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수출 감소가 희소식일까?

철강, 수출 감소가 희소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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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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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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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회장이 맡을 예정이었던 세계철강협회(WSA) 회장 자리가 브라질 철강사인 게르다우 회장에게 넘어갔다는 소식이다.

세계철강협회는 명실 공히 세계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세계적 경제기구다. 우리나라는 철강재 공급과잉 속에 중국과 함께 원인 제공국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때 WSA 회장 자리를 통해 강력하게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등 여러가지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볼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철강협회 회장은 회장단 3명이 순서대로 맡게 된다. 부회장-회장-부회장의 순서다. 종전 포스코 회장이었던 권오준 회장이 2017년 10월 벨기에에서 열린 WSA 연례총회에서 부회장에 선임됐다. 따라서 예정대로면 2018년 10월 연례총회에서는 권 전 회장이 1년 임기의 세계철강협회장을 맡게 되는 순서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4월 권 회장이 갑자기 물러나면서 이 기회는 사라졌다. WSA 회장단은 회사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선임되기 때문이다. 최정우 현 포스코 회장은 아직 세계철강협회 회장단이 아니다.

‘포스코 회장 잔혹사’라 불리는 정권의 입맛에 맡지 않는 회장을 갈아치운 결과다. 사실 이번 정부들어 포스코 회장의 무탈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역시나’가 되고 말았다.

포스코 회장의 중도하차는 포스코에 부정적일 뿐만 아니라 우리 철강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철강산업이 중장기적인 비전, 큰 그림(Big Picture)을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한 것도 어떻게 보면 포스코 회장의 임기 내 경질까지 연결되는 일이다.

지금까지 포스코 회장이 철강업계의 구심점인 한국철강협회 회장을 맡아왔는데 정권에 의해 재임기간과 운신의 폭이 제한되다 보니 여러 가지 장기적인 사업들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우울한 소식은 캐나다가 7개 철강제품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인 세이프가드(Safe Guard)를 발동했다는 사실이다. 철근, 열연강판, 후판, 컬러강판, 선재, STS강선, 강관 등에 대해 저율관세할당(TRQ : Tariff Rate Quotas)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TRQ는 일정 물량에 대해서는 낮은 관세를 적용하고 그 기준을 넘어서면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구제 조치다.

문제는 캐나다뿐만 아니라 이러한 강력한 수입규제 조치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국감에서 어기구 의원이 제출받은 한국산 철강재 통상규제 조치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 모두 18개국에서 총 87건의 수입규제 및 조사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철강 수출은 앞으로 정말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우리의 철강 무역구조는 수출 3,200만톤, 수입 2,000만톤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해 약 1,200만톤의 순수출을 기록했다.

누누이 강조해 왔지만 2천만톤에 달하는 수입 때문에 1,200만톤만 수출하면 되는 철강업체들이 3천만톤이 넘는 수출을 하기 위해 엄청난 무리를 강행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 결과가 바로 중국과 비슷한 공급과잉 원인국으로 치부되는 것이고 엄청난 수입규제 조치 대상국이 돼버렸다.

정권의 인사 개입으로 세계철강협회 회장 자리를 놓쳐 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 나라, 안방 시장을 내주고 수출을 못해 쩔쩔매는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 지난 9월 철강 수입이 전년동월 대비 25% 줄었고, 이로 인해 수출 역시 13% 감소했다는 소식은 마른 대지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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