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출장길에 비보 접해
해외 출장 중에 박태준 명예회장의 임종 소식을 듣게 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듯해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심정을 토로했다.
최근 인수한 태국 스테인리스 냉연 업체인 타이녹스의 출범행사 참석을 위해 태국에 출장길에 올랐던 정 회장은 14일 자정 국내 한 언론사에 보낸 특별 기고문을 통해 "태국 출장길에 나서면서 병상에 계신 명예회장님 걱정으로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비행기를 탔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고 말았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성공적으로 출범시키고 돌아와 명예회장님께 자랑스럽게 말씀드리고 칭찬도 듣고 싶었는데 먼 외국에서 임종도 지키지 못하는 불의를 저질렀다"며 "임원 승진이 늦어져 의기소침해 있을 때 명예회장님이 유럽사무소를 찾아주셨는데 어려서부터 객지생활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아버지를 뵌 듯 반가웠다"고 회상했다.
정 회장은 또한 "입사 후 좋은 철강제품을 만들어 조국의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는 말씀을 들을 때마다 명예회장님의 그 형형한 눈빛과 표정과 어우러져 어린 철강인의 가슴 한가운데 커다랗게 자리하기 시작했다"면서 "지난 3월에도 예의 그 활기찬 모습으로 제 어깨를 두드리며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주셔서 아직은 한참 동안 우리 곁을 지켜주시겠구나 하며 안도했었는데…"라며 북받치는 감정을 표현했다.
정 회장은 아울러 "회사에 큰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모시고 가르침을 들을 수 있을 거라 믿어서 미처 명예회장님이 안 계신 상황에 대한 준비도 못 했는데 아직도 회사가 넘어야 할 많은 고비를 이제 누구와 함께 넘어야 합니까"라며 불러보기도 했다.
정 회장은 "아버지를 여읜 슬픔을 붕천(하늘이 무너짐)이라고 한다지요"라며 "명예회장님께서 몸은 저희 곁을 떠나지만 마음은 영원히 가슴에 살아계실 것이라는 데 위안을 삼고자 한다"고 했다.
정 회장은 "명예회장님께서 그토록 염원하셨던 세계 최고의 기술력 확보도 가시화되고 있고 해외 원료광산 투자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며 "높은 뜻을 받들어 위업에 흠집을 내지 않도록 열심히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회장은 마지막으로 "가끔은 바람이 되고 비가 되어 포항제철소 잔디 위에도 내려오시고 광양제철소 백운대며 포스텍의 도서관에도 찾아오십시오. 저희는 그곳에서 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