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변성진 애널리스트
미국이 ‘포괄적 이란 제재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외국 기업들의 이란과의 거래 축소 및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과의 직접적인 거래관계가 많지 않은 국내 건설업의 경우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겠으나 중기적으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첫째는 중동 화공 플랜트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이란 플랜트 시장의 위축 가능성이고 두 번째는 이란 에너지 시장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이에 따른 중국의 중동시장 진출 가속화 가능성이다.
결국 일련의 이란 제재조치가 중국의 중동시장 영향력 강화 및 경험축적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하반기 이후 해외수주 전망 및 수주의 질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공종 및 지역 다각화에 강점이 있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위주로의 포트폴리오를 추천한다.

◇미국의 보다 강력한 이란 경제압박 현실화
지난 7월 1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포괄적 이란 제재법안’에 서명함으로써 과거보다 강력한 미국의 이란 경제 압박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1996년 8월의 이란제재법(Iran Sanction Act, ISA)를 통해 이미 이란의 석유자원이나 에너지 분야에 연간 2,000만 달러 이상 투자한 기업을 대상으로 ① 미국 은행의 연간 1000만달러 이상 대출 금지 ② 미국 정부 조달 참여 배제 ③ 대미 수출 금지 ④ 미국 수출입은행의 대출, 차관, 신용공여 거부 등의 제재를 가해 왔다. 여기에 이번 ‘포괄적 이란 제재법’은 추가적으로 이런 기업들의 미국 내 외환시장 및 미국은행 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미국 내 자산 거래 역시 금지시키고 있다. 결국 이란과 거래하는 기업은 미국과는 거래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향후 대이란 사업이 상당부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외국기업들의 이란과의 거래 축소 및 중단 예상
지난 1996년부터 지속된 이란에 대한 제재로 미국기업의 대 이란 거래는 거의 없음을 감안할 때, 이번 제재법안의 목표는 외국기업들의 이란과의 거래 중단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존보다 강화된 이란 에너지부문의 투자에 대한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서방국가 및 친미국가의 이란 에너지개발 투자는 축소 또는 보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쉘, 비톨, 글렌코어, 트래피구라 등 다국적 정유회사들이 이란에 대한 정유공급을 중단했으며, 프랑스계 토탈도 지난 6월 이란에 대한 휘발유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란 제재법안 건설산업에 중기적으로 부정적
이번 이란 제재법안은 건설산업에는 중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GS건설 등을 제외할 경우 수주취소 등 직접적인 영향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나, 이란과의 거래 중단 가능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첫째는 중동 화공 플랜트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이란 플랜트 시장의 위축 가능성이고 두 번째는 이란 에너지 시장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이에 따른 중국의 중동시장 진출 가속화 가능성이다.
▲리스크 1 : 중동시장의 43% 차지하는 이란 플랜트 시장의 위축 가능성
2010년 중동(GCC+2개국)지역의 화공플랜트 시장(budget 기준)은 2,039억 달러에 이르나 이중 43.2%를 차지하는 이란 시장 882억 달러와 8.0%를 차지하는 이라크 시장163억 달러를 제외할 경우 995억 달러로 당초 대비 크게 줄어든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Middle East North Africa) 시장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이란 비중이 31.8%, 이라크를 합칠 경우 그 비중은 37.6% 까지 상승한다. 이란 시장의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란을 주요 시장으로 인식하지 않아 왔으나, 미국의 제재조치 감안 시 하반기 이후 이란 및 중동 전체 화공 플랜트 시장은 당초 대비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시장 확대효과 및 기존 시장에서의 경쟁구도 완화효과 역시 당초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리스크 2 : 중국의 중동 화공 플랜트 시장 진출 가속화 계기
두 번째 리스크는 이란 에너지 시장에서의 중국 영향력 확대와 중국의 중동 시장 진출 가속화 가능성이다. 미국의 포괄적 이란 제재법안에 앞서 해외에 있는 이란 은행들의 거래 감시, 이란에 대한 유엔 무기금수 조치 연장 등의 내용을 담은 유엔 결의안이 지난 6월 통과되었고, 유럽연합(EU)도 석유와 가스 산업 투자를 막고 석유 정제와 천연가스 생산력을 억제하는 추가조치를 채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나간 자리를 중국이 대신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중국은 이미 이란의 최대 교역대상국일 뿐만 아니라 중국은 이란으로부터 석유 및 가스 수요의 10% 이상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 CNPC(China National Petroleum Corporation)가 2009년 6월 이란 South Pars 11단계 개발 프로젝트 운영권을 보유 중이던 프랑스 Total을 대체하여 47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그 해 1월에는 17억 달러 규모의 North Azadegan 유전 개발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이 이란 가스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중동 시장에 본격 진출하였음을 감안할 때, 중국의 대이란 에너지 시장 영향력 확대와 이를 통한 중국 EPC 업체들의 경험 축적 가능성은 중동 시장에서의 중국업체와의 경쟁시기를 단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