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 탄소배출 감축 계획 ‘Fit for 55’ 발표

EC, 탄소배출 감축 계획 ‘Fit for 55’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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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7.1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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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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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탄소국경조정제도·해상연료 탄소세 부과로 인한 운임 상승은 부담
신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확대 등 미래산업 성장은 기회 요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7월 14일(현지시간) 유럽 외 지역에서 수입되는 철강재 등의 제품에도 탄소 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내용을 토대로 하는 탄소배출 감축 계획인 ‘핏 포 55(Fit for 55)’를 발표했다.

이 계획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203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수준으로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한다.

우르술라 폰 데르 레이엔(Ursula von der Leyen)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 (사진=레이엔 위원장 트위터 캡쳐)
우르술라 폰 데르 레이엔(Ursula von der Leyen)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 (사진=레이엔 위원장 트위터 캡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 우르술라 폰 데르 레이엔(Ursula von der Leyen)은 “화석연료에 기반한 기존 경제는 한계에 도달했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고 싶다. 유럽 녹색협정은 탈탄소 경제를 향한 유럽의 성장 전략이다. 유럽은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한 최초의 대륙이고, 가장 먼저 구체적인 탈탄소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저탄소 경제로의 신속한 전환을 관리하기 위해 설계된 대규모 녹색 법률 초안인 '핏 포 55'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관리하기 위한 탄소 국경 조정제도를 포함하여 재생에너지 지침, 항공 및 해양 연료의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대체 연료 인프라 규정, 자동차와 건물 및 난방 부문으로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어 국내 철강업계와 알루미늄업계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국내 철강업계의 대EU 철강재 수출물량은 전년 대비 18.6% 감소한 285만6,174톤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철강재 수출물량의 9.4%를 차지한다. 금액 기준으로는 27억4,769만4,646달러를 기록하여 전년 대비 18.6% 감소했고, 전체 철강재 수출액의 9.4%를 차지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 2026년 본격 시행, 국내 철강·알루미늄 수출 타격 불가피
해상운송 연료에도 탄소세 부과, LNG 컨테이너선 활용으로 해상 운임 상승도 우려

집행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계획은 경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정책을 포함하고 있는데 국내 산업계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것은 탄소국경조정제도이다. 이 제도는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등의 수입품에도 탄소 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며, 유럽연합의 계획에 따르면 2023년부터 3년의 유예기간을 둔 뒤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많은 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의 기업들과 유럽연합 내 기업들의 형평성을 맞추고, 역내 기업들이 탄소 배출 비용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목적이다.

해당 제도가 시행될 경우 국내 철강업계와 알루미늄업계의 수출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국경조정제도 외에 눈에 띄는 것은 항공 및 해상 연료에도 탄소세를 부과하는 조치이다. 이 조치가 시행될 경우 기존의 중유 등을 활용한 컨테이너선을 수출품 운송에 사용할 경우 큰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LNG 추진 컨테이너선 등 친환경 선박을 적극 활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탄소배출 감축 계획 ‘Fit for 55’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사진=steelguru)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탄소배출 감축 계획 ‘Fit for 55’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사진=steelguru)

그러나 기존 선박연료와 대비하여 LNG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데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LNG 컨테이너선을 운용할 수 있는 해운사가 적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상운임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40%로 확대, 2035년 이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신재생에너지, ESS, 전기차 등 미래형 산업에 성장 기회 제공 기대

탄소국경조정제도와 해상 연료 탄소세 부과 등으로 유럽연합의 이번 조치가 국내 철강업계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핏 포 55’는 선제적으로 대비할 경우 국내 철강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오는 2027년까지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2조 유로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저탄소경제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실시하는 데다 ‘핏 포 55’를 통해 에너지산업과 자동차산업 분야의 대규모 시스템 전환도 추진한다.

우선 유럽연합 내 탄소 순배출량의 75%를 차지하는 에너지산업 분야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40%까지 확대한다. 이를 위해 회원국들은 운송, 냉난방, 건물 및 산업 분야의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할 계획이다.

자동차산업 분야에서는 203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올해 대비 100% 감축하여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2035년 이후에는 유럽연합 내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가 사실상 금지된다.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와 수소차로 모두 교체해야 하는데, 이는 관련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친환경 자동차 판매 증가, 대규모 녹색 인프라 투자 등은 국내 신재생에너지산업과 배터리산업, 전기차 및 수소차산업과 관련 부품소재기업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철강협회 등에 따르면 기존의 화석연료 발전소와 대비하여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는 더 많은 철강재가 필요하다. 그리고 배터리와 전기차 분야는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 철강재 및 부품 수요가 적은 편이기는 하지만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결국 관련 산업의 성장은 국내 철강업계가 미래형 산업에 맞는 고부가가치 강종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 등 일부 현지 언론에서는 유럽연합이 이번 조치를 시행할 경우 러시아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이번 제안은 유럽연합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승인이 필요한데 탄소 배출 감축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동유럽 회원국들의 반발로 논란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철강업계와 알루미늄업계 또한 탄소국경조정제도 등으로 인해 대유럽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탄소세 부과로 인한 어려움과 함께 신성장산업 분야의 기회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결국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하느냐에 성패가 달린 것이다.

철강산업과 알루미늄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건실한 성장을 위해 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우리 정부도 이미 ‘탄소 중립’을 발표한 만큼 유럽연합의 이번 조치에 대해 민관협력을 통한 선제적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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