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 데이터센터가 재편하는 철강 수요 지도

[대장간] 데이터센터가 재편하는 철강 수요 지도

  • 철강
  • 승인 2026.05.06 05:00
  • 댓글 0
기자명 에스앤엠미디어 snm@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시장 규모는 6조 원을 돌파하며 5년 만에 두 배로 몸집을 불렸다. 전문가들은 2028년 10조 원 규모의 거대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철강업계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단순히 ‘시장의 크기’가 아니라 ‘수요의 성격’이다. 이제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담는 창고를 넘어 거대한 강재 수요를 창출하는 ‘복합 전력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대형화는 기계설비와 구조재 비중을 끌어올리는 기폭제다. AI 및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건립비용은 대략 8,000억 원에서 1조 6,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된다고 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연산에 따른 막대한 발열을 잡기 위해 고효율 냉각 설비가 필수적이어서 기계설비공사 비중이 일반 데이터센터(8%)보다 높은 10~13%에 달한다.

이는 설비 제작용 비구조재(열연·냉연)뿐만 아니라, 수만 대의 서버 하중을 견뎌야 하는 고강도 구조용 강재(H형강, 후판, 철근)의 수요 확대로도 직결된다. 또한 데이터센터의 안정적 운영은 전력 저장과 전력망 확충 없이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송전 인프라라는 두 개의 축도 동시에 움직이게 만든다. 

데이터센터용 전력저장 설비가 판재류와 구조재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가 되고 있고 최근 현대제철이 ESS 인클로저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송전 인프라 역시 2030년까지 철탑용 강재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전력 수요가 늘면 변전소·송전선·철탑·관형주까지 줄줄이 늘고, 여기서 철강은 구조물 그 자체가 된다. 

특히 철탑 자재는 겉으로는 범용 봉형강 같아도 실제 발주에선 규격·납기·도금·인증이 결합돼 재고 판매가 아니라 프로젝트 조달이 된다. 철강사뿐 아니라 재압연·유통·가공업체까지 ‘공급망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경계해야 할 지점은 있다. 성장 국면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수요가 아니라 기준의 공백이다. 태양광·ESS 하부구조물처럼 철강재가 핵심인 구조물 영역은 KS 체계가 빈 곳이 적지 않다.

상부 설비(모듈·인버터·PCS 등)는 성능·안전 기준이 정교해지는 반면, 이를 지탱하는 강구조물(랙, 스키드 등)은 아직 별도 기준 없이 제조사 설계나 ‘KS 표시품 또는 동등 이상’ 같은 포괄 문구로 관리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경쟁은 필연적으로 가격 중심으로 흐르고, 시장은 저가 수입재 유입에 취약해진다. 더 큰 문제는 통계와 원산지 관리가 따라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건설경기 둔화로 전통 수요처가 흔들리는 강관업계에게 데이터센터는 ‘대체 수요’가 아니라 ‘규격 수요’로 자리잡고 있다. 내진 성능, 대형 하중, 진동 민감도, 시공 효율성 등 데이터센터의 요구조건은 대구경·대형 각관, 고강도 구조관, 전선관 등으로 수요를 재편하고 있다. 

하나의 사례이긴 하지만 이 대목은 철강업계가 ‘표준’을 산업 전략으로 다뤄야 한다는 신호다. 데이터센터·ESS가 국가 전력 인프라로 편입되는 속도를 감안하면, 구조재까지 포함한 기준 정비는 선택이 아니라 시장 관리의 필수조건이다.

기준이 없는 시장은 결국 가장 싼 소재가 표준이 된다. 반대로 기준이 선점된 시장은, 준비된 공급망이 생존한다. AI 데이터센터 시대는 철강산업에 ‘물량’이 아니라 ‘룰’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증설 경쟁만큼이나 표준 경쟁이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