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실종에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전전긍긍’

정치 실종에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전전긍긍’

  • 철강
  • 승인 2024.01.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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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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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제강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형사책임을 무겁게 부과했다.  법이 시행된 지 2년 여가 되면서 중처법 위반 사건에 대한 사법처리 결과도 점차 늘고 있다. 이미 많은 기업의 대표, 임원들이 기소된 상황이고 최근 들어서도 산업재해 소식이 이어지고 있어 실형 선고의 충격이 산업계 전체로 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월 27일부터 기존 50인 이상에만 적용되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이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불과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일이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는 물론 경제6단체들은 상당수 중소기업들의 준비 미흡을 이유로 확대시행 2년 유예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시간이 촉박해지면서 지난 연말에는 향후에 추가 유예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정치권의 전향적인 판단을 촉구했다. 

정부도 당장 확대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담당 부처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은 16일에 국회를 향해 유예 법안 처리를 긴급히 요청했다. 정부 여당은 ‘2년 유예’를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정되지도 못했다. 15일부터 임시국회가 시작됐지만 개정안 처리 가능성은 아직 불분명하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개정안 처리의 칼자루는 야당이 쥐고 있는 상황인데, 최근까지 여야 간에 협상과 타협의 정치 셈법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기간 처리가 힘들 수도 있다고 걱정되는 것이다. 단순히 야당이 몽니를 부린다고 볼 수 없고 정부 및 여당의 정치 협상력 부재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정치 실종의 시대다. 더군다나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최근 정치권이 매우 부산한 상황에서 민생법 처리가 정쟁의 도구가 되고 있으니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따갑기만 하다.  

산업현장에서 안전을 강조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처법 시행 이유는 산재사고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함에 있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 사업주와 책임자가 최상의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 시행의 주된 목적이다. 이에 대해 기업 경영인들도 모두 공감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다만 중처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되면, 영세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분명하다. ‘안전 확보’는 당연하지만, 법이 요구하는 절차와 방법을 감당하기에는 영세기업의 현실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 확대 적용을 강행한다면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입법 목적과는 달리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가차 없는 처벌만 빈번해질 우려가 너무나 크다. 단 한 번의 사고만으로 문을 닫는 기업이 속출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현재로선 당장 시행한다고 해도 법을 준수할 수도 없을뿐더러, 기간만 유예한다고 안되던 일이 갑자기 하루 아침에 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수천, 수만의 중소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는 없지 않은가. 

이번 국회 임시회 기간에 ‘선거 셈법’이 아닌 ‘민생 셈법’으로 타협이 이뤄지는 정치권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또한 경제계는 시간이 부족하고 준비가 미흡하다는 이유가 더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며 남은 기간동안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여 각 사업장에서 실천하여 안전한 사업장 구현에 힘써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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