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 도금·컬러강판 잠정관세, 시장 정상화 먼저

[대장간] 도금·컬러강판 잠정관세, 시장 정상화 먼저

  • 철강
  • 승인 2026.06.01 06:05
  • 댓글 0
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중국산 도금 및 컬러강판에 대해 22.34~33.67%의 잠정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내 냉연도금계 판재류 시장이 중요한 분기점을 맞았다. 6월 12일부터 10월 12일까지 4개월간 적용되는 이번 조치는 단순한 수입 규제를 넘어, 오랫동안 저가 수입재에 흔들려 온 시장에 최소한의 가격 방어선을 다시 세운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도금강판과 컬러강판은 열연·냉연을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더한 핵심 판재류다. 건설과 건재, 가전과 산업재 등 전방산업 전반에 쓰이는 만큼 원판 가격과 도료비, 가공비, 물류비, 품질 수준이 가격에 합리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국내 업체들은 원가 상승 부담이 누적돼도 중국산 저가재가 형성한 낮은 가격 틀 안에서 판매가격을 정할 수밖에 없었다. 가격은 눌리고 수익성은 훼손됐다.

이번 잠정관세는 바로 이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제도적 대응이다. 신규 수입 계약에는 최고 33%를 넘는 관세가 반영되는 만큼 중국산과 국내산의 가격 차는 좁혀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시장을 압박해 온 저가 오퍼 역시 일정 부분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제품으로서는 가격 방어 여건이 한층 나아지는 셈이다.

그렇다고 이번 조치를 곧장 가격 급등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관세 적용을 앞두고 유입된 선반입 저가 물량이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고, 최대 수요처인 건설·건재 경기 또한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만 먼저 오르기는 어렵다. 결국 초기 효과는 급등보다 하락 압력 완화, 다시 말해 시장 하단을 받쳐 세우는 데 더 가깝다.

국내 철강사와 제조사에게는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도금·컬러강판은 표면 품질과 내식성, 내후성, 도막 성능, 가공성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돼야 하는 제품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시장에서는 이런 가치보다 저가 수입재의 가격이 우선적인 비교 기준이 돼 왔다. 이번 조치는 최소한 그런 비정상적 경쟁 구도를 완화하고, 제품 가치가 보다 정상적인 가격 체계 안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줄 수 있다.

반면 유통업계와 수입업계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유통업체는 기존 중국산 저가 재고를 어떤 속도로, 어느 가격대에서 소화할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수입업계 역시 공급자별 차등 관세, 품목 제외 여부, HSK 분류, 원산지 증빙을 보다 정교하게 따져야 한다. 이제 거래의 핵심은 단순히 중국산 여부가 아니라, 어떤 공급사의 어떤 제품이 실제 부과 대상인지를 정확히 가려내는 데 있다.

다만 제도적 보호를 곧바로 경쟁력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잠정관세는 외풍을 막는 방패일 뿐 산업의 체질까지 바꿔주지는 못한다. 국내 업계가 이를 단기 가격 인상의 계기로만 활용한다면 중국산의 빈자리는 다른 제3국산 제품이 채울 가능성이 높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보호조치 자체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업계가 무엇을 바꾸느냐다.

이번 4개월은 단순한 유예기간이 아니다. 국내 도금·컬러강판 시장이 가격 정책과 제품 전략, 유통 구조를 다시 점검해야 하는 시험대다. 이번 잠정관세는 시장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신호탄이라기보다,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바닥을 받쳐주는 가격 방어선에 가깝다. 그러나 지금 시장에 더 절실한 것도 바로 그것이다. 급등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붕괴를 막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국내 판재류 시장이 다시 제값을 회복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