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희소금속” 일본의 전략과 우리 정부가 할 일
(전문가 기고) “희소금속” 일본의 전략과 우리 정부가 할 일
  • 박진철 기자
  • 승인 2020.10.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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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내 2차전지 소재분야 강소기업으로 알려진 더블유스코프가 일본의 아사히카세히로부터 특허 소송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정부가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기업을 적극 육성하기로 하자 일본 기업들이 특허 소송을 통해 견제에 나서고 있다. 만약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무더기 특허 침해 소송에 나선다면 우리 쪽에서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10건가량 국내 소부장 기업의 특허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소송을 당한 더블유스코프는 LG화학, 삼성SDI 등을 거래처로 두고 있고 미국 최대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기업 A123 시스템즈에도 납품하고 있다. 2차전지 배터리의 핵심 소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 4가지다. 현재 글로벌 분리막 소재 시장은 아사히카세이 외에도 도레이, 쓰미토모 등 일본 기업이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 양극재와 음극재 시장도 일본 기업이 대부분 선점하고 있다.

2차전지는 리튬이온 배터리이다. 주원료가 리튬이고 다음으로 많이 들어가는 광물이 니켈, 코발트, 망가니즈, 알루미늄 등 모두 희소금속(희유금속)이다.



일본의 희소금속은 기술 입국으로 가는 생명줄... 한국은 말로만 “산업 비타민”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에너지공학과)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에너지공학과)

 

희소금속이란 천연의 존재량 자체가 적거나 경제적, 기술적으로 추출이 상당히 어려운 금속을 말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희소금속을 공급, 수요, 기술, 인위라는 4가지 편재에 따라 정의하기도 한다.

첫째, 존재량이 적고 지리적으로 편재하는 것, 둘째, 수량은 많지만 수요가 편재하여 경제적으로 채산성이 맞지 않는 것. 셋째, 기술이 편재한 것. 넷째, 공급 국가의 방침에 따라 인위적인 편재가 발생하는 것. 예를 들어 중국의 움직임으로 수요가 단번에 상승하여 지금까지 안정적이던 것이 갑자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는 인위적인 요소가 생긴다 는 점이다. 희소금속은 제품의 소형화, 경량화, 고성능화 및 에너지 절감이라는 관점에서도 기대되는 자원이고, 하이테크 산업의 국제 경쟁력 유지·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소재이다. 그래서 희소금속을 “산업의 비타민”이라 한다. 

일본은 1970년대 2차전지의 핵심인 리튬 전기 개발에 들어갔고, 1991년 소니가 상업적으로 실용화했다. 소니는 코발트산 리튬을 양극에, 흑연을 음극으로 하고, 전해질은 리튬 이온을 포함한 유기 전해액이 사용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은 참단 산업에 많이 사용되는 희소금속의 하나인 영구자석도 개발했다. 이는 세계 최초이고 아직까지 이 기술을 뛰어넘는 기술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영구자석에는 페라이트 자석, 알루니코(AI-Ni-Co) 자석, 희토류 자석이 있다. 1983년 쓰미토모 특수금속이 네오듐·철·붕소 자석의 상업 생산을 발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특히 희토류 자석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용 VCM, 광 픽업, FA 모터, 휴대전화용 스피커, 진동 모터, MRI 등 다양한 제품에 이용되고, 최근엔 미사일, 첨단 레이더, 전투기 제작 등 국방산업에도 사용되고 있다. 일본은 독립행정법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관(JOGMEC)이 31개 광물 종류, 47개 종류의 금속을 희소금속으로 정의하고 해외 개발 및 비축과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JOGMEC은 해외 탐사, 직접 개발, 비축을 비롯해 기업에 기술과 자금 지원도 하고 있다.



