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공정기술 개발 등 필수…대안 마련에 안간힘
2050년 탄소중립 추진 위한 산·학·연·관 협의체 구성
중장기 로드맵 … 공정 신기술·에너지 구조 전환 도모
정부가 오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지는 ‘탄소중립’을 본격 추진한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연내 유엔(UN)에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2050 탄소중립 실현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경제구조 모든 영역에서 ‘저탄소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인데, 에너지 체제 개편과 함께 산업계의 실질적인 감축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탄소 배출국이고, 1인당 배출량 기준으로는 6위 국가이다. 제조업이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고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세계적인 탈탄소 트렌드에 맞춰가지 못하면 중장기 수출전선에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CO₂ 배출량의 약 17%에 해당하는 1.17억톤을 배출하는 국내 철강업계는 탄소중립을 위해 약 30년간에 걸쳐 녹색산업전환(Green Industrial Transformation)을 위한 기술-정책-금융-통상에 관한 체계적 접근을 위한 산학연관 체계 구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탄소중립은 배출하는 탄소량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남은 탄소는 흡수·제거하여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제로(0)화 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산업계가 탄소 에너지에 의존도가 높아서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환, 수소경제 활성화, 탈탄소 미래기술 개발, 자연의 탄소 흡수기능 강화 등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할 것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산업의 에너지 사용은 주로 상공정인 제철·제강 및 열연 제품 생산에서 이루어지며, 온실가스 발생도 이 부문에서 약 90%가량 발생된다. 상공정에서의 온실가스 발생은 철강 제조 시 광석 환원제로 사용되는 석탄의 사용(55% 환원용, 45% 연료용)에서 비롯된다. 지금까지 석탄은 철강 생산에 필요한 연료일 뿐만 아니라 필수원료 이기에 철강생산량과 온실가스 배출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갖는다. 비철금속 업종은 철강과 마찬가지로 상공정에서 온실가스 발생이 많고 주로 환원제로 코크스를 사용하거나 정·제련 공정에서는 많은 양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어 에너지 다소비 업종으로 꼽힌다.
국내 비철금속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880만톤 규모로, 국가 전체 배출량의 1.3%, 산업부문의 2.3%에 해당된다. 전체 업종 중에서 배출 비중이 높지 않지만 배출량은 부침 없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온실가스 감축이 업계의 중요한 이슈로 꼽힌다.
이 때문에 현재 사용하는 공정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공정에서 필연적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감축이 어려우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소화, 바이오매스,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등 기존 공정 배출구조와 전혀 다른 화학반응을 활용한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 갈 길은 멀지만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
국내 철강 및 비철금속 제조업체들은 앞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수소환원제철 등에서 대안을 찾고 있지만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엔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맞닥뜨릴 부담이 만만찮아 보인다.
제조업 기반인 국내 산업 구조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철강산업은 탄소중립으로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업종 중 하나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들고 그 쇳물로 철강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금까지는탄소 덩어리인 석탄을 환원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이 불가피했다. 철강재 1톤을 생산할 때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83톤에 달한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부담은 여전하다. 지난 2019년 기준 포스코는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8,148만톤의 탄소를 배출했으며, 현대제철은 2,224만톤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로 인해 탄소배출 부채도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각각 1,143억원과 510억원에 달했다. 비철금속 업종에서는 고려아연의 부담도 만만치 않게 크다.
더 우려되는 점은 각국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올해부터 탄소세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탄소 배출에 일률적으로 적용된다면 철강·비철금속 업체들은 타격을 피해가기 어렵다. 배출권 거래제로 1차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 탄소세까지 도입되면 제조업체들은 이중으로 세금을 물어야 하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
최근 철강 및 비철금속 업계는 자발적으로 탄소중립에 동참키로 하고 각각 탄소중립위원회를 발족시키면서 관련기술 개발 등 로드맵을 마련했다. 하지만 산업공정을 전환하는 데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철강업계는 지난 2월에 대표기업 6개사(포스코·현대제철·세아그룹·동국제강·KG동부제철·심팩)가 참석한 가운데 ‘2050 탄소중립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며 국내 산업계 최초로 탄소중립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자 하는 의지를 공식 표명했다. 공동선언문에는 △새로운 기술 개발과 생산구조 전환을 통한 탄소배출 감축 노력 △그린철강위원회를 통한 정보와 의견 공유 활성화 △정부 정책과제 발굴 및 제언과 미래 지속가능 경쟁력 향상 추진 등 철강업계의 주요 실천과제가 담겼다.

특히 국내 철강산업 탄소배출량의 70%를 차지하는 포스코는 지난해 12월에 아시아 철강사 최초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했다. 이날도 그린철강 이행을 위해 국내 대표 제조기업으로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철강협회 최정우 회장은 “그동안 우리 철강업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기술개발 투자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하여 온실가스 집약도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고, 고장력 강재 등을 통해 수요산업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간접적으로 기여했다”면서 “지난 2017년부터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위한 R&D를 진행 중인데, 한국형 수소환원 유동로 개발과 이를 활용한 수소강재 개발에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 회장은 “탄소중립의 도전을 리스크가 아닌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업계의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며, 철강산업을 중심으로 한국이 탄소중립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면서 “기술 개발과 공정 전환 등에는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고 산업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철금속협회도 지난 3월에 ‘비철금속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비철금속업계를 대표하는 고려아연(아연·연), LS니꼬동제련(전기동), 영풍(아연), 노벨리스코리아(알루미늄판), 풍산(신동), SNNC(페로니켈) 등 6개사는 공동선언문에 서명하며 탄소중립에 대한 적극적 동참 의지를 공식 표명했다.
