.
이러한 정책 기조의 전환은 시의적절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국내 업계로서는 에너지 비용이 중요한 변수인데, 이 부분에서 구조적 불리함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수익성은 물론 생산기지 유지 자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산업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 조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발언에서 ‘철강업’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을 주목한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특정 업종의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지목했다는 것은 해당 산업의 문제 인식을 분명히 했다는 의미다. 이는 향후 정책 설계 과정에서도 산업계 특성이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역별 차등 요금제 역시 의미가 크다. 전력 자립도와 송전비용 등을 반영해 요금을 달리하는 이 제도는 수도권 외 지역에 공장을 둔 업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국내 주요 제철소들이 지방 산업단지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단순한 요금체계 개선을 넘어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정책이 실제 실행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공청회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 다만 이번에 “공청회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언급이 나온 만큼, 정책 추진 속도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국회 차원의 입법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여당과 야당 모두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이미 발의한 상태다. 정책과 입법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은 향후 제도의 안정적 정착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다.
이번 변화는 단순히 ‘요금 인하’ 논의를 넘어, 산업 정책이 현실과 어떤 방식으로 호흡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정책, 그리고 형평성이라는 복합적인 요소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한 발 더 나아간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철강·비철금속 업계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누적돼 온 전기요금 부담이 해소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반가운 변화다. 동시에 이는 앞으로의 정책 설계 과정에서도 산업별 특성과 경쟁 환경을 보다 세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