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강관 전문회사인 마루이치강관(丸一鋼管)의 경영진이 교체됐다. 스즈키 히로유키 사장이 회장에, 요시무라 요시노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요시무라 사장이 취임 직후 본지와 제휴 관계에 있는 일간산업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당면한 과제에 대해 무엇보다 가격 개선, 원자재 가격에 맞는 제품 판매 가격 구축을 제일 먼저 꼽았다. 이와 더불어 해외에서 추진 중인 전략적 투자의 착실한 진행, 수요가가 요구하는 품질 유지와 향상을 위한 조직 강화와 기술력 제고,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를 넘어서는 스스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루이치강관의 지속적인 성공과 성장은 일본은 물론 세계 철강업계의 주목을 끌어왔다. 무엇보다 마루이치가 최대 외경 24인치(600㎜) 이하인 ERW(전기저항용접) 조관기로만 대부분의 설비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RW강관 시장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이미 과포화 상태에 있음은 물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너무나 일반화된 설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루이치강관은 이런 설비 및 제품 시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매출 확대와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고 있다. 그야말로 이미 사양화된 레드(Red) 시장에서 유아독존(唯我獨尊)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일본의 강관시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고로(일관제철)사의 사업부나 계열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원료 측면이나 시장 확보 측면에서 고로계 강관사들이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는 마루이치의 성공은 요즘과 같이 어려운 철강사업 환경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마루이치의 경영원칙과 방침은 우선 크게 강관제일주의와 수요가 중심 체제를 꼽을 수 있다. 오로지 강관 한 분야에 집중해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수요지에 입지한 생산거점을 바탕으로 수요가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다품종 생산과 서비스 향상, 유통비용 절감을 기하고 있다. 이는 현재 국내 12개 생산거점 외에 해외에도 10개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등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 중이다.
이 외에도 마루이치는 건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독자 판매 체제 등 자주 독립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독자적인 판매 체제는 고객의 요구나 수요, 가격 동향을 신속히 파악, 경영 마케팅 전략에 적극 반영할 수 있는 기본 터전이 되고 있다.
마루이치는 지난해(2012년 4월~2013년 3월) 매출액 약 1,177억엔, 경상이익 176억엔으로 매출액경상이익률 15%를 달성했다. 그야말로 놀라운 실적이 아닐 수 없다. 또한 3차 중기경영계획이 완료되는 2014년 매출 목표는 1,600억엔(해외 35%), 영업이익 200억엔(해외 20%)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부에서 사양산업이라 일컫는 강관, 그것을 강관제일주의로 승화시킨 마루이치강관에 대해 우리 철강인들의 좀 더 철저한 연구와 벤치마킹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