공동선언문엔 △혁신기술 개발과 생산구조 전환을 통한 탄소배출 감축노력 △탄소중립위원회를 통한 민·관 소통과 공동과제 지속 논의 △정부 정책과제 적극 발굴·개선과 미래 산업경쟁력 강화 등 비철금속 업계의 주요 실천과제가 담겼다.

비철금속협회 조사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비철금속 탄소배출량은 875만7,934tCO₂이고 지난해에는 4.4%가량 감소한 836만9,489tCO₂이다. 이 가운데 탄소중립에 동참한 6개사의 배출비중이 86%에 달하고, 그중에서도 제련 4개사의 비중이 80%에 이른다. 이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의 50%가 공정 중 사용되는 전력(간접배출)이며, 제련공정에서 환원제·열원으로 사용되는 석탄이 41%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공정효율 개선, 신재생 에너지 확대 사용, 연료전환 등이 추진되고, 중장기 과제로는 친환경 연·원료를 사용하는 공정기술과 탄소 포집ㆍ전환 기술 등의 개발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비철금속협회 이제중 회장은 “탄소중립은 과거 우리가 극복해 왔던 석유·석탄 등 원·연료 가격상승 부담, 수요기업 성장 둔화 등과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가 매우 높은 도전”이라면서 “친환경 연·원료 기반 제조공법 적용, 탄소포집·전환 기술 등 혁신 기술개발을 통해 친환경 스마트 제련소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탄소중립 도전이 리스크가 아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 철강 및 비철금속업계 중장기 로드맵 마련
현재 철강업계에서는 CO₂ 저감을 위해 정부와 기업의 협력하에 철강 산업 발생 부생가스를 활용한 CO₂ 저감 제철기술개발사업(COOLSTAR)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포스코, 현대제철, SAC 등 철강사 및 유관기업 22개 기관이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고로, 전기 로, 부생가스 증폭의 세 가지 기술 분야에서 CO₂ 저감 기술개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설비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제철설비를 유지하는 가운데 다양한 CO₂ 저감 기술군을 개발·검증하는 방향으로, 지난 3월에 1단계 사업이 종료되고 2단계 사업으로 전환됐다. 다만 기술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개발 후 스케일 업을 통한 실용성 검증과 상용화기술 개발 등 별도의 기술개발 단계가 필요하며, 설비교 체시기와 기술개발 후 산업인프라 등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전제로 상용설비에의 적용·확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철강 분야에서는 수소환원제철이나 대체철원 사용기술, 미활용 배열 및 CO 2 자원화 기술 등이 연구되고 있는데, 비철금속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기술적 접근이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탈(脫)탄소의 대안으로 수소경제가 주목받고 있지만 비철금속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고민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고려아연이 호주 계열사 SMC를 통해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소발전을 통해 자체적으로 에너지 일부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국내 사업장 적용은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
국내 프로젝트의 CO₂저감 목표가 해외에 비해 낮은 이유는 CCU, CCUS 등 포집·활용설비의 도입에서 기인한다. 이 부분은 단순 철강업만을 한정하여 기술개발하기 어려운 기술영역이기 때문에 정부의 CCUS 구축사업과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수소는 지구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원소지만 대량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제조가 필요하다. 또한 그 응용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수소 제조의 경제성은 물론이고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저장 및 운송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비철금속 업계도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했다. 기본적으로 연료 및 원료 전환, 공정효율 개선, 고효율 설비 도입, FEMS 보급 확대 등 기존 감축수단에 더해서 신기술 발굴 및 개발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2030년까지는 에너지 효율화와 신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생산통합시스템에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을 고도화 하여 확대 적용함으로써 25만tCO₂를 절감하고, 폐열 회수로 생산된 증기를 산업단지 내에 공급과 고효율 환원제 사용으로 각각 16만7,000tCO₂, 스크랩 재활용 확대로 8만5,000tCO₂, 유가금속 회수율 확대와 전력용 LNG 자가발전을 통해 각각 8만3,000tCO₂를 절감함으로써 총 83만5,000tCO₂ 감축을 목표로 한다.
이후 2050년까지는 에너지 구조의 전환을 도모한다. 이를 위해 신기술 연원료(바이오, 수소 등) 사용기술 개발 적용, 신재생에너지 확대 사용, 에너지 효율 향상 극대화, 탄소포집저장기술(CCUS) 등 기타 감축수단을 발굴할 방침이다. 주요 6개사는 개별 R&D 활동을 추진하면서 공동 R&D 협업에 나서 2050년까지 총 배출량의 98% 수준까지 감축을 이뤄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