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수요산업 장기 불황에 동남권 뿌리산업 생태계 훼손 우려

코로나19 대유행·수요산업 장기 불황에 동남권 뿌리산업 생태계 훼손 우려

  • 뿌리산업
  • 승인 2020.09.04 11:24
  • 댓글 0
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자체·유관기관·산업계 긴밀한 협력 통해 장기 경쟁력 강화방안 마련 필요

부산과 울산, 경남 등 동남권지역은 자동차와 조선, 기계 등 국내 주력산업의 생산시설이 몰려 있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인해 주력산업이 장기적 불황에 빠지면서 동남권의 뿌리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자체와 유관기관이 뿌리업계와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BNK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뿌리산업 개편과 동남권 발전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동남권 뿌리산업은 코로나19 사태의 부정적 영향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전방산업의 장기 부진으로 활력이 매우 약화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충격에 따른 지역 뿌리산업 생태계 훼손에 대한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뿌리산업 개편과 동남권 발전과제’에 따르면 동남권 뿌리산업 사업체수는 2018년 기준 7,959개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용접이 2,300개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금형(2,014개), 표면처리(1,789개), 소성가공(1,045개), 주조(434개), 열처리(380개) 순으로 나타났다. 전국 대비 비중은 24.4%에 달했으며 용접이 32.1%로 가장 높고 소성가공이 18.2%로 가장 낮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한편 동남권 뿌리산업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2015~17년 중 동남권 뿌리산업 사업체수는 연평균 -2.0% 감소하였는데 이는 지역 제조업 전체 사업체수 감소율(-0.2%)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같은 기간 업종별로는 소성가공 사업체수가 171개 감소하며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이는 지역 뿌리산업 사업체수 전체 감소분(-240개)의 71%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금형(-35개), 용접(-29개), 열처리(-20개), 표면처리(-2개) 순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사업체수도 감소하고 있지만 동남권의 뿌리기술 전문기업의 실적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뿌리기술 전문기업은 제조업의 고도화 및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핵심기술 및 경영역량이 우수한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가 지정한 업체로서 동남권에는 212개사가 입지해 있다.

동남권 뿌리기술 전문기업의 업체당 평균 영업이익은 2015년 17억1,000만원에 달했으나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2018년에는 6억원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는 동남권 제조업 생산 반등의 영향으로 7억9,000만원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2015년과 비교하면 절반수준에 그치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업종별로도 6개 기술업종 모두가 2015년과 비교할 때 영업이익이 부진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특히 소성가공업의 경우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이후 감소폭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용접과 표면처리의 경우 조선업 회복의 영향 등으로 2019년에는 전년대비 반등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동안 동남권 뿌리산업은 전국에서 수도권 다음으로 높은 위상을 보여 왔다. 기존의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6대 뿌리기술은 자동차, 조선, 기계 등 동남권 주력업종과 산업 연관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요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코로나19로 국내 주력산업이 장기불황에 빠지면서 뿌리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뿌리사업체의 수요산업별 의존도를 살펴보면 자동차가 27.5%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기계 21.5%, 전자 16.3%, 조선 8.0% 순으로 파악되는데 전자를 제외하면 모두 동남권 주력산업에 해당한다.

BNK금융경영연구소 백충기 연구위원은 “지금은 뿌리산업이 코로나19 위기에 고사되지 않도록 정부, 지자체, 민간 부문이 모두 힘을 합쳐 생존 지원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대출만기 연장, 상환유예, 대출금리 인하, 고정비용 지원 등과 함께 공공부문 조기발주, 판매채널 다각화 지원 등을 통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될 때까지 업계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지원시스템을 강화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급변하고 있는 경영환경에 맞춰 미래형 뿌리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범용제품 위주의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미래형 뿌리기술을 접목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구조로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는 뿌리산업 소재 및 기술 범위를 개편하고 뿌리기업을 현재 3만개에서 9만개 수준으로 확대하는 등 뿌리산업 육성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다양한 지원정책이 추진되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뿌리산업 및 뿌리기술 전문기업의 대응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번 뿌리산업 범위 개편에 따른 동남권 뿌리기업의 수혜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자부품업, 정보통신업 등 동남권의 비중이 낮은 미래형 산업군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센서, 산업지능형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설계, 산업용 필름 및 지류 등 새롭게 포함된 일부 뿌리기술은 동남권 사업체수 비중이 전국의 5~10% 수준으로 추정되는 등 기반이 열악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백충기 연구위원은 “동남권 지자체 및 유관기관은 친환경, 경량화, 고기능화 등 산업 트렌드 변화에 적합한 미래형 뿌리산업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미래형 뿌리산업의 기술 동향 및 시장 변화 등을 면밀히 파악하고 기업 유치, 전문인력 양성, 연구개발 투자 등 세부실행 계획을 마련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