한국은 박근혜 정부 이후 신규 탐사·개발 없고, 그나마 있는 광산도 철수 내지 매각 

한국은 어떠한가? 현재 한국의 희소금속 관련 해외 개발은 없고, 단순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다. 해외 희소금속 개발은 이명박 정부 때 실적이 전부다. 당시 리튬·희토류 등 희소금속은 2007년 6.1%에서 2011년 12%로 두 배로 증가했다. 리튬 확보를 위해 칠레·아르헨티나 리튬 광산에 진출해 2014년부터 칠레 4만톤, 아르헨티나 1.2만톤 생산으로 국내 수요의 약 5배를 확보토록 했다. 희토류도 중국(포두영신)과 남아프리카공화국(잔드콥스드리프드)에서 광산 진출에 나서, 중국은 2012년부터 희토자석 1,500톤 확보를, 남아공은 탐사·개발을 거쳐 2015년부터 국내 수요의 2배에 달하는 6,000톤 확보 계획을 마련해 추진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부터 현재까지 8년 동안 그나마 확보한 광산을 철수하는 등 신규 진출은 제로(0)다. 지난 5월 산업부가 발표한 향후 10년의 “자원개발 기본계획”을 보면 산업구조 개편에 대응한 원료광물 확보를 위해 “핵심 광종 선정 및 국내 비축 전략 종합 로드맵 수립”이 전부이다. 

산업부는 해외 자원개발은 민간 기업이, 전략비축은 공기업이, 구매시장은 선물(LME) 및 장외시장 등을 활용하겠다는 정책이다. 비축의 경우 6월 기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크로뮴, 몰리브데넘 등 10종 7만7,895톤, 조달청이 리튬, 코발트 등 9종 2만5,344톤 등 희소금속 10만톤을 비축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배터리 수요 증가로 리튬 원료 시장 소비만도 2017년 9만7,300톤에서 2022년 24만5,400톤, 2027년에는 73만1,400톤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 잘못된 구조 풀어줘야 제조사들이 산다

희소금속 원료는 국제 시세의 인상을 일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시장이다. 그 인상분을 말단 수요, 다시 말해 중간 재료 제조사들이 산업 구조상 늘 손해를 보고 있다. 나아가 그 아래 하청 기업이 협력사란 미명 아래 더 손해를 보고 있다. 이런 취약한 구조 속에서 가격 인하 요구마저 당해 왔으니 견디기 힘들 수 밖 없다. “비싼 원료에 싼 제품”이 정착되어 중간 재료 제조사는 벌지는 못하고 바쁘기만 한 상태를 강요당해 온 구조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 이런 구조를 풀어줘야 한다.

다행히 최근 정부와 인천시가 남동국가산업단지를 소부장 특화단지로 지정해 육성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한국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와 함께 희소금속 고순도화 실증 기반 구축에도 착수했다. 이를 통해 인천시는 지역 소재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원료 확보다. 현재는 정부 정책대로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의 희소금속 광산개발을 통한 안정적 조달도 검토해야 한다. 



남한에 없는 북한의 희소금속... 경협 차원에서 공동 탐사,개발 필요 

북한에는 남한에 없는 여러 종류의 희소금속이 부존돼 있다. 니켈(함경북도 부윤 광산 등 9곳), 몰리브데넘(황해북도 가무리 광산 등 24곳), 망가니즈(황해남도 은률 광산 등 9곳), 텅스텐(평안남도 경수 광산 등 21곳), 안티모니(평안남도 양덕광산 등 4곳), 코발트(함경남도 광천광산 등 4곳), 알루미늄(황해남도 덕달 광산 등 8곳)과 희토류(평안북도 선암 광산 등 3곳) 등이고, 대부분의 광산이 가행 중이다. 특히 유엔 대북제재 품목에서 제외되어 있는 텅스덴, 몰리브데넘은 중국과 활발히 교역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 북한자원개발연구센터는 배터리용 음극재 원료중 하나인 흑연에 대해, 북한산 흑연 광산 개발 및 도입 방안과 니켈, 몰리브데넘 등 북한 희소금속 연구를 하고 이다. 

따라서 인천시와 인하대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보다 더 긴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인천시는 북한 제재가 해제될 경우 가장 먼저 남북경협에 착수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인천시는 한반도 서해권 거점 중심도시이고, 인하대는 지역 최고의 글로벌 대학으로 각 분야에 권위 있는 교수와 연구원이 포진되어 있다.

한국이 일본을 넘어 세계의 제조산업 리더가 되려면 희소금속 소재 확보에서부터 신기술 개발까지 일관 체제를 갖춘 확실한 정책 수립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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