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용 압력선체 용접재료 5종 국산화 개발, 독일 기준 수중폭파 변형시험까지 통과
특수강·용접장비·자동용접시스템까지 국산화 범위 확대해 소재·부품·장비 자립체계 구축 필요
고려용접봉이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잠수함용 압력선체 용접재료를 국산화 개발했다. 그동안 국내 조선 및 방산업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잠수함을 독자 설계·건조했지만 잠수함용 압력선체 용접재료는 전량 수입한 바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려용접봉이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공동으로 추진한 ‘잠수함(KSS)용 압력선체 용접재료 5종 국산화 개발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고, 독일 BV1050(독일 해군 함정 건조규정) 규격을 기준으로 실시한 수중폭파 변형시험(EBT)까지 모두 통과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잠수함 핵심 소재의 국산화를 사실상 완성했다.
고려용접봉은 “이번 성과는 단순히 하나의 용접재료를 개발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잠수함 산업이 ‘설계-건조-소재-검증’까지 모두 독자 수행할 수 있는 기술체계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잠수함은 일반 수상함과 구조적으로 전혀 달라 특수한 소재로 제작해야 한다. 수백 미터 깊이의 바다 속에서 엄청난 수압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잠수함의 압력선체는 단순히 강한 강재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용접재료가 더욱 중요하다. 잠수함 선체에는 수십만 곳 이상의 용접부가 존재하는 데, 아무리 우수한 고장력강을 사용하더라도 용접부가 약하면 전체 구조물은 가장 약한 부분에서 파괴된다. 따라서 잠수함에서는 흔히 “잠수함의 강도는 강재가 아니라 용접이 결정한다”라고 할 정도로 용접기술이 중요하다.
압력선체 용접재료는 초고강도, 저온 충격인성, 피로수명 확보, 균열 저항성, 수중폭발 충격 저항성, 장기 부식 안정성과 같은 성능을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독일, 미국, 일본 등 일부 방산 선진국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이 축적되어 왔다.
이번 개발에서 가장 큰 성과는 단순히 용접재료를 만든 것이 아니라 실제 폭발환경을 모사한 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수중폭파 변형시험(Explosion Bulge Test)’은 일반 인장시험이나 충격시험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용접부의 극한 성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시험이다. 수중폭발이 발생하면 구조물은 ‘충격파(Shock Wave)’와 ‘버블펄스(Bubble Pulse)’라는 두 종류의 강력한 동적하중을 받는다. 이때 용접부에는 순간적으로 매우 큰 소성변형과 다축응력이 발생한다. 시험에서는 폭약을 단계적으로 폭발시켜 용접부의 변형능력, 균열 발생 여부, 두께 감소율, 구조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고려용접봉이 개발한 잠수함(KSS)용 압력선체 용접재료 5종이 이번 시험에서 모두 합격하였다는 것은 실제 잠수함 운용환경에서도 충분한 신뢰성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연구개발이 아니라 잠수함 건조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이 성숙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번 사업의 또 다른 성과로는 국내에 시험·평가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개발 초기에는 국내에 이러한 시험을 상시 수행할 수 있는 시험체계가 없어 해외기관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해외 시험에 의존할 경우 시험비용과 일정뿐 아니라 보안, 기관 접근성, 국제 방산환경 변화 등에 따라 개발 일정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했다.
이에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해군 등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국내에서 수중폭파 변형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으며, 개발된 용접재료에 대한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었다. 이번 과정을 통해 해군의 협조 아래 진해 웅동지역에 시험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앞으로 국내에서도 동일한 시험을 반복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는 향후 잠수함뿐 아니라 수상함, 해양무기체계, 방산소재 등 다양한 국방 분야의 구조 안전성 평가에도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국가 자산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번 시험을 특정 개발과제를 위한 일회성 성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수중폭파 시험처럼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시험은 국가 인프라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상설 시험·평가체계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국가 공인 시험·인증시설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김영락 고려용접봉 부사장 겸 전략부문장·해외사업본부장은 향후 과제에 대해 “국내 용접재료 및 잠수함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잠수함용 용접재료를 국가 전략기술로 관리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압력선체용 용접재료뿐 아니라 특수강, 용접장비, 자동용접시스템까지 국산화 범위를 확대하여 소재·부품·장비의 완전한 자립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 확보한 수중폭파 변형시험 수행 경험을 기반으로 상설 시험체계를 구축하고 국가 공인 시험시설로 발전시켜 국내 방산기업이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한국선급(KR), 국방기술진흥연구소, 해군, 조선소 및 소재기업 등이 참여하는 ‘잠수함 용접기술 협의체’를 구성하여 기술표준과 인증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산 핵심 소재의 시험·평가를 개별 기업의 부담이 아니라 국가 방산 인프라의 일부로 인식해야 한다. 기업이 독자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시험시설은 정부가 지원하고 군·연구기관·기업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독일 등 주요 방산 선진국의 시험·인증 획득을 정부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해외 시험기관과의 협력채널 구축, 시험 및 인증비용 지원, 해외 규격정보 제공 등을 통해 국내 소재기업의 글로벌 방산 공급망 진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국내 시험·평가 결과가 주요 방산 선진국에서도 인정될 수 있도록 국제적인 상호 인정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해외에서 시험받는 단계를 넘어 대한민국의 시험·평가 기준과 시설 자체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산화 과제 선정 단계부터 적용 무기체계, 국내 시험·인증, 해외 규격, 잠재 수출시장과 글로벌 공급망 진입까지 함께 검토하는 ‘R&D-to-Export’ 지원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