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경쟁력은 자원재활용…도시광산에 나서는 이유죠"

"미래 경쟁력은 자원재활용…도시광산에 나서는 이유죠"

  • 철강
  • 승인 2009.11.1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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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웹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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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명 LS니꼬동제련 부회장
2년여 공백깨고 경영복귀
"미래 경쟁력은 자원재활용…도시광산에 나서는 이유죠"

많은 것이 변했다.

10㎏ 이상 줄어든 몸무게로 야윈 것은 물론이고 생활습관도 바뀌었다. 전에는 직원들과 어울려 밤늦은 시간까지 소주잔을 기울이는 두주불사였지만 요즘은 9시 이전에 귀가해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열 번에 아홉은 비빔밥을 일부러 챙겨 먹고 조찬이 있으면 집에서 도시락을 싸서 갖고 간다. 삼백(설탕, 소금, 조미료)이 들어간 음식은 입에 대지 않는다. 모두 2007년 5월 담도암 수술을 받은 후의 변화다.

구자명 LS니꼬동제련 부회장(57)은 "직원들과 어울려 세상 이야기하는 것이 낙이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2년여의 공백. 경영 일선에 복귀한 구 부회장의 모습은 밝다. 어려운 시간을 겪으면서 다시 확인한 것은 `사람`이 최고의 재산이라는 것.

임직원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 구 부회장은 "쉬는 동안 회사 걱정은 전혀 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며 "별 탈 없이 회사를 성장시켜 준 임직원이 있어서 믿고 치료에만 전념했더니 예상보다 복귀도 빨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의 생활패턴은 전과 달라졌지만 직원들과의 스킨십은 최대한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직원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줄었지만 부족한 CEO를 잘 이해해주고 따라줘서 고마울 따름"이라며 "다시 전처럼 어울리기 위해서라도 건강관리를 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람`을 중요시하는 구 부회장의 철학은 아버지(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로부터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덕목이었다. 이 때문에 구 부회장의 롤모델은 부친이다. 사람을 아끼고 조화롭게 사람들과 윈윈하는 중용의 자세는 구 명예회장이 몸소 보여주던 모습이었다.

구 부회장은 "어렸을 때는 아버지께 문제 해결 방법을 많이 물어봤는데 한 번도 직접적인 답변을 해주시지 않았다. 몸소 체험하고 터득하라는 뜻이었다. 당시에는 섭섭한 마음도 있었지만 아버지처럼 크고 작은 문제를 헤쳐 나가다 보니 더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인재를 중시하는 마음과 중용의 자세가 핵심인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런 모습은 회사 경영에서도 잘 나타난다. 국내 최대의 동제련 회사를 이끌고 있는 구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최대한 자율을 보장한다. 구 부회장은 "내 역할은 구심점을 가지고 큰 그림만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전문적인 지식이 더욱 많은 전문경영인이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대신 구 부회장은 새로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가장 관심 있는 것은 자원 재활용 사업이다. LS니꼬동제련은 일찌감치 자원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더욱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특히 갈수록 자원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금속자원을 재활용하는 `도시광산`이 필수적이라는 게 구 부회장의 신념이다. 금광석 1t을 제련해 봐야 얻을 수 있는 금은 5g에 불과하지만 휴대폰, 카메라 등 1만대 정도를 재활용해 얻을 수 있는 금은 150g에 이른다.

그는 "일본은 추출 기술이 많이 선진화됐고 재활용도 상당히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자원 재활용은 국가적 과제인 만큼 우리가 꼭 성장시켜야 할 부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LS니꼬동제련은 폐자원과 제련기술 확보를 위해 토리컴, 리싸이텍코리아 등을 인수했다. 120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통해 환경오염 없이 제련할 수 있는 첨단 기술도 마련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많았다. 도시광산 사업을 위한 용지로 생각했던 장항제련소는 주민들과 환경단체 반대로 거부됐고, 새롭게 터를 얻은 충북 단양도 아직 인허가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구 부회장은 "일본 견학을 하면서 환경에 대한 우려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막연히 반대하는 것이 조금 아쉽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사업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폐자원 확보가 가장 중요한 만큼 미국 관련 업체 지분 인수를 결정하고 곧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기술개발을 위해 석ㆍ박사급 연구원도 대거 충원했다. 산출량이 매우 적은 희유(희소)금속은 추출하는 기술에 따라 금속 순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R&D(연구개발)를 강화해 사업 역량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구 부회장은 자원 재활용과 동시에 자원 확보에 대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최근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파나마 페타키야 광산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한 것은 큰 성과물이었다. 그동안 프로젝트 위주로 투자를 진행해 왔다면 광산 지분 인수 방식은 새로운 시도였다.

그는 이 같은 지분 투자를 통해 자원자립도를 크게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10%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향후 10년 안에 원료 자급률 5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자원을 통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구 부회장은 최근 직함 하나를 더 받았다. 칠레 명예영사가 바로 그것. LS니꼬동제련은 우리나라가 칠레에서 수입하는 무역량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최근 방한한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과도 만나 우의를 다졌다.

그는 "그동안 사업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다면 이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성과물과 경험을 어떻게 사회에 공유할 수 있겠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명예영사로서 많은 것을 할 수는 없겠지만 민간 외교관으로서 양국 간 자원 교류, 문화 교류에 기여할 수 있는 밀알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웹데스크기자/des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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