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원료수급 방안 놓고 배소설비vs광석확보, 의견 분분

국내 몰리브데넘 업계가 안정적인 수급체계를 이루고자 하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 방안에 있어서는 사뭇 다른 시각을 내비치고 있어 주목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수요처에 안정적으로 고품위 몰리브데넘 원료를 공급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배소설비 도입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배소설비 도입에 투자할 여력을 몰리브데넘 광석 확보에 더욱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대표적인 희유금속 품목인 몰리브데넘을 생산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동광 제련시 부산물로 얻는 방법이 있고, 몰리브데넘 광석을 원료로 이용해 생산할 수 있으며, 몰리브데넘을 함유하고 있는 폐촉매에서 추출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이 바로 몰리브데넘광석(MoS2)을 이용해 몰리브데넘을 생산을 하는 방식이다.

◇배소설비보다 광석확보에 투자해야

이같은 논의는 배소설비를 앞서 도입했던 업체에 더해 신규로 국내 일부 업체가 배소설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업계 일각에서 다른 각도에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제기됐다. 이 시각에서는 배소설비 도입에 투자할 비용을 차라리 해외 몰리브데넘광산에 투자해 몰리브데넘 광석을 확보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배소과정(황 제거)을 거쳐 MoO3(몰리브데넘 옥사이드)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소처리 비용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배소처리 비용은 몰리브데넘 가격의 등락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발생한다. 몰리브데넘 가격이 파운드당 30달러 이상을 유지할 때면 배소설비업체가 수익성이 있겠지만 지난해처럼 몰리 가격이 파운드당 10달러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는 배소설비를 도입해도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국내 몰리브데넘 업체 한 관계자는 “쌀을 많이 얻으려면 벼 생산량을 늘려야지 탈곡기계만 갖다 놓아서는 안 되듯이 배소설비 도입보다는 몰리브데넘 광석 확보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소설비도입·광석확보 병행돼야

또 다른 시각은 국내 배소설비가 추가적으로 도입될 경우 과잉투자일 수도 있으며 이는 해외 몰리브데넘 정광 확보 경쟁만 부추겨 수입가격을 올리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배소처리 설비 도입과 함께 해외 몰리브데넘 정광 확보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일단 배소설비는 고정비용 발생이 크기 때문에 몰리브데넘 가격이 2008년과 같이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일정 수익을 낼 수 있다. 가격이 낮을 경우에도 수익을 꾸준히 창출하기 위해선 생산설비 규모를 연간 2만톤 이상 수준으로 키워 생산비용을 크게 낮춤으로써 수익성 개선을 모색할 수 있다.

결국 국내 신규로 도입되는 2,000∼3,000톤 수준의 배소설비 규모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배소설비 도입, 고품위 몰리 수급안정 기대

하지만, 업계 다른 일각에서는 국내 수요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고품위 몰리브데넘 원료수급의 안정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배소설비 도입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몰리브데넘 배소과정은 소비자에게 쌀을 공급할 때 쌀겨를 벗겨내는 것처럼 몰리브데넘 수요처가 손쉽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제품의 고급화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수요처에의 안정적인 원료공급은 물론 수출증가를 통해 국내 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내 배소설비를 신규로 도입할 예정인 한 업체의 관계자는 “기존의 광석 수입루트와 달리 중앙아시아 지역의 저가 광석을 들여오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걱정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일각에서 우려하듯이 국내 여타 업체와의 경쟁에 따른 국내 광석 수입가격을 올릴 우려도 없다”고 말했다.

고품질의 원료를 고가에 해외에서 들여오는 것보다 저가의 원료를 들여와 가공을 통해 국내에 고품위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이 국내에 정착되어야 관련 산업의 발전을 꾀할 수 있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게 바로 배소설비라는 설명이다.

*배소(Roasting) : 광석제련 전처리의 한 방법으로 산화를 촉진하거나 증발하기 쉬운 성분을 제거하기 위하여 광석을 용융점 이하의 온도에서 가열하는 것으로 산화배소, 염화배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