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자동차 부품 회사 사장의 고민

어느 자동차 부품 회사 사장의 고민

  • 철강
  • 승인 2013.08.2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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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방정환 jhb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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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정환 기자
  시화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을 제조해 2차 벤더에 납품하는 H사의 L대표는 최근 휴가기간 내내 휴식은커녕 은행을 찾아다니느라 평소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냈다.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은행을 찾은 것이 아니라 자금 융통을 위한 것이었다. 나름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췄다고 평가되는 H사이지만 L대표가 은행을 찾은 이유는 이랬다.

  H사의 직원은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해 모두 32명. 연간 수십억원의 인건비가 지출되고 있다. 실력 있는 직원 구하기가 워낙 어려운 탓에 복리후생에도 나름 신경을 많이 쓴다고.
L대표의 고민은 일반적인 임금 인상의 문제보다는 통상임금 적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 때문이다.

  성과급을 통상임금으로 적용할 것이냐를 두고 최근 불거진 문제에 대해 L대표도 사전에 준비에 나서게 된 것이다. 퇴직금 등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면 기업부담은 증가한다. 결국 투자 위축과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L대표가 더 크게 고민한 것은 H사의 인건비 증가보다는 원청사의 인건비 부담 증가에 따른 자사에 미칠 압력 때문이다. CR이나 VE와 같은 납품단가 하락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통상임금 문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기업이 부담하는 인건비가 20% 가까이 올라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조사됐다. 추가 임금차액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56.1%로 나타났다.

  “우리가 각고의 노력으로 원가를 절감해도 원청사의 CR로 인해 이윤율은 오히려 떨어진다”면서 “자동차사에서 통상임금 적용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면 결국 부품업체들에 부담이 지워질 것”이라는 것이 L대표의 걱정이다. 통상임금 문제가 비단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것은 이러한 국내 산업계의 구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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