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신년메시지) 현대제철 김무일 전 부회장

(원로 신년메시지) 현대제철 김무일 전 부회장

  • 철강
  • 승인 2017.01.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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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문수호 shmoon@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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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철강 업계는 영업이익 개선 등 불황 속에서도 개선된 모습을 보이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후방 산업들의 전반적인 침체와 함께 여전히 불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까지 오랜 기간 하락세를 보이던 제품 가격은 2016년부터 큰 폭으로 반등했으며 중국 정부가 공급과잉 정책에 제동을 걸며 일부 실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등 2016년은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해였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에 물량과 가격경쟁력에서 상대가 되지 못하고 일본 등 선진국에 제품 품질 면에서 압도적으로 앞서지 못하고 있어 국가적 경쟁력을 함양해야 한다는 자구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각 업체들의 자구적 구조조정 노력과 몸집 줄이기를 통해 실적 등에서 뚜렷한 개선이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대한민국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경쟁력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오랜 기간 철강업계에 종사했던 전직 CEO들이 바라보는 현 철강 시장의 문제점과 나아갈 길에 대한 제언을 듣고, 밖으로는 중국 안에서는 경쟁업체들과 겨뤄야 하는 국내 철강 업체들이 갖춰야 할 경쟁력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현대제철 전 부회장에게 조언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철강 산업은 최근 몇 년간 '위기'라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철강 산업이 위기를 겪는 원인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A.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적인 공급 과잉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중국에서 무분별하게 생산해 내는 철강 제품들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미국도 신흥국들도 보호무역주의를 하지 않으면 수입으로 들어오는 저가의 중국산 제품들을 막을 길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는 관세 장벽 등 아무런 무역 제재 조치가 없다. 철강 산업만큼은 아무런 무역 장벽이 없어 수입재의 범람을 제어할 길이 없다. 일본과 같은 카르텔이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저가 제품 사용을 마땅히 제재할 길이 없다. 오히려 업체들끼리 방안을 마련하려면 담합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정부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수입에 대한 제재는 사실상 쉽지 않은 문제라 할 수 있다. 근래 봉형강 부문에서 반덤핑 제소를 한 사례가 있지만 수입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국내 제조업체들이 직접 수입을 해 상품을 판매하는 사례도 있어 반덤핑 제소를 거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에는 많이 변했지만 국내 제조업체들의 고객 관리 또한 문제가 있다. 자사 가공센터나 유통 대리점들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수입에 대한 대응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과거와 같은 대기업의 갑질과 같은 행태들은 많이 줄어들었다지만 여전히 고객사들의 눈높이에 맞는 영업은 아직 멀었다고 본다. 중국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없다면 납기 관리나 다른 서비스 부문에서라도 월등히 앞서 다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국내 업체들 간 경쟁적인 몸집 키우기 역시 지금의 위기를 만들었다. 현대제철이 고로를 도입한 이유가 포스코의 갑질 행태 때문이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국내 시장 내에서도 과도한 공급과잉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제라도 중국산 저가 제품 등 수입재에 대응하고 위기를 넘기 위해서는 철저한 서비스 정신과 고객관리로 자사 만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Q. 과거 철강산업 태동기~발전기를 거치면서도 위기는 늘 있었습니다.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요? 과거 위기극복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A. 국내 철강업계는 기본적으로 수출을 해야 생존할 수 있는 구조다. 그동안 철강 산업은 시장이 좋아서 일부 업체들을 제외하면 품질 및 기술 축적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가격 면에선 중국에 뒤쳐지고 품질은 일본과 비교 대상이 된다. 우리가 품질에서 일본에 이길 수 있다고 말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는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만이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같은 제품도 세계 1위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 철강업체들의 포지션이 이러한 부분에서 좀 취약한 면이 없지 않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 업체에서 단 한 가지 아이템만이라도 1등하는 제품이 있어야 한다. 10가지 제품이 중에서 한 가지만이라도 다른 누구도 만들 수 없는 제품이 있다면 나머지 9개도 자연스레 팔 수 있다. 수요가들의 구매는 대부분 패키지 구매가 많다. 한 개의 좋은 제품을 구하기 위해 다른 평범한 제품들을 같이 구매한다. 누구도 하지 못하는 한 가지 아이템이 중요한 이유다.  
  국내 철강업계는 대량 생산 위주로 설비가 도입됐다. 하지만 이제는 대량 생산이 아닌 고객의 니즈를 실현할 수 있는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누구나 다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도 장치산업에서 중요하지만 그 누구도 하지 못하는 하나의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된다면 국내는 물론 수출에서도 판매 걱정은 없을 것으로 본다.

