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철강업계의 분위기가 아주 좋지 않다.
도급순위 20위의 대형 건설사인 풍림산업이 지난 5월 2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데 이어 3일에는 충남 당진의 철구조물업체인 당진철구공업이 최종 부도 처리됐다. 3월 말에 대명건영의 법정관리 신청에 이어 수요업체인 건설사와 철구조물업체들의 부도가 이어지고 있다. 철강 제조 및 유통업체들의 부실도 빈발하면서 그야말로 업계 분위기는 착잡한 수준을 넘어 불안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대형 강관 제조업체에 속하는 미주제강이 1년여의 기업개선 작업에도 3월 30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중소형 강관사인 코리아스틸도 3일 결국 부도를 내고 말았다. STS업계도 4월 18일 강관제조업체인 스틸테크의 부도에 이어 유통업체인 포항금속이 결국 부도를 냈다. 봉형강 유통업체인 삼원철강이 당좌거래정지 명단에 포함된 것은 지난 4월 24일. 이 외에도 선재 가공업계도 주 거래처인 건설사들의 경영난에 따른 자금압박이 심해지고 일부에서는 고의부도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수요, 연관업계인 패널사들의 부도공포 확산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고 최근에는 전자와 자동차 협력사들의 부도 소식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부실화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판매량 감소에 따른 자금난이 이유가 되기도 하고 과당 경쟁으로 인한 저가 판매, 또 무리한 투자 때문에 부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억울한 것은 거래처의 자금난, 부도로 인한 연쇄 부도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철강업계에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것이 바로 수요, 연관업계의 부도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반적인 시황 침체 현상이 2~3년 지속되고 있고 수익성 역시 급속히 낮아지는 것도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엄격히 판단해 본다면 무리한 투자나 연쇄 부도는 그 기업의 책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경영진의 판단 잘못과 관리 부족이 가져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그야말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철강업계가 처해 있는 환경이 바로 그렇다. 올해 1분기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4% 중반대로 급락했다. 여타 철강사들의 사정은 이보다 결코 낫다고 보기 어렵다. 오죽하면 조선사보다도 철강사들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가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수익성 저하의 요인들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높아진 원료 가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또 제품가격 인상의 어려움은 공급과잉, 특히 저가 수입재들로 집약된다.
시황 악화와 낮아진 수익성, 철강업계의 진정한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위기의 우선 해결과제는 결국 수입재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다.
물론 저수익 구조에서도 적정 이익을 낼 수 있는 체질, 경쟁력 강화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긴축과 수성은 정체, 곧 퇴보를 의미함을 결코 잊어서도 안 될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명제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 그리고 실행력도 함께 필요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