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들 두 번 울리는 중국산 STS

장병들 두 번 울리는 중국산 STS

  • 철강
  • 승인 2021.05.12 06:05
  • 댓글 1
기자명 남승진 기자 sjnam@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군에서 운용하는 무전기는 꽤 무거운 편이다. 지난 1991년부터 우리 군이 초도양산을 시작한 무전기 PRC-999K의 배터리, 안테나 등을 합한 무게는 약 17㎏에 달한다. 2011년 입대한 기자는 해당 무전기를 메고 훈련을 하면서 군대 밖에서 사용하던 스마트폰의 위대함을 깨닫기도 했다.

무거운 무게에도 군에서 운용되는 이유가있다. 탁월한 신뢰성 때문이다. 예산 등의 이유로 고장난 무전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일도 있었지만 생산된 지 20여 년이 지난 장비도 부품이나 배터리를 갈아 끼우면 정상 작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안상의 이유도 있다. 전시에는 휴대전화 통신망이 무력화되거나 도·감청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군은 무전기를 최우선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훈련 시 간부들이 휴대전화로 소통하면 훈련평가단이 ‘비전투 행동’이라는 이유로 감점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이 무전기가 말썽을 일으켰다. 안테나 납품 업체가 기존 특수강 재질에서 중국산 스테인리스(STS)로 바꾸면서 파손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이미 3년 전부터 군 내부에서는 STS 재질 안테나가 잘 끊어진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해당 업체는 2017년부터 안테나의 강종을 특수강 대비 1/3가량 더 저렴한 중국산 STS304로 바꿨다. 납품 단가를 맞추기 위해서였다지만 업체가 군과 계약한 단가는 기존과 동일했다.

20여 년간 군에서 사용하던 안테나 강종 SCM440의 인장강도(잡아당겼을 때 견딜 수 있는 최대 강도)는 53.05, 항복강도(늘렸을 때 구부러지거나 휘지 않고 최대한 버티는 강도)는 20.91이다. 반면 STS304의 인장강도와 항복강도는 SCM440 대비 각각 1/2, 1/4 수준인 100, 85다. 

문제가 불거지자 육군 중앙수사단이 자체 조사에 나섰지만 ‘문제 없다’는 결론이 났다. 해당 안테나 도면에 강종 등 재질 표기가 빠져있다는 이유에서다. 30년 가까이 강종, 내구성과 관련된 품질 시험 기준이 없었던 것이다.
이 문제는 장비의 신뢰성이나 관리 소홀이 아닌 우리 군의 무지에서 비롯됐다. 무거운 무전기를 들고 뛰느라 고생하는 병사들에게 군수품 관리 소홀이라는 이유로 징계나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8*** 2021-05-12 10:34:00
?????댓글이 안써지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