  Q. 중국이 초대형 제철소 중심으로 빠르게 개편되는 등 세계 철강업계의 변화도 매우 크고 빠릅니다. (물량 경쟁에는 한계가 있고, 기술 경쟁에서도 중국의 추격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철강업계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A. 최근 국내 철강 시장은 중국산 제품들의 범람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전 세계에서 보호무역주의를 펼치는 등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국내 철강 업계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 중국산 문제 역시 국가에서 장벽이 돼주기는 어렵다. 결국은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철광석 등 원료를 수입하는 국가다. 결국 완전한 자급자족이란 있을 수 없다. 내수 시장이 좁기 때문에 원료를 수입해 완제품을 수출해야 한다. 중국이 넘쳐나는 공급으로 국내 철강 업계의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과 물량 싸움 가격경쟁은 사실상 우리가 이길 수 없는 전쟁이다.
  결국 생존을 위해서는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면 결국 자사만의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오너라면 크고 많은 것보다 적더라도 자신만이 만들 수 있는 나만의 제품이 있어야 한다. 작고 적지만 세계 1위 제품 하나가 전부를 먹여 살릴 수도 있다. 아마추어 100명이 정상급 프로 1명을 이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누구든지 설비만 놓으면 팔 수 있는 제품으로는 승산이 없다. 자동차강판이면 자동차강판에서 세계 1위가 돼야 한다. 기업만의 고유 경쟁력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결국 이러한 고유 경쟁력이 생길 때 수출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국내 업체들은 수출을 하지 않고서는 생존이 불가능한 만큼 해외 시장에서 전 세계 업체들과 견줘도 뒤떨어지지 않는 고유 경쟁력을 고민해야 한다. 

Q. 최근 말이 많은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또 어떠한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A. 우리 정부는 기초 산업에 너무 소홀한 경향이 없지 않다. 특히 철강 산업의 경우 해외에서 반덤핑 제소를 당하는 등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에 피해를 입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중국 등에 무역 보복 조치가 두려워 철강 산업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며 대대적인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했고 동남아 등 신흥국가들도 반덤핑 제소를 통해 자국 철강 산업을 위한 보호무역주의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 봉형강, 철근, 판재류 제품 등 전 제품에 걸쳐 중국산이나 일본산 등 값싼 제품들이 국내 시장을 유린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한 수입재를 막기 위한 철강업계의 움직임을 담합으로 규정하고 업계 차원의 수입재 대처조차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3~4년 전 냉연 판재류 제품에 대한 공정거래위반 조치가 그랬고 이번 철근 담합 건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국내 철강 산업의 기반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산업이라는 게 완만하게 상승을 해야 탈이 없는데 급성장을 하게 되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철강은 보수적인 산업이다. 몇 년 새 몇 배 늘어나거나 하면 산업 인프라가 같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취약한 면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너무 급속도로 성장했다. 국내만 보더라도 최근 같은 시황에선 보수적인 회사들이 오히려 타격이 적다. 최근 몇 년 새 투자를 벌인 업체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업체들이 거의 없다. 포스코도 문어발식 확장을 한 이후 모두 구조조정에 나섰고 동국제강과 동부제철 역시 투자로 인한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조조정에 대해 말하자면 국가단위로 구조조정을 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그러한 구조조정은 쉽지 않다. 철강 업계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사실 쉽지 않은 부분이다.
  철강 대기업들도 무작정 합병을 원하지 않고 있다. 자사에 정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합병을 꺼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동부제철만 해도 그렇다. 막대한 채무 때문에 꺼려지는 부분도 있지만 확실한 캐시카우를 갖고 있는 업체라면 분명 누군가는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구조조정은 결국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인수 기업에서 어느 정도 희생을 하지 않는다면 합병이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기 위해선 인수 합병 외에도 불필요한 설비를 없애는 작업이 필요하다. 인수 합병한 업체에서 불필요한 설비를 없애거나 경쟁에서 뒤쳐진 업체가 스스로 가동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결국 대기업에서 총대를 메야 하는데 자신들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구조조정을 하려는 업체를 찾긴 쉽지 않을 것 같다.  

