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에 이어 한신정평가도 건설사 신용등급을 대거 하향조정했다. 미분양 물량이 크게 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우발채무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신정평가는 8일 대림산업, GS건설 등 15개 건설사의 장단기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Outlook)을 하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정에 따라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도가 떨어지면 금융회사가 건설사에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거나 아예 대출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기존에 빌린 돈을 당장 갚으라는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조정 결과에 따르면 대림산업과 GS건설, 대우건설, 삼호, 금광기업, 동일토건, 동일하이빌, 중앙건설 등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모두 등급이 한 단계씩 떨어졌고, 롯데건설과 현대산업개발, 풍림산업, 벽산건설, 극동건설, 우림건설은 CP 등급이 하향조정됐다. SK건설은 등급전망이 기존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로 조정됐다.

한신정평가는 "주택 분양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경색, 국내 경기 침체 전망 등으로 인해 건설업 전반에 걸쳐 사업과 재무 위험이 확대됐다"며 "해당 건설회사들의 원리금 지급 확실성이 저하될 것으로 판단돼 등급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신용평가회사들의 잇따른 건설사에 대한 신용등급 조정은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늘고 있는 가운데 집값하락이 계속되면서 부동산PF 등 건설사들의 우발채무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6월말까지 97조원 정도로 추정된 금융권의 부동산PF 가운데 상당부분이 아직 사업도 시작하지 못한 사업장에 대한 대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여기에 전세계적인 금융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건설사들이 심각한 유동성 문제에 봉착했다는 게 신평사들의 분석이다.
 
이 같은 문제는 건설사 재무재표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한신정평가에 따르면 36개 상장건설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말 155.5%에서 지난 9월말 180.4%로 상승했고, 자기자본에서 순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도 40.9%에서 69.8%로 높아졌다. 당장 빚상환에 사용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은 총차입금의 14.5%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번 등급조정에 따라 일부 건설사들은 신규차입의 어려움뿐 아니라 기존 차입금에 대한 조기상환위험 등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건설사가 채무인수나 지급보증 등을 제공해 발행한 자산유동화사채(ABS)나 자산유동화어음(ABCP) 등에는 '트리거(trigger)' 조항이 붙는다.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차입금을 조기상환하거나 ABCP 등의 차환발행시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매입약정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한편 한신정평가는 15개 건설사의 장단기 등급조정에 이어 이들 건설사가 지급보증하거나 채무인수 등을 제공한 ABS와 ABCP 등급도 하향조정할 계획이다. 앞서 한기평은 지난 5일 25개 건설사에 대한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 조정과 함께 ABS와 ABCP 등의 등급을 하향조정했다. 


<건설사 신용등급 조정내용>

자료:한신정평가(음영부분은 조정된 내용, 동일토건은 권면보증 회사채임)


방정환기자/bjh@sn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