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존폐의 갈림길에 선 협동조합

황병성 칼럼 - 존폐의 갈림길에 선 협동조합

  • 철강
  • 승인 2022.02.0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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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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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나라가 발전하기까지 국가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한 것은 누구인가.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그룹 등이 세계적 기업이 된 원동력은 무엇인가. 절대 그들만의 노력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수많은 중소기업들의 피와 땀이 국가 발전과 대기업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기에 그들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뿌리가 흔들리는 나무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이나 다름없다. 약한 바람에도 쓰러져 생명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다. 뿌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이 튼튼하게 뿌리를 내려야 대기업도 성장하고 국가 경쟁력도 향상된다. 이러한 중요성을 감안해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생겼다. 중소기업 지원이 최고 임무이다. 하지만 본업에 충실해야할 부서가 오히려 중소기업들의 원성을 사는 일을 벌이고 있으니 답답하다. ‘직접생산확인 대표관련단체 지정 폐지’가 그것이다.

그동안 직접생산확인 관련 현장 실태조사업무는 협동조합 등을 대표 관련단체로 지정해 수행해 왔다. 하지만 중기부는 이 업무를 공공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가 맡도록 입법 예고했다. 이에 그동안 이 업무를 수행했던 191개 협동조합과 400여 명 종사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으려는 것이니 이들의 분노는 백번 이해하고 남는다. 조합원의 목소리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 대량 실직까지 우려하는 절체절명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중기부는 폐지 이유를 공정성 강화로 들었다. 공정성과 먼 현장실태 조사인데도 말이다. 이 업무는 중기부에서 승인한 확인기준에 의거해 조합 조사원이 생산 장비, 생산 공정, 원자재 구입, 고용 등을 조사하는 것이다. 특히 주어진 범주 내에서 실시하는데 무엇이 공정성 결여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설사 문제가 있다고 하면 잘못을 바로잡으면 될 일이다. 지금 상황은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잘못과 틀리 지 않다. 그래서 그 저의가 더 의심스러운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전문성이다. 이 업무의 효율성을 따지자면 전문성을 갖춘 협동조합이 계속 하는 것이 맞다. 현장의 실태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사권을 박탈해 전문성과 무관한 백화점과 홈쇼핑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유통센터로 이관하는 것은 너무 잘못된 처사다. 더군다나 이 유통센터가 중기부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영향력 행사와 퇴직 직원의 재취업에 목적이 있다는 조합원들의  의구심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기부는 이 의문점부터 우선 해명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 법을 밀어붙여 입법화 되면 100여 명의 임직원 해고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른 협동조합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은 볼 보듯 뻔하다. 마른하늘에 날 벼락처럼 당한 조합원의 충격은 클 것이다. 사전 의견 수렴과정도 없는 일방적인 조치이기에 수긍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앞으로 해고를 당할 조합원들에 대한 대책도 전무하다. 졸속 개선안이라고 지적 받는 이유다. 과연 중기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허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국정감사에서 시작됐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민원을 문제 삼으며 이전을 요구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의원들이 지적한 민원은 조합 실태조사와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전문가는 집권 여당 눈치 보기이거나, 속된 말로 여당 의원과 ‘짜고 치는 고스톱’ 즉 공공기관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한 술책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조합이 15년간 자긍심을 갖고 하던 일을 한 마디 의논도 없이 빼앗으려고 할 수 있느냐이다. 

조합 비대위는 이 문제에 대해 궐기대회를 통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들은 중기부는 그동안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고 협동조합 육성을 주장했으나 거꾸로 협동조합을 죽이고 대량 실직을 발생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들의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다. 수많은 가정의 먹고사는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심각성이 큰 만큼 중기부는 이 업무를 즉각 조합으로 되돌려 주고 문제를 더 이상 키우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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