 
  Q. 후배들을 위한 조언 한마디  

  A. 지난해 가을 오랜 사회생활을 함께하던 옛 후배들의 권유로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자기계발서 ‘인생 한 手’를 출판해 베스트셀러에 오른 적이 있다. 필자는 그곳에서 다음과 같은 조언을 했는데 이 지면을 통해 간추려 소개하려 한다.
  독일의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은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에게 ‘좀 더 높은 이상이 없었다면 인류는 쉬지 않고 일만하는 개미떼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라고 묻는다.
  이에 필자가 생각하기로는 인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하며 살아왔다. 그 결과 다른 동물에 비해 전두엽이 발달했고 생존경쟁에서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풀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치밀하게 계획하고 꿈꾼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유능한 직장인으로 살고 싶다면 다음과 같이 네 가지 목표를 설정하기 바란다.
  첫째, 가슴 속 깊은 곳에 새로운 꿈을 품을 것. 우리는 인생의 여행자다. 꿈은 일종의 나침반과 같은 것으로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지를 알려준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꿈을 찾아 가슴 깊숙한 곳에 간직하길 바란다. 직장을 다니면서 이룰 수 있는 ‘회사대표’ 같은 꿈도 좋고 퇴임 후에 예술가나 문학가도 좋다. 막연하게 꿈꾸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큼은 반드시 이루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둘째, 새해를 맞을 때마다 한 해의 목표를 설정하라. 한해의 목표는 업무, 재정, 건강, 자기계발 등 분야별로 나누어 설정하는 것이 좋다. 만약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거나 매년 해 오던 일이라면 봉사항목에 끼워놓아도 무방하다. 업무는 회사에서 한 해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다. 승진과 관련된 것도 좋고 실적과 관련된 것도 좋다.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월 목표를 설정하라. 월 목표는 한 해 목표처럼 나눠서 세워도 좋고 업무에 대해서만 세워도 무방하다. 매월 성과를 내야 하는 영업, 마케팅 부서라면 당연히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은 관리나 경영지원부서라도 월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 그래야 리더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해 인사고과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일을 처리하는 습관이 붙는다. 일에 대한 마감시한을 스스로 정해서 자발적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일일 목표를 설정하라. 1년은 365조각으로 이루어진 한 개의 그림판이다. 하나하나 퍼즐을 맞춰서 큰 그리믈 그려 나간다는 기분으로 목표를 설정하라. 일일목표는 즉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조금만 의식하면 충분히 실천할 수 있게끔 낮춰 잡는 게 좋다.
  끝으로 사족을 단다면 소속된 부서는 물론 회사에 대한 애사심을 고취하기 위해 필자가 재직 시 항상 부하직원들에게 강조했던 문구를 남기며 이글을 맺겠다.
  ‘高志淸心, 愼思敢行’, 뜻은 높게 마음을 맑게, 그리고 생각함에 신중하고 행동함에 과감할 수 있는 훌륭한 직장인으로 성장 발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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