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 전기료 인하, 산업 경쟁력 회복 출발점 돼야

[대장간] 전기료 인하, 산업 경쟁력 회복 출발점 돼야

  • 철강
  • 승인 2026.08.3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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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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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에 지역별 조정요금을 도입키로 했다. 남부권은 ㎾h당 최대 18원, 중부권은 최대 15원, 수도권 북부는 최대 10원을 인하하고 수도권 남부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전력계통과 전력자급률, 균형성장 요소를 반영해 전국을 11개 지역으로 나누어 차등해 적용하겠다고 한다. 이에 철강·비철금속 업계가 적극 환영하면서 조속한 시행을 요구한 것도 당연하다. 전기로와 압연, 열처리, 도금 등 전력 사용 비중이 높은 공정에는 전기료가 곧 원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그동안 산업계의 거듭된 호소에도 산업용 요금을 집중적으로 올렸을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한전의 재무 위기였다. 국제 연료가격 급등에도 물가 부담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 조정이 지연되면서 한전의 적자가 불어났다.

특히 전체 전력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요금은 단기간에 수입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이었다. 주택용 요금을 올릴 때보다 국민의 체감과 여론 부담이 작고, 대용량 사용자는 상대적으로 부담 능력이 크다는 정책 판단도 작용했다.

그러나 산업용 전기는 고압으로 대량 공급돼 배전 비용과 손실이 상대적으로 작다. 단순 판매단가만 놓고 ‘값싼 전기’로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산업용 요금만 반복적으로 올린 결과, 철강과 비철금속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은 한전 재무 정상화 비용을 과도하게 떠안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번 정책 전환은 전기 생산원가가 갑자기 낮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누적된 전기료 부담이 제조업의 수익성과 수출 경쟁력, 지방 투자를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수도권으로 전력을 장거리 수송하는 구조도 송전망 투자와 지역 갈등을 키웠다.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수요를 유도해 산업 경쟁력과 전력망 효율, 지역 균형발전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것이 이번 개편의 본질로 파악된다.

철강업계의 단기 수혜는 분명하다. 전기로가 조강 1톤 생산에 350~400㎾h를 사용한다고 보면 18원 인하 시 톤 당 6,300~7,200원의 전력비가 줄어든다. 연산 100만 톤 규모라면 단순 계산으로 연간 60억~7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 업황 부진과 저가 수입재 공세에 시달리는 업계에는 의미 있는 비용 완충 장치다.

다만 최종 효과를 최대 할인액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세부 권역과 계약종별, 시간대별 사용량, 직접구매 및 자가발전 비중에 따라 실제 절감액은 달라진다. 같은 광역권에서도 ㎾h당 최대 5원의 차이가 생기면 기업 간 새로운 원가 격차와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통상 위험도 경계해야 한다.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정상적인 시장 조건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그 혜택이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집중됐다고 판단되면 상계관세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이미 한국의 산업용 전기 공급을 철강업계에 대한 보조금으로 판단해 상계관세를 부과한 전력이 있다. 국제무역법원이 철강업의 전력 사용량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불균형적인 혜택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제동을 걸었지만, 분쟁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번 인하가 특정 철강사 지원이 아니라 송전비용과 전력자급률에 기초한 보편적 지역요금임을 입증해야 한다. 산정 기준과 원가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동일 지역의 산업용 사용자에게 객관적으로 적용해야 통상 방어력도 높아질 것이다. 전기료 인하는 산업 경쟁력 회복의 필요조건임은 분명하다. 제도의 정교함과 통상 안전성, 후속 인프라 정책까지 갖춰질 때 비로소 제조업 회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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