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급랭, 한국기업 살 길은?

중국경제 급랭, 한국기업 살 길은?

  • 철강
  • 승인 2008.11.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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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정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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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경제성장률이 2002년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리 수로 떨어졌다. 지난해 2분기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중국 경제성장률은 올 3분기 9%로 내려앉았다. 물론 10%대에 육박하는 이 수치가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 하강 속도가 워낙 빠른데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결코 간과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포스코경영연구소 정철호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8% 이하로 떨어질 경우 고용유지에 문제가 생겨 정치사회 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 신호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금융 긴축, 수출기업 경영악화

  중국 경제가 이처럼 급랭한 원인에 대해서 정철호 연구위원은 대략 정부의 금융 긴축정책과 수출기업의 경영 악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자물가가 급등하자 중국 정부는 긴축정책을 강도 높게 시행,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는 한편 금융기관의 대출을 규제하면서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중소기업, 그리고 개인들의 자금난이 심화되었다. 여기에다 미국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수출 여건 또한 급속하게 악화되기 시작했다. 2008년 1~9월 중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22.3%로서 비교적 호조세를 유지했으나 섬유, 신발, 완구 등 경공업 부문의 대미 수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동시에 악화되면서 중소기업들뿐 아니라 대기업의 상황도 크게 어려워지고 있다. 가전, 냉장고, 에어컨 및자동차 판매가 감소세를 보이는 등 제조업 전반의 침체 양상이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경기의 감속 경향이 심화되자 중국 정부는 2008년 7월 정책 기조를 전환했다. '兩防(경기과열과 인플레이션 억제)'정책에서 '一保一控(경제성장 유지 및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으로 전환하고, 경기 부양조치에 착수했다. 7월부터 중소기업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방직품, 의류 등 수출증치세 환급률을 상향 조정했다. 

  또한 9월 16일에는 6년 만에 처음으로 대출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인하함으로써 본격적으로 통화정책 완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더욱이 미국 금융 위기가 본격화된 10월에 들어서는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함으로써 매우 발 빠른 행보를 보여주었다. 또한 12월 1일부터는 열연강판, 후판, 선재 등 수출관세를 0%로 폐지해 철강기업들의 수출을 장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치로 중국 정부가 경기 감속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이에 정철호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가 처해 있는 여러 여건을 감안할 때 결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우선 미국 금융 위기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상당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세계 실물경제의 회복 모멘텀을 쉽게 찾기 어렵다. 중국 경제의 수출의존도는 지난해 40.7%로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 세계경제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출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세계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가속화가 겹친다면 중국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기관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

기관

전망일자

2008년 

2009년

IMF

2008년10월

9.7

9.3

Global Insight

2008년10월

9.8

8.4

ADB

2008년 9월

10.0

9.5

JP Morgan

2008년 9월

10.1

9.5

Moragan Stanley

2008년 9월

10.0

9.0


  하지만 세계 주요 경제전망기관들은 중국 경제가 장기간 회복 불능으로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주요 기관들은 대체로 중국 경제가 2008년에는 9~10%, 2009년에는 8~9%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에는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경제운영능력에 대한 신뢰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있다. 사실 중국의 경우 금리 수준이 다른 나라들에비해 높고 재정상황도 양호하여 금리 인하나 재정투입을 통한 경기부양능력이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외환보유고도 세계 최대 규모인 1조 9천억달러에 달해 유사시 투입이 가능하다. 정부 산하 국유기업의 경제적 비중이 높고, 중국 정부가 금융기관이나 외환시장에 대한 강한 통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세계 경제 상황이 사상 유례없이 어려운 위기 상황이라고 볼 때 중국 경제 성장률이 8%이하로 떨어지는 경착륙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향후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면 아시아 주변국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총수입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62%에 달하며, 중국의 수입이 10% 감소할 때 동아시아의 GDP는 0.4%p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비중은 지난해 25.8%로 아시아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다. 

◆ 원화 가격경쟁력, 中 내수부양 활용해야

  결국 대중 경제의존도가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중국 경제가 악화될 경우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철호 연구위원은 위기 가운데서도 기회, 특히 원화 약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상승 기회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화의 대 위안화 환율은 지난해 11월 초부터 급등세를 나타내며 불과 1년 만에 1위안당 120원에서 210원까지 상승했다. 이는 대중 수출 및 제3세계 수출에서 우리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제고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중국은 경기부양 정책으로 각종 내수 지원책을 펼 것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규제가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기업들은 좋은 투자 기회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정철호 연구위원은 "중국산 저가제품의 국내 유입 급증에 대비하여 내수시장을 방어하기 위한 노력과 중국 현지법인의 경영 악화 및 자금난, 그리고 납부세액 감소에 따른 중국 지방정부의 이전가격 조사 등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중 기술력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품질 및 기술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노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전했다.



정현욱기자/hwc7@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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