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수출이 터보 엔진을 달았다

황병성 칼럼 - 수출이 터보 엔진을 달았다

  • 철강
  • 승인 2021.06.2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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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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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다들 어렵다고 야단이다. 실제로 체감하는 경기는 최악이다. 어디 하나 잘 돌아가는 데가 없으니 암담하다. 서민경제는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리 없이 폐업하는 자영업자와 중소업체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수출은 올해 들어 역대 최고 성적을 내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5월(45.6% 증가)만 놓고 보면 32년 만에 최고 증가 폭이었다. 7개월 연속 증가했고, 수출액은 3개월 연속 500억 달러를 돌파한 성과가 놀랍다.

대한민국 1년 수출이 100억 달러가 목표이던 시절이 있었다. 37년 전의 일이다. 1977년 12월 22일 오후 4시 드디어 수출이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무일푼의 가난한 처지에서 수출로 잘살아보자고 전 세계 시장을 돌아다니며 땀과 인내를 팔았던 결실이었다. 이 성과는 수출입국(輸出立國)으로 들어가는 마중물이었다. 신발 한 켤레, 와이셔츠 한 장 더 팔기 위해  ‘메이드 인 코리아’를 외치며 열정을 불태운 산물(産物)이기도 했다.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은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였다. 100억 달러 이전까지 대만, 홍콩, 싱가포르가 우리를 앞섰다. 하지만 ‘일본이 해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쳐 노력한 결과 기어이 100억 달러를 달성하고야 말았다. 당시 전 국민 1인당 274달러의 수출 실적은 총력 수출 의미를 돋보이게 했다. 100억 달러를 달성하기까지 서독, 영국, 프랑스 국민은 1인당 200달러였고, 일본은 104달러였으니 대단한 선전이었다.

이 실적 달성에는 철강, 전자, 조선, 기계 등 중화학 제품이 주력 품목이었다. 특히 철강은 연합철강(현 동국제강)이 그 몫을 톡톡히 했다. 당시 전 세계 시장에 수출한 품목은 1,200개나 달했다. 이 품목 중에는 깻잎, 은행잎, 이끼류, 고사리, 수세미, 갯지렁이, 양파, 이쑤시개 등도 있었다. 100억 달러 목표를 위한 총력 수출이 얼마나 고달프고 궁색했는지 잘 보여준다. 더불어 수출 입국 집념이 얼마나 강했는지 생각할수록 눈물겹다. 

그 피나는 노력으로 한국은 이제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됐다. 지금 우리 수출 주력 품목은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변했다면 반도체가 주축이 된 것이다. 그리고 1차 산업 제품은 찾아볼 수 없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한 시대적 변화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는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열심히 키웠고, 우리가 세계를 선점했다. 지금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 외 자동차, 가전, 철강, 일반기계 등 15개 주력 품목이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5월은 15개 주력 품목 중 14개 품목 수출이 증가했다. 이 중 철강 산업의 기여도 컸다. 14개 품목 중 증가율로 따지면 다섯 번째(62.9%)였고, 금액으로도 다섯 번째(2,893백만 달러)를 차지했다. 원자재 가격 강세와 글로벌 수요 호조로 양과 가격이 강세를 보인 데 기인한다. 더불어 건설, 자동차 등 전방 수요산업이 회복하면서 수출은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실로 오랜만의 호황이다. 6월도 이 추세를 이어가는 중이어서 6개월 연속 증가가 확실하다.  

다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걱정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것은 대기업과 다르다. 특히 중소 철강 가공업체들의 근심이 깊다. 소재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가전, 기계, 자동차 등은 수출이 호조여서 당연히 소재 가격을 올리는 것이 맞다. 하지만 쓰레기통을 만들어 파는 업체와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업체를 같이 취급 한다면 쓰레기통 제작업체는 누가 보아도 억울하다. 중소 가공업체의 형편을 고려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만 형평성을 따지면 그렇지도 않다.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또한 잘 나가는 수출 전선에 찬물을 끼얹는 변수가 생겼다. 운송 대란이 걱정이다. 수출품을 실을 배와 비행기가 부족해서 비상이다. 이 때문에 운임이 치솟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까지 급등하고 있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수출업체들이 웃지 못하는 이유다. 수출 지원을 위한 운송 수단 추가 투입과 원자재 수급 안정화 등의 대책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국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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