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11) 대체재의 역습과 철강 수요변화 대응

(특별기획11) 대체재의 역습과 철강 수요변화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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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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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문수호 shmoon@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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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국내 철강 산업의 대내외적 환경은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내 주요 후방 산업인 자동차와 조선 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이제껏 침체 일로를 걷고 있던 건설 산업이 상대적으로 조명되고 있는 현실이다.  

  건설 산업도 봉형강이나 철근 등 일부 품목들에 한해서만 수요가 집중되고 있고 가전산업에서는 철강이 점점 소외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기초 산업인 철강의 수요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여건도 평탄치는 않다. 중국이 전 세계에 어마어마한 공급을 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고 조금씩 좁아지고 있다.  

  국내 산업은 여전히 가격위주로 움직이는 시장으로 저가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으며 해외에서도 중국산에 밀려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각 산업에서는 철강 제품에 대응하는 대체제가 만들어지는 등 철강 산업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러한 대체재의 역습은 자동차와 가전 산업에서 특히 부각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 등의 문제가 업계 내 최고 이슈로 떠오르면서 경량화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등 다양한 대제재가 자동차에 적용되면서 철강 수요가 부쩍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등장은 자동차에서 철강 소재가 대폭 감소될 가능성을 뜻한다.  

  가전 산업도 비슷하다. 가전제품의 수요는 한정돼 있고 교체를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구매욕구와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고급 제품이 지속적으로 개발돼야 한다. 고급제품으로 교체될수록 철강 제품은 밀려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 마련에 철강업계가 고심하고 있다.  

  여전히 철강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철강 산업의 위험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도시재생 사업 등 노후 도시를 교체하는 사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철강 산업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철강 제품의 품목별 편차에 따른 수요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품목에서 대체재의 역습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들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신수요 개발 등 대책 마련을 하지 못할 경우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 자동차·가전 등 대체재 수요 진단  

  ▲ 자동차강판 경량화 이슈, “철강과 금속의 대치”  
  최근 자동차 경량화가 업계 내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차량 경량화는 자동차의 기본 성능인 가속력과 제동력 향상을 위한 방식 중 하나로 논의돼 왔으며 최근에는 환경규제와 연비 개선 차원에서 니즈가 증대되고 있다.  

  실제 차량 기본 성능 개선, 연비 향상 및 배기가스 저감을 동시에 구현하는 데 있어 차량 경량화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중량 1,500kg의 5인승 승용차 무게를 10% 줄이면 일차적으로 가속성능 8% 향상, 제동거리 5% 단축, 조향성능 6% 향상 및 샤시 내구수명 1.7배 증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경량화 기술은 크게 자동차 구조 자체를 합리화하는 방식과 소재를 신규 소재로 전환하는 방식, 제조 시 새로운 공법을 도입하는 방식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소재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면 자동차용 소재로 1970년대에 74%를 차지했던 철강재가 2010년대에도 63%로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플라스틱(10%), 알루미늄(9%), 고무(5%), 기타(14%) 등과 점차 경합이 이뤄지고 있다.  

