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기 위해 …

황병성 칼럼 -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기 위해 …

  • 철강
  • 승인 2021.04.2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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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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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떠난 자리를 보면 그 사람의 진실을 안다고 한다. 아름다운 사람이 머물다간 자리는 떠나간 뒤에도 훈훈한 삶의 여운이 남는다. 어떤 시인은 사람 뒷모습을 삶의 이력서라고 표현했다. 그 꾸밀 수 없는 뒷모습에서 그 사람 진실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다. 

우리 주변에는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트럭에서 쏟아진 병을 함께 치우는 학생들, 길 잃은 할머니를 파출소까지 안내해 도움을 청하는 청년, 종이박스를 실은 할아버지의 손수레를 말없이 밀어주는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실수로 물을 엎지른 것을 개의치 않고 다독여 주는 중년 신사 등 ‘멋있다’는 것은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저절로 나오고 감동은 덤으로 받는다.   

반면 아름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중에는 정치인과 기업가가 있고, 시민운동가도 있다. 과욕(過慾)이 항상 원인이다. 대부분 본분을 망각한 데서 비롯된 잘못이다.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공인들이 학생들보다 못한 행동으로 지탄받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부끄러워하는 양심조차 없다.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또다시 아무렇지 않게 위선(僞善)으로 가장한 행동에 국민들은 분노한다.

위험한 상황에 부닥친 사람을 구하고자 자신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행동은 본받아야 한다. 더구나 그 사람이 정상인이 아닌 장애인이라면 감동은 배가된다. 하반신 장애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를 낸 일가족을 구한 김기문 씨의 행동은 의롭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기에 의인(義人)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정상인들 얼굴을 들지 못하게 하는 그 행동은 의미 없이 하루를 사는 우리네 삶을 반성하게 한다.  

김 씨는 3월 21일 경남 김해시 봉곡천에서 자동차가 농수로로 굴러떨어지는 것을 목격한다. 전복된 차 안으로 순식간에 하천물이 밀어닥쳤다. 강한 수압으로 문을 열 수 없어 자력 탈출이 어려워졌다. 이에 그는 하천물이 흙탕물로 변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곧바로 농수로로 뛰어들어 문을 열고 일가족 3명을 구해냈다. 불편한 몸 때문에 구조과정에서 발목과 어깨에 타박상을 입었다. 그의 이런 행동은 살신성인(殺身成仁) 본보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사고로 몸을 다쳐 힘든 고비를 맞았을 때 소방관과 의료진의 도움으로 새 삶을 살 수 있었다. 이번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구조에 나섰다.”는 말을 남기고 그는 유유히 현장을 떠났다. 그 뒷모습이 아름다워 포스코청암재단이 포스코히어로로 선정했고, LG복지재단도 LG 의인상으로 선정했다. 그는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 유난히 제 몸보신에 신경 쓰는 요즘 세태와 달리 자기를 희생한 훌륭한 일을 했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을 이끌었던 메르켈 총리가 물러났다. 그녀는 18년 동안 독일을 통치하며 위반과 비리는 단 한 건도 없었고, 영광스러운 지도자인 척 하지 않았고, 자신보다 앞섰던 정치인들과 싸우지도 않았다. 그녀가 떠나는 날 기자들이 “왜 당신은 같은 옷만 입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나는 모델이 아니라 공무원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녀는 총리로 선출되기 전 평범한 아파트에 살았고, 총리가 된 후에도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별장이나 수영장, 정원도 갖지 않았다. 이 여인이 유럽 최대 경제 대국 독일을 이끈 총리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녀의 욕심 없었던 처신에 고개가 숙여질 따름이다.    

독일 국민들은 총리에서 물러나는 날 그녀를 위해 집 발코니로 나와 6분 동안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정직했고, 진실했으며 꾸밈이 없는 그녀를 위한 존경심에서 우러난 박수였다. 이것이야말로 아름다운 뒷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국내 현실을 보면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의인 김기문 씨와 은퇴한 메르켈 독일 전 총리를 보며 참 교훈을 얻는다. 우리가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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