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경매 수입 재원 한계…전력산업기반기금 면제·경감 제안
포항상의 “산업용 요금 20여 년간 227% 올라”…포항제철소 5~6% 절감 기대
기후부 “송전 부담 줄면 요금 인하로 환원”…업계 “특정기업 아닌, 철강 생태계 전체 봐달라”
국회철강포럼 정책세미나 패널토론에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의 지속성과 재원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토론 참석자들은 제도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전력량요금 인상과 한국전력공사의 재무 부담이 인하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철강포럼은 17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 철강산업 영향과 과제’를 주제로 하반기 첫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전이 지난 8월 26일 공청회에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을 공개한 뒤 정부와 한전, 학계, 지역 경제계, 철강업계가 한자리에 모여 제도 방향을 논의한 자리로 열렸다.
앞선 발제에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연제 교수는 주요국의 전력다소비 산업 지원 사례를 소개하며 요금 인하가 아닌 재정 지원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전력공사 요금전략처 천현민 처장은 설계안을 설명하며 남부권 킬로와트시(kWh)당 13~18원, 중부권 10~15원 인하안과 연내 도입 계획을 밝혔다.
이어진 패널토론은 두 발제를 바탕으로 재원 조달 방식과 제도의 지속 가능성, 철강업계 지원 방향을 놓고 진행됐다. 토론에는 포스코경영연구원 조윤택 수석연구원, 포항상공회의소 김태현 선임팀장,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전우영 교수,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시장과 조우신 서기관 등이 참여했다.
토론 좌장은 산업연구원 정은미 선임연구위원이 맡았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토론을 시작하며 K-스틸법 제정 이후에도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가 적어 지역의 위기감이 여전하다고 짚었다. 그는 전기요금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이번 10% 인하가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가 업계의 현실적인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 재원·지속성 우려 속 “철강 생태계 전체를 봐달라”
이어 포스코경영연구원 조윤택 수석연구원이 배출권 경매 수입을 지원 재원으로 삼는 방안의 한계를 짚었다. 조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은 지난 5년간 연평균 약 1,900억 원에 그쳤다. 정부는 올해 수입을 약 7,50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2030년 배출권 가격을 톤당 4만 원으로 가정하면 수입은 약 2조 9,000억 원으로 지역별 요금제 재원 규모와 비슷해진다.
다만 조 수석연구원은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철강업계의 배출권 구매 부담도 함께 커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안으로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과 전기로·수소환원제철 설비에 대한 전력산업기반기금 면제·경감을 제안했다. 조 수석연구원은 연료비조정요금이 2021년 3분기부터 상한인 킬로와트시(kWh)당 5원에 묶여 있어 “인하 혜택을 2~3년 내 되돌려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포항상공회의소 김태현 선임팀장은 지역 현장의 위기를 전했다. 김 선임팀장은 포항 지역 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60 수준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그는 2000년부터 2024년 12월까지 주택용 전기요금이 42% 오르는 동안 산업용은 227% 올랐다고 지적했다.
김 선임팀장은 지역별 차등 요금이 적용되면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전력 비용이 연간 5~6%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권역 산정 시 고용위기선제대응지역에도 가중치를 부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전우영 교수는 국내 산업용 요금이 지난해 kWh당 약 182원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가 인용한 국제기구 자료에 따르면 대규모 산업용 요금은 미국 약 70원, 중국 약 90원, 유럽 평균 약 150원 수준이다.
전 교수는 올해 계통한계가격(SMP)이 지난해 평균 113원에서 8월 148원까지 올라 한전의 재무 회복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원전 등 저렴한 발전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용도별 요금제를 전압별 원가 반영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시장과 조우신 서기관은 한전의 별도 기준 누적 적자가 올해 상반기까지 34조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조 서기관은 “지역별 요금제로 수요가 지역에 분산돼 송전망 투자 부담이 줄면 그만큼 요금 인하로 산업계에 돌려드리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토론에서는 업계 참석자들이 의견을 보탰다. 당진에서 전기로를 운영하는 YK스틸의 장승호 대표이사는 지역별 요금제에 적극 찬성한다며 송전망 문제만 풀려도 전기요금 10%는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 하정진 실장이 철강 직접 종사자만 약 10만 명에 이른다며 특정 기업이 아닌 철강 생태계 지원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하 실장은 국내생산세액공제에서 철강이 빠진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산업연구원 정은미 선임연구위원은 토론을 마무리하며 “오늘 논의는 전력 요금 인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철강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과 한국 제조 기반 재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