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수요업체 한발씩 양보하자

공급·수요업체 한발씩 양보하자

  • 철강
  • 승인 2018.07.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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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곽종헌 기자 jhkwa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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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발강관 등 중소규모 유통·가공업체들이 소재가격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반영시키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내수 경기 부진에 따른 완성자동차 판매 부진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신사협정처럼 그동안 유지해 오던 가격협상 포뮬러(시스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한 예로 포스코로부터 열연강판(HR)을 조달해 자동차 부품용으로 생산 및 공급하는 모 인발강관 업체가 3월 톤당 7만원 상당의 소재가격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반영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어렵게 개척했던  미국시장 수출 길도 쿼테제로 막힌 상태다. 여기에 소재가격 인상분을 반영시키지 못하자 납품을 아예 포기하려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철강재 품목별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내수 경기가 좋고 경기 사정이 좋을 때야 서로 양보 속에 윈-윈 해왔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밀어붙이기식 정부정책에다 기업 별로 다양한 옥죄기로 모든 것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에 투자가 크게 줄어들고 경기마저 위축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어느 곳 하나 어렵지 않은 곳이 없다.

조선과 자동차에 이어 그동안 잘 나가던 반도체경기마저 투자가 일단락되면서 하반기에는 경기가 더 꺾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경기가 좋을 때는 가격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즉각 가격변동분을 반영해 왔다. 하지만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듯이 내수 경기가 워낙 부진하다 보니 ‘양보’라는 단어가 무색해 졌다.

그동안 오랜 신뢰관계 속에 완성자동차인 원청업체가 소재가격 변동분을 직접 관리해 오다 이제는 대놓고 인상분을 자체적으로 감내하라며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고 한다.

1분기 특수강봉강 가격협상은  반 토막 협상이 됐다. 세아베스틸과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2월부터 가격협상을 시작해 5월 말까지 마라톤 협상을 해온 바 있다. 냉연 판재류 업계와 대형 가전업체도 팽팽한 줄다리기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일부 고탄소강업체만 가격 인상분을 일부 반영했을 뿐이다.

품목 구분 없이 보통 분기단위로 전 분기 소재가격 변동분을 다음 분기 공급가격에 적용하는 가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 보니 이러한 사태까지 직면한 것이다. 공급업체와 수요업체 간의 극으로 치닫는 협상은 진정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다.

인도 순방 중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계 CEO 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처럼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친 기업 정서의 메시지를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이제야 귀담아 듣는 것이 아니가 하는 긍정적인 분석도 나온다.
아무튼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말이 있듯이 공급자와 수요업체 간 서로 한 발씩 양보해 납품업체들의 고통이 해소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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