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생연 업계 간담회는 그러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지난해 적자 생산을 지속할 만큼 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은 만큼 같은 뜻을 나누고 발전을 모색해 앞으로 닥쳐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보자는 것이 취지였다.
하지만 이번 간담회에 참여한 업체 수는 지난해 간담회 때 참석한 업체 수보다 많이 줄었다. 또한 간담회에 대한 업체들의 태도와 처리 방식이 반상회 참석 정도로 생각하는 듯해 매우 실망스런 수준을 보였다.
말 한마디 약속 하나를 귀하게 여겨야 하는 업체들의 의식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가? 간담회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큰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다. 늘 ‘을’의 입장을 강조했던 업체들도 결국 다른 상황에서는 ‘갑’처럼 행동하는 모습에 인간적인 실망감마저 들었다.
게다가 한 발 빼고 있다가 언제든지 두 발 뺄 준비를 하는 업체들의 모습을 볼 때는 왜 10여 개 업체밖에 안 되는 이 업계에서 화해와 협력이 그리도 어려운 일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만나보면 한결같이 현재 재생연 업계가 생존하려면 2인 3각 경기처럼 함께 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러한 의식 구조라면 한목소리를 내기가 근본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배터리 업계와의 계약 협상 당시 원료 가격 상승으로 국제 가격과 비슷한 프리미엄을 유지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음에서도 물량 확보를 위해 단독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있었다고 한다.
이로 말미암아 재생연 업체 간의 불신이 극에 달했으며 업계 내부적으로도 상대를 믿을 수 없다는 자조적인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일부 재생연 업체들이 눈앞에 놓인 이익만을 쫓으면서 재생연 시장의 물을 흐려 놓은 것이다.
개구리는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에 삶아진다. 재생연 업계가 눈앞 이익 추구에만 갇혀서 서서히 조여 오는 위기를 느끼지 못한다면 대기업도 하루아침에 쓰러지는 현실 속에서 내일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먼 거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간담회에 참석해 재생연 업계의 위기와 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기에 업계 발전의 마지막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고 본다.
그 불씨를 어떻게 살리느냐는 재생연 업체들의 고민과 반성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협력을 통해 한 줌의 지혜를 짜낼 수 있는 재생연 업계가 되길 기대해 본다