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철근 가격

이상한 나라의 철근 가격

  • 철강
  • 승인 2012.01.0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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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박형호 hhpark@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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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호 기자
  2011년 신묘년 토끼의 해가 저문 시점에서 토끼를 찾아 땅굴 속으로 떨어진 한 소녀가 생각난다.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동화 속 앨리스는 주변보다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면서 모험을 한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형상이 작아 보이거나 커 보이거나 왜곡돼 보이거나 마치 망원경을 거꾸로 한 것처럼 멀어 보이는 등 왜곡돼 보이는 증상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Alice in Wonderland Syndrome)’이라고 한다.

  그런데 2011년 말 철근 가격도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 12월 28일에는 철근 가격 협상 결과가 ‘전월 대비 톤당 2만원 인하’로 나왔고, 29일에는 현대제철이 1월 가격 톤당 3만원 인상을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어제는 가격 인하 발표, 오늘은 가격 인상 발표’라는 상반되는 기사를 하루 차이를 두고 쓰게 됐다. 철근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독자들이 보면 정말 ‘이상한 나라의 철근 가격’이라고 할 만한다.

  속을 들여다보면 제강사 입장에서는 12월 철근 가격 교섭에서 건설사들에 한발 양보하게 된 것이고, 2012년 1월 가격부터는 ‘어림없다’는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문제는 신뢰다. 우선 가격 인상을 발표하고 난 뒤 나중에 교섭하겠다는 태도인데, 이 같은 속을 아는 철근업계 종사들은 더더욱 ‘이상한 나라의 철근 가격 증후군’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3만원이 오를지 못 오를지, 올라도 1월에 오를지 2월에 오를지 종잡을 수가 없다.

  현대제철의 가격 인상 의도는 파악되지만 실제로 1월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치는 크지 못하며, 유통업체들은 향후 가격을 예측해 왜곡된 가격으로 저마다 기준을 두고 제품 가격을 가져가는 것이다.

  이 같은 패턴이 매번 반복되고, 시장이 공급자 위주가 아닌 구매자위주로 변화되면서 제강사들의 ‘가격’ 관련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왜곡을 줄이고 시장의 가격 질서가 유지되려면 신뢰 회복이 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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