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안테나] 美 쇠고기, 中 철강재 그리고 ‘협상’파워

[취재안테나] 美 쇠고기, 中 철강재 그리고 ‘협상’파워

  • 철강
  • 승인 2008.06.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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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정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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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주한 출근 길 버스 정류장의 낯선 장면 하나. 멀쩡한 젊은이 둘이 노곤함을 못 이기고 길바닥에 쓰러져 졸고 있다. 한 번에 봐도 촛불집회 참가자, 밤샘 시위를 하고 귀가하는 모양이다.

 미국 쇠고기가 수입돼야 하나 말아야 하나, 촛불집회가 정당한가 아닌가는 논외로 하자. 어쨌든 국민은 분노했고 공부를 해야 할, 일을 해야 할, 잠을 자야 할 시간에 촛불을 들었다.

 국민을 분노케 한 것은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굴욕적 협상 때문이다. 무엇을 다루건 국가간 협상에서 결과를 자국에 유리하게 이끌어 내야 하는 건 상식적인 일이다. 물론 정부도 할 말은 많았다. 대통령은 직접 “한미FTA 연내 처리를 위해 미국산 쇠고기 개방을 밀어붙였다”고 시인했다. 미국이 자국에 유리하게 쇠고기를 팔기로 했듯, 우리 역시 우리에게 유리한 결론일 거라 믿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많은 이들이 번복을 주장할 정도로 이번 협상은 지지를 받지 못했고 여론을 수렴해서든 어떻게든 우리 것을 좀 더 챙겼어야 했다는 과정상의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호평 받을 협상은 아니었던 것이다.

 국가 대 국가가 그렇듯, 우리도 늘 협상을 해야만 하는 테이블에 앉아있다. 개인도 그렇거니와 기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철강업체들은 제품을 판매하고 원료를 사올 때 늘 물량, 가격 협상과 맞닥뜨린다. 해외 협상 대상국 중 덩치가 가장 큰 상대는 중국이다. 국내 철강재 수입 중 약 40%가 중국산이며, 우리나라 수출량 중 약 20%는 중국으로 건너간다.

 그런데 최근 중국과의 협상에서 우리나라는 거의 열세에 놓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열연강판 수입에 있어서는 이렇다 할 협상력도 발휘하지 못한다. 국내 열연강판 공급이 부족하고 어디선가 사 와야 하는 입장에서 별다른 대안이 없는 우리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 결론을 내릴 때가 다반사다.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격이 치솟고 중국산이 더 이상 헐값 신세가 아닐 때는 더더욱 중국이 잡은 방향키대로 이끌려 간다.  실제 상하이에서 만난 바오산강철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재 가격에 한국 시황이 영향을 크게 받아 애로가 많다”고 하자 “우리도 안 팔고 싶다”고 잘라 말했다. 유럽, 중동에서도 러브콜은 많으며 가격도 더 좋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업체들은 진정 ‘살려면 사고 말려면 말라’는 배짱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 걸까. 도리어 국내 업체들끼리 누가 더 가격을 깎을까 혈안이 돼, 중국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식 협상 스킬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가.

 미국 쇠고기나 중국 열연강판이나 자원이 부족한 우리가 감내해야할 고통이겠지만 약자에게도 달아날 구석은 있다. 중국의 불법복제를 겨냥해 “중국은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침범했다”며 ’좀도둑’에 비유한 미국 무역대표부에게 “미국은 과거 중국의 유물을 빼앗아가지 않았느냐”며 ‘날강도’라고 맞받아친 중국 철의 여인, 우이(吳儀)처럼 말이다. 


정현욱기자/hwc7@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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