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산업 활성화,
“전문·관리기술 중심으로 진행돼야”

뿌리산업 활성화,
“전문·관리기술 중심으로 진행돼야”

  • 뿌리산업
  • 승인 2016.11.17 07:26
  • 댓글 0
기자명 이종윤 기자 jylee@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처리 “전기세 인하보다 병역특례제가 더 효과”
“중국, 일본 등 선진국 벤치마킹 서둘러야 발전”

#.
6대 뿌리업계 가운데 열처리 업계는 최근 정부의 과도한 전기요금 정책으로 연 매출의 30∼35%를 전기세로 지출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있다.
열처리 기술은 후처리 공정이라 전방산업이 침체됐을 경우 동반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는 업종이다.
실제 올해 8월 전기요금 할증으로 열처리 업체 A사는 매출 6,000만원 가운데 4,000만원을 전기료로 지출했고, S사의 경우 현대차의 파업 등으로 같은 달 생산량이 70% 가량 급감하면서 적자를 냈다.
정부가 ‘뿌리산업 진흥을 위한 2차 기본계획’을 수립, 올해 안으로 발표한다고 했으나, 최근 국정 혼란의 영향으로 국가기관의 업무수행이 정상적으로 이어루어 질 지는 미지수다.

열처리 등 뿌리산업의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전문가들은 트렌드인 스마트공장으로 전환을 제안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제품·기술 개발 없는 공정의 스마트화는 깨진 독에 물 붓기하는 게 다른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열처리 업계가 현재 위기를 어떻게 타파해야 하는지 열처리 업계에서 정통한 전문가를 16일 만났다.

이 전문가는 열처리 업종에서 40여년 동안 생산현장과 연구현장에 몸담았다. 현재는 연구소에서 재직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청 산하 기관에 올해로 18년째 출강하고 있다.<취재원의 요구로 소속과 지위, 이름, 인터뷰 사진(정면)은 게재하지 않는다.>

열처리업계에서 유력한 전문가로 이름난 취재원이 하이트보드에 판서하면서 업계 동향을 설명하고 있다. 정수남 기자

스마트공장이 제조업의 혁신이고, 미래산업의 기반시설로 작용하는 점은 맞지만 모든 업종에 이를 대입하기는 어렵다.“

전문가의 일성이다. 다음은 그와 가진 일문일답.

-최근 열처리 업계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탈출구가 있을까.
▲열처리 업계를 대변하는 곳이 열처리공학회와 열처리조합이다. 다만, 열처리학회와 조합은 별로 연계가 없다. 학회가 기술교육과 정보교류가 목적이라면, 조합은 업체의 이야기를 정부에 건의하고 발전 사항 등을 논의해야 한다.
두곳이 상생의 자세로 교류가 있어야하 는데 없고, 따로따로 사업을 진행한다.
국내 열처리 업체가 대략 540개 업체가 있고 사용하는 열처리유 규모가 3만5,000드럼이다. 중국은 2,000개 업체가 있고 100만드럼의 열처리유를 사용한다(일본은 13만드럼).
이처럼 사업 규모면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는 실정일수록 전문기술과 관리기술을 키워야 한다. 열처리가 살려면 결국 기술개발이 중요하다.
국내 뿌리기술 교육을 담당하는 곳이 중소기업연수원인데 이곳에서도 공정의 스마트화와 자동화를 주문하고 있다.

-생산공정의 전문기술과 관리기술은 어떤 것인가.
▲앞서 말한 스마트화가 관리기술이라 생각하면 된다. 국내에는 아직 미비한 부분이다. 기술이 밑바탕된 스마트화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무조건 스마트화, 자동화를 이루려한다.
순서가 뒤바뀌었다. 일본의 경우 탄탄한 기술력 위에 스마트화가 진행돼 탈이 없다.
국내 열처리 기술이 발전하려면 열처리 제품이 균일하게 나와야 한다. 열처리에서 가장 중요한 게 품질이 균일하게 나오는 산포다. 1000개 제품 중에 1개가 불량이면 그 부품이 장착된 자동차가 사고를 낼 수 있어서다.
다행히 열처리 분야는 SQ마크(현대기아차가 부품협력업체에 요구하는 품질 관련 인증제도)로 인해 기술력 향상이 이뤄졌지만, 개선할 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언급한 전문기술과 관리기술이 완비된 국내 열처리 기업이 있나.
▲국내 열처리 업체 중에는 돋보이는 곳이 동우열처리(대표 정수진)다. 이곳은 연매출이 900억이 넘을 정도로 탄탄한 기업이다. 자체적으로 완비된 기술개발 시스템과 자동화 공정의 도입, 스마트화까지 이미 선도적 행보를 보이는 업체다. 이어 삼락열처리, 경북열처리, 신화열처리, 영풍열처리 등의 업체가 관리시스템 구축에 충실한 기업이다.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가업을 이었다는 점이다. 다른 분야에 한 눈 팔지 않고 한 길만 추구한다는 정신이 있다는 뜻이다. 열처리에 대한 자부심과 사업의 도전정신이 업체의 위상을 정한다고 보면된다.

(위사진 왼쪽부터)일본 열처리 업체가 2013년에 낸 열처리 관련 전문서적과 1979년 발행된 우리나라 관련 서적. 맨오른쪽은 2000년대 중반 중국이 발간한 열처리 전문 서적.

-뿌리산업과 같은 제조업 부흥을 위한 정부 주도의 스마트공장 보급 방향이 어긋났다는 뜻인가.
▲정부가 말하는 뿌리산업 정책은 수치상 데이터 증가만을 추구한다. 실적 중심이다. 진정한 스마트화는 자동화 설비의 증축이 아니다. 스마트화보다 품질과 전문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일본 열처리 기술조합은 ‘과거 50년을 반성하고, 향후 10년의 과제를 도출한다’는 주제로 업계 발전을 논의한다.
일본의 경우 10만원 짜리 부품에 2,000원 정도의 열처리 부품이 들어갈 경우 ‘10만원을 망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열처리 발전에 의욕적으로 나선다.

-국내 열처리 산업 규모가 확대되지 않는 이유는.
▲열처리는 외주가 증가하면 바로 내재화(설비투자)를 진행해야 납품을 맞출 수 있다. 국내 열처리 업계의 경우 미국의 GM,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회사에 2조원이 넘는 부품을 수출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열처리는 유독 신규 창업이 어렵고, 큰 회사만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서울대 등에서 수학한 인재가 뿌리 업계에서 종사하는 경우가 드물다. 업계 환경이 여러모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열처리 업계를 살리는 실질적인 방안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뿌리 업계에 도움되는 부분이 병역특례제도다. 이를 강화해 운용해야 한다.
열처리 업계가 전기세가 비싸다 뭐다 말이 있지만, 생각해보면 국내 전기료는 저렴한 편이다.
국내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있지만, 전문기술, 관리기술을 운용하는 측면에서 불안정하다. 그들이 언제 떠날지 모르고, 기술력의 유지 향상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은 여자들이 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석유계 용제를 물로 세정하는 사업을 진행한다면 정부차원에서 먼저 시스템 개발과 설비 환경을 돕는다.
아울러 분야별로 테스크포스(TF)를 결성해 향후 5~10년의 과제와 대책을 강구한다. 이런 점을 우리도 벤치마킹해야 한다.
현장과 학계도 반성해야 한다. 일본과 중국은 열처히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점 등을 1,000∼2,000 페이지의 책으로 발간한다. 업계 종사자들은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공부한다. 이들은 이 같은 서적을 주기적으로 발행한다.
우리의 경우 1979년 나온 게 전부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