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 먹거리, 이차전지 산업의 성공의 조건

(기고) 미래 먹거리, 이차전지 산업의 성공의 조건

  • 철강
  • 승인 2022.09.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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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박진철 기자 jcpar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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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얼마 전 포스코케미칼이 미국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14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배터리(이차전지)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이 핵심 소재이다. 이중 양극재가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 1조9000억원의 7배에 달하는 수주를 한 번에 성사시킴으로써 회사 설립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은 이제 태동기를 지나 고속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배터리는 여러 의미로 한국의 미래 핵심 산업 포트폴리오로서 중요하다. 향후 10년간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연 30% 고성장을 거듭해, 2025년 200조원, 2030년 3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인 170조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강천구/인하대 초빙교수(에너지자원공학)<br>
강천구/인하대 초빙교수(에너지자원공학)<br>


게다가 배터리는 한국이 잘하고 있고, 잘 할 수 있는 산업이다. 배터리는 대형 선도 업체 중심 과점 구조가 형성되어 왔다. 글로벌 톱 5 업체 중 3개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30% 내외로 시장 장악력을 갖췄다. 모두 내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진출을 이미 활발히 진행 중이다.

밸류체인(value chain) 파급 영향도 크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외에도 동박(銅箔)과 같은 핵심 소재에도 우리 기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동박은 배터리 음극재를 코팅하는 데 사용된다. 한국의 일진머티리얼즈와 세계 6곳만이 고품질의 동박을 만들 수 있다. 얇으면서도 품질이 동일한 동박을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 핵심 소재 시장에서 국내 공급 업체가 배터리 제조사와 함께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 외 전기자 제조사, 충전설비. 인프라, 배터리 데이터 등 산업 성장세는 전방위로 확산할 수 있다. 한국 배터리는 친환경 ESG 트렌드와 직접 결부돼 국가 산업 구조의 ESG 전환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글로벌 배터리 기업 움직임도 빠르다. 전기차 시장 성장에 맞춰 배터리 제조 설비 증설 러시가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업체 간 합종연횡은 물론, 수급을 보다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한 합작 투자도 이어진다. 아울러 수익화 모델 창출 노력도 이어진다. 전기차 제조사. 배터리 제조사는 초기 상당한 선투자를 진행한다. 초반 승기를 잡기 위한 가격 경쟁으로, 상당한 적자를 감수하는 상황이다. 이제는 기업마다 어떻게 수익을 낼지 꼼꼼하게 전략을 점검해야 할 때다.

한국 배터리 산업의 성공 포인트는 첫째, 안전이다. 제조상 불량품이 생기지 않는 누출 제로(zero leakage)가 중요하다. 둘째, 수익 확보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장기적인 성패를 가늠할 잣대가 될 수 있다. 광범위한 증설 과정에서 어떻게 생산공정 기술을 축적하고, 또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스마트 공정을 구축하느냐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셋째, 기술이다. 시장에서는 빠른 성능 개선 요구를 따라잡고 파괴적 기술 혁신을 이뤄내느냐가 중요하다. 당연히 내부 기술 역량이 중요하지만, 기술혁신 스타트업과 협업,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도 절실하다. 넷째, ESG를 해야 한다. 배터리가 ESG 산업이라지만, 여전히 제조 공정상에서의 탄소 배출, 사용 뒤 폐기물 등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공정상 탄소 배출 저감 노력과 폐배터리 수거·재이용·재활용에 이르는 폐쇄 루프(closed loop) 구성 역시 중요한 전략 과제로 부각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폐배터리 재활용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시행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급성장할 것이다. 중국산 배터리 소재와 광물 시장을 대체하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0년 4000억원 규모에 불과했는데 2025년 3조원으로 연평균 47% 성장한 뒤 2030년 12조원, 2040년 87조원 등으로 2025~2040년 사이 연평균 26%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에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를 비롯해 중견 소재기업 500여 곳이 있다. 이들 기업이 제일 원하는 것은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중국 중심의 수입 거래처를 다변화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 점을 유념해서 정책을 수립해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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