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위축됐던 철강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아올 것 같은 분위기다.
중국의 바오산강철이 3월 내수가격을 대부분 인상했고 국내에서도 그동안 대폭 시행하던 할인 폭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다.
국제 시장의 수출 가격도 열연강판 중심으로 주문이 호조를 보이면서 3월은 물론 4월분까지 가격이 올라가는 모습이다.
강세로 일관하던 원료 가격도 철스크랩이 일단 하락 조정을 받은 것에 이어 원료탄, 철광석도 약세로 돌아서 철강사들의 수익성도 다소간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런 회복 분위기의 저변을 보면 역시 수급 논리가 바탕에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시장의 경우 열연강판은 2월에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열연공장 수리로 인해 일정량의 공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3월까지 양 사의 열연강판 주문이 거의 마무리됐으며 일부에서는 오랜만에 주문이 여의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재고 확보가 쉽지 않다는 소리도 들리고 있다.
세계 전체로도 1월 조강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무려 7.8%가 감소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사실 전 세계 생산량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한·중·일 3국의 조강 생산량이 대부분 10% 내외씩 크게 감소했다.
중국은 1월에 5,207만톤을 생산해 무려 13.0%가 줄었고, 일본도 863만톤으로 10.6% 감소했다. 우리나라도 512만톤에 그쳐 9.6%나 전년 동월에 비해 감소했다.
결론적으로 보면 역시나 그동안 공급이 과잉됐던 것이 시장 침체의 주요인이었으며 이제 한·중·일 3국의 생산이 줄어들면서 시황이 회복 전환되고 있다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그렇다면 오랜만에 맞은 시황 회복 시점에 과연 우리 철강 제조유통업체들은 어떤 판단과 행동을 해야 할 지 생각해 보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국내 철강시장도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수요가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했고 그 위력을 지난 1년간 톡톡히 경험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5월 뒤늦게 올린 가격 인상분은 시장에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보아야 옳을 것 같다. 과거와 같은 공급자 주도 시장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수요가들은 이제 물량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일방적인 공급자의 가격 결정을 결코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게 됐다.
이에 포스코 등 주요 철강사들은 가격 결정을 수요가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이제 공장도 가격은 상징적 의미에 불과하고 업종과 업체에 따라 제각각 다른 가격이 적용되는 그야말로 초경쟁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결국 향후 철강 제조유통업체들의 마케팅은 수요가가 왕인 시대, 그야말로 고객사와의 밀착만이 유일한 생존의 방법이 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밀착은 불경기 시절이 아닌 지금과 같은 경기 호전 시대에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