  철강 쪽에서는 초고장력강판(AHSS)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2012년에 대당 200파운드가 소요됐던 것이 2016년에 300파운드, 2020년에는 430파운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1세대 AHSS인 TRIP강, DP강, MART강 등에 이어 TWIP강과 같은 2세대 AHSS보다 뛰어난 강재 특성을 지닌 3세대 자동차강판 상용화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알루미늄 제품은 크게 주조 제품과 단조 제품 그리고 프레스 제품으로 구분된다. 알루미늄 주조 제품은 실린더 블록 등 중량이 큰 엔진 부품에 주로 사용된다. 현재 내마모성을 요구하는 경량 실린더 블록이나 디젤엔진의 고강도 실린더 블록 등에 주로 활용되고 있으며 로드 휠에도 적용되고 있다. 반면 단조 제품은 서스펜션 로어암에 적용되며 프레스 제품은 고급 승용차나 스포츠카의 알루미늄 차체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마그네슘 부품은 실린더 블록, 자동변속기 케이스, 엔진 오일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마그네슘 판재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스트립 캐스팅 기술을 적용해 4~6mm 두께로 얇게 주조한 후 온간압연을 거쳐 바로 마그네슘 판재를 제조하면서 6mm 두께의 제품을 연속 주조하는데 성공하면서 자동차 차체로 적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그멘트 차량에 대한 철강제품 비중 변화를 살펴본 결과 A 세크먼트 차량은 과거 80%가 마일드강이었다. 지난해부터 A 세그먼트 자동차에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이 탑재됐지만 여전히 80%가 철강제품 비중으로 이뤄져 있다. 다만 마일드강은 30%만 차지하고 나머지는 핫스탬핑 재료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알루미늄에 비해 철강재는 여러 강점이 있다. 연신 등 물성에 대한 강점과 다양한 그레이드의 강종 종류가 많다. 서로 다른 특성 가진 여러 철강제품을 갖고 있고 자동차 차체 만드는데 새로운 강종이 매년 나오고 있으며 가격경쟁력은 최고기 때문에 철강 재료는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철강 제품은 대규모로 양산되는 차량에 여전히 대세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극복해야 할 점은 조립 부문과 중량 감소를 철강만으로 해결할 순 없다는 점이다.   


  ▲ 갈수록 진화하는 TV…철강 소재 외면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급 평판 TV들을 출시하고 있지만 철강 소재와는 갈수록 거리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평판 TV에는 상당량의 철강 소재가 사용됐다. 방열판 등 TV 내 각종 부품들은 물론 베젤, 백판 등 수요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4~5년 전부터 수요가 가장 많았던 백판을 시작으로 매년 철강제품의 소재 적용이 줄어들고 있다. 백판의 경우 과거 TV 백판만 전문 가공을 했던 업체들이 있었을 만큼 수요가 많았다. 전기아연도금강판(EGI)에 흑색 컬러를 입힌 흑색수지강판은 PDP, LCD TV에 일반적으로 적용됐다.  

  현재 TV 백판을 가공하고 있는 업체는 한 곳도 없다. 모두 사업을 접거나 다른 사업으로 변신한 상태다. 현재는 극히 일부 TV에 빨강 등 원색을 바탕으로 한 백판이 적용되고 있지만 사실상 수요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현재 TV 백판은 플라스틸 사출 제품에 완전히 자리를 내주고 수요 잠식 상태에 빠졌다. 방열판 역시 LED 등으로 TV가 진화하면서 사라지고 있는 케이스다.  
  TV는 현재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신소재인 퀀텀닷(양자점)에 메탈 소재를 사용해 화질 등을 대폭 개선한 ‘QLED TV’를 내놨다. 중국과 유럽에서 QLED TV 기술을 선보이는 QLED 포럼을 여는 등 본격적으로 판매 확대에 나설 참이다.  

  LG전자는 백라이트가 필요한 LCD(액정표시장치) TV와 달리 자발광을 기반으로 하는 OLED TV를 내세워 인기몰이 중이다. 올해는 4㎜가 안 되는 두께의 벽걸이처럼 얇은 LG 시그니처 OLED TV W를 새로 출시했다.  

  문제는 이러한 신제품들이 베젤조차 사라지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철강 수요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 2017-2018 철강수요 단기 전망  
올해 1.3%, 내년 0.9% 증가 예상   

  세계철강협회가 2017~2018년 전 세계 철강업계의 단기 전망(Short Range Outlook, SRO)을 내놨다. 세계철강협회는 올해와 내년 철강업계에는 경기 회복세가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위협으로 남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세계 철강수요는 1%정도 증가했는 올해는 1.3%, 내년에는 0.9%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각각 15억3,520만톤, 15억4,850만톤 수준.  

  세계 철강협회 산하 경제위원회(Worldsteel Economics Committee)의 나렌드라(T.V. Narendran) 회장은 “2016년 중국으로부터 시작된 철강 수요 회복은 예상보다 강세를 보였다”며 “올해와 내년에도 선진국의 지속적인 경기 회복과 신흥 경제 및 개발도상국에서의 성장 모멘텀 가속화로 철강 수요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와 브라질은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계 철강 수요의 45%를 차지하는 중국은 최근 수요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전 세계 철강업계의 성장 모멘텀은 완만하게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철강협회는 철강업계 경기에 영향을 미칠 몇 가지 변수를 제시했다.   

  ▶ 글로벌 경기 회복세…불확실성도 커져  
  세계 경기 침체가 회복되고 있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경제가 개선되고 있지만 지정학적 변화는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새 정부 정책의 변수와 영국의 브렉시트, 유럽의 정치적 변화, 각국에서 창궐하는 민족주의 등이 글로벌 철강업계의 자유무역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국의 영향이 클 것으로 봤다. 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고 달러화가 정상궤도에 들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신흥 경제국들로부터 자본을 유출시키고 지난 몇 년간 크게 증가한 개발도상국 기업들의 부채 비율을 높일 수 있다.   

  ▶ 석유 및 원자재  
  2016년 유가가 상승하면서 산유국들의 재정 상황은 크게 좋아졌다. 세계철강협회는 올해와 내년 유가는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최근 OPEC의 감산 합의에도 유가가 2010-2012년 수준으로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 덧붙였다.  
  석유 외 원자재 가격 역시 중국의 영향으로 반등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상의 상승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완만하게 상승한다면 이는 전 세계 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자동차 ‘흐림’, 건설 ‘맑음’  
  세계철강협회는 그동안 자동차 부문이 선진국의 수요 회복, 유가 하락, 정부의 지원 정책 등에 힘입어 철강 수요업계 최고 실적을 보였지만 동시에 수요가 최고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더 이상의 성장은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건설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철강 소비의 50%를 차지하는 건설, 건축 및 인프라스트럭처 부문의 철강 소비 행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EU의 경제 상황이 개선되고 미국의 인프라 개선 정책 등에 힘입어 선진국 등에서 건설부문의 회복세가 엿보이고 있다.  
  이밖에 기계부문의 투자는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조선업의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 중국 경제의 체질개선  
  철강업계에서 중국은 중요한 의제다. 중국 경제는 현재 체질개선 중이다. 2016년 상반기부터 중국 경제는 개혁 속도를 높여왔다. 다만 정부에 의해 경기 부양 조치가 실행되면서 인프라 투자 및 주택 시장의 단기 호황을 이끌었던 면이 철강 수요를 촉진시켰다. 그 결과 2016년 중국의 철강 수요는 1.3% 증가했다.  
  올해도 중국 경제 전망은 나쁘지 않다. 철강 수요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부동산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돼 철강 수요 역시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중국의 철강수요는 전년과 비슷할 것이며 내년에는 2% 정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 선진국, 꾸준한 성장 전망  
  올해와 내년 미국의 철강 산업 상황은 나쁘지 않다. 새 정부의 재정 정책 및 인프라 투자 계획으로 인해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석유 및 가스 부문의 투자 성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EU의 회복은 정치적 상황과 함께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 역시 글로벌 경기 회복과 엔화 약세에 힘입어 철강 수요 측면에 있어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 예상됐다.  선진국의 철강 수요는 올해 0.7%, 내년에는 1.2%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개발도상국, 견조한 성장 전망  
  ASEAN 국가들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지역들의 경제상황에 미국의 금리 인상 및 달러 강세 등이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을 제외하고서도 개발도상국의 철강 수요는 전 세계의 30%를 차지한다. 이들의 철강 수요는 2017년에는 4.0%, 2018년에는 4.9% 증가 할 것으로 세계철